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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광 Sep 24. 2017

#14 회사는 어떻게 핵심인재를 관리하는가

Talent Management

커리어 관리가 전적으로 개인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도 구성원들을 위해 커리어 관리를 해준다. 회사가 제공하는 커리어 관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핵심인재의 모집과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Talent Management이고 다른 하나는 전직원의 역량 향상과 커리어 패스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CDP(Career Development Program)이다. Talent management는 모집에서 성과 관리 및 보상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커리어 관리 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구조화된 방법론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조합으로 보면 된다. 속칭 핵심인재라고 불리는 회사 내 인재들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살펴 본다.


핵심인재의 선별

회사 본연의 비즈니스 경쟁력 확보나 조직 문화의 계승 발전에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특별 관리되는 소수의 인력들을 핵심인재, 핵심인력, 혹은 Talent 라고 부른다. 한국식 핵심인재 관리의 특징 중 하나는 연공 서열 문화에 주는 악영향을 최소화 하는 선에서 운영된다는 사실이다. 누가 핵심인재에 해당되는 지를 구성원들이 잘 모르게 운영함으로써 위화감을 최소화한다. 핵심인재 본인 스스로도 본인이 회사에서 관리하는 핵심인재인지를 명확하게 알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명시적인 관리를 하지 않는 이유는 핵심인재 선정에 따른 효과는 거두되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함이다. 핵심인재에 포함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개별적인 회사 지원을 통해 자긍심을 갖게 하고, 성과를 독려하며, 이탈을 예방할 수 있다. 명시적인 관리를 하지 않음으로써 누구나가 핵심인재가 될 수 있다는 착각도 불러 일으키고, 설령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화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마피아가 조직을 배신한 구성원을 응징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심증은 가되 물증을 없앰으로써 메시지는 전달시키되 확증에 따른 손실은 없게 한다. 명시적인 표방을 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경영 환경이나 인력의 시장수급 상황에 따라 핵심인재에 포함되는 조건들이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관리자의 임의성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핵심인재에 편입되기 위한 조건들은 비교적 명시적으로 관리된다. 회사들 중에는 핵심인재로 뽑힐 수 있는 출신 대학교나 직장들의 리스트를 별도로 관리하는 곳도 있다. 이력에 관계없이 현 직장 내에서의 퍼포먼스나 보유 역량으로만 핵심인재를 선별하는 곳도 많다.


핵심인재의 급여

연봉의 상하한선을 의미하는 Pay band의 폭이 일반인에 비해 넓다. Pay band의 폭이 지나치게 확장될 경우 기존 직원들과의 괴리감이 생길 수 있다. 그럴 경우 Sign on bonus를 통해 갭을 조정하고 기존 체계와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Sign on bonus는 입사할 때 급여 외에 일시불로 제공하는 금액을 말한다. 대개 2년 혹은 3년의 의무 근무 기간이 조건으로 연동되어 있다. 의무 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퇴사를 할 경우 받았던Sign on bonus를 반납해야 한다. 금액 반납은 근무기간을 일할 계산해서 남은 잔여기간만큼만 반납하는 경우도 있고, 하루라도 부족하면 전체 금액을 모두 반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입사할 때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요소이지만 막상 재직중에는 매우 중대한부담으로 작용한다. 회사에 적응이 안되어 중도에 나가야 하거나, 다른 회사로부터 더 파격적인 조건을 받게 되면 Sign on bonus의 수령 여부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따라서 입사 계약시에 중도 반환 관련 조건을 신중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일할계산일 경우는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 중간에 새로 오퍼를 준 회사에 이전 회사에서 받았던 Sign on bonus를 대납하는 조건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다.

 

입사 때 Sign on bonus를 일시불로 받게 되면 연말정산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누진세 최고 세율의 적용을 받게 될 경우 연말정산시 환급금을 받기는커녕 부족한세금을 추가로 내야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전년도 급여의 총액에 따라 연초에 건강보험금이나 국민연금을 새로 조정하게 되는데 건강보험료로만 한 달에 몇 백만원 초과 납부해야만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걸 피하려면 입사 계약 때 Sign on bonus를 의무 연한 기간 중 균등 분할 지급 받도록 계약하면 도움이 된다. 계약 기간 중 받는 급여의 총액은 동일하게 가져가되 누진세 최고 구간 적용 금액을 떨어뜨려 세금은 줄일 수 있다. 중도 퇴사시 Sign on bonus 반납에 따른 심리적 저항감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핵심인재의 성과급

기존 인력들의 급여 체계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핵심인력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또 다른 방법으로 일반 직원들과는 다른 성과급 체계를 가져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인사 고과 등급에 따라서 받는 성과급을 정액제로 미리 정하는 것이다. 입사 후 첫 해 1년 혹은 2년간 받게 되는 인사 고과를 특정 고과 이상으로 해줄 것을 계약 조건에 명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직 후 핵심인재으로서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어렵지 않게 이런 제도를 받아 들인다. 해외 인력의 국내 이주시엔 이사 비용을 지급하기도 하고, 거주지를 렌트해 주기도 하며, 받지 못하게 되는 스톡옵션을 보상해 주기도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 직장에서 받은 Sign on bonus를 대납해 주기도 한다. 육아를 이유로 주 4일 근무를 조건으로 입사하는 핵심인재를 본 적이 있고 소득세 대납을 조건으로 내거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이사 비용은 기껏해야 몇 백 밖에 안되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지만, 렌트비의 경우 꽤 된다. 이 경우 본인 소득으로 해서 세금을 납부하는가 아닌가에 따라서 본인 비용 부담이 크게 변할 수도 있다.

 

핵심인재의 인사 고과

핵심인재가 들어오면 비교적 인사고과를 잘 받게 된다. 핵심인재를 유지하려는기업의 전략적 판단일 수도 있고, 적응하는 기간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다. 핵심인재는 고과 등급별 배분 비율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상급자가 선심성으로 높은 등급을 주는 경우가 많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이유 때문에 새로 전입한 핵심인재들이 높은 고과를 받기도 한다. 낮은 고과를 주게 될 경우, 실력없는 사람을 사전 검증도 제대로 안하고뽑았다는 문책론이 제기될 수 있다. 인사팀과 현업 담당 팀장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두 조직의 이해관계 덕분에 낮은 고과가 절대 안 나가게 되기도 한다.   


핵심인재의 관리

핵심인재가 새로 이직해 들어 오면 그들의 확보율, 유지율, 이탈율 등이 KPI로 관리된다. 이러한 지표들은 해당 사업 부분의 최고 책임자인 전무급 혹은 부사장급 책임자의 개인 KPI와 연동이 되어 있어서 핵심인재의 정착 및 성과 구현을 회사 차원에서 유도한다. 여러 계열사들이 모여 그룹의 형태를 띠고 있는 회사들의 경우 그룹 기획실에 의해 계열사들의 핵심인재들이 관리된다. 초특급 핵심인재의 경우 해당 인재의 확보 및 유지가 해당 계열사 사장 혹은 회사 성과관리 지표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핵심인재를 관리하는 또 다른 방법 중의 하나로 그룹의 총괄 관리 조직으로 발령을 내는 것이 있다. 기업 지배구조 등의 문제로 인해 그룹 구조조정본부, 그룹 기획실등의 지배적 관리 기능을 나타내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쓰지 않는 그룹들이 많다. 하지만 여러 계열사를 관리해야 하는 그룹들의 경우 이런 관리 기능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조직들은 그룹 전체를 총괄하기때문에 그룹의 실세들, 유능하고 충성도가 높아 성장성이 높은 사람들이 배치된다. 이런 조직에 들어간 것 자체가 핵심인재로 선별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모그룹의 경우, 계열사의 스마트하고 충성도 높은 과차장급을 선발해그룹 기획실로 보낸다. 그룹 기획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부장으로 승진을 한다. 몇 년 근무 후 최초 근무했던 계열사로 돌아가면 거기서 얼마 후 임원으로 승진을 한다. 대부분 이런 패턴으로 핵심인재를 관리한다. 당시엔 이런 관리 방법이 그 그룹의 가장 강력한 핵심인재 관리 프로그램이었다. 선발된 핵심인재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듬으로서 그룹 계열사간 결속을 높인다.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은 적은 지분으로 여러 계열사를 관리하려는 정당하지 못한 관리방법이라 공격하기도 한다. 


핵심인재를 바라보는 외국계 회사들과의 문화적차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회사들은 핵심인재 관리 방식에 있어서 토종 국내 업체들과는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이는 주로 연공 서열을 얼마나 인정하는가로 나타난다. 매니지먼트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에 의해서도 제도적 차이가 발생한다. 한국계 회사들은 특정 분야에 대한 오랜 경험이 있어야 해당 분야의 팀을 이끄는 리더십이 생긴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반해 외국계 회사들은 매니지먼트를 하나의 스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매니지먼트 스킬이 있는 사람의 경우 Domain knowledge가 없어도 해당 팀을 리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경력 유무에 관계없이 차장 혹은 부장급을 특정 부서 관리자로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에도 불구 한국계도 임원급부터는 외국계처럼 매니지먼트를 스킬셋으로 보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임원이되면 분야가 전혀 달라 경험이 없는 보직을 맡기는 패턴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외국계 회사의 핵심인재 관리 사례 - 간부 후보 공채 

경험했던 외국계 핵심인재 관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핵심인재를 공채로 모집하는 간부 후보 프로그램을 들고 싶다. 한국으로 치면 육군사관학교나 경찰대학교 체제와 비슷하다. 특정 교육기간이 지나면 일반 사병들과는 달리 바로 소대장급의 소위나 파출소장급의 경위로 임관시키는 프로그램으로 보면 된다.유럽에 본사를 두고 역사가 100년이 넘는 이 회사는 전세계 공통으로 동일 명칭의 공채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선발된 해당 인력들은 대부분의 주요 교육을 유럽 본사나 Regional office에서 받고 온다. Regional office HR팀과 Local HR 팀과의 협의하에 만든 순환 프로그램에 따라 6개월에서 1년 사이 중요 보직을 돌아가며 경험한다. 배치되는 포지션은 서울 오피스에만 국한되지 않고 말레이지아, 홍콩, 싱가폴 오피스를 모두 커버한다. 사규에 명시된 것은 아니었지만 진급도 훨씬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토종 한국 기업에 적용되긴 쉽지 않을 듯 하다. 해당프로그램에 들지 못하는 일반 직원들로부터의 위화감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당 회사에 근무하는일반 한국 직원들은 익숙해져서인지 별반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외국계의 핵심인재 관리 사례 - Successor 제도 

외국계 회사에는 일반적인데 한국적 정서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또 하나의 핵심인재 관리 프로그램 중에 Successor 제도라는 것이 있다. 규모가 큰 글로벌 회사들은 상당수이런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보직이 있는 부서장 혹은 임원급 포지션에 대해 현재 재직중인 사람 중에서그 자리를 맡을 사람을 미리 정해두는 제도이다. 필요한 역량을 미리 준비해 두는 효과가 있다. 교육이나 휴가 등으로 일시적 공백이 있을 경우 Successor로 지정된 사람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팀원의 휴가나, 전결 처리, 비용 결제 등을 대신한다. 전출이나 진급 등으로 해당포지션에 공백이 생기면 Successor가 그 자리에 올라간다. 대신 적응 및 직무 적합도 테스트를 위해 몇 개월의 유예 기간을 둔다. Acting Manager, ActingCFO 처럼 보직 앞에 Acting이라는 명칭을 붙여서 쓰다 큰 문제가 없으면 몇 개월후 해당 보직을 맡게 된다. 보직을 맡게되면 Acting을 떼면서 해당 보직에 맞는 직급으로 승진도 하게된다.


진급 예정자가 이미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적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이러한 제도가 있는 것 자체가 매니지먼트를 하나의 스킬셋으로 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직급이 높은 사람은 경력도 많고, 역량도 높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많아 더 존경받아야 하고, 심지어 인격 완성도도 더 높다고 생각하는 한국적 사고 방식에서는 매니지먼트를 스킬셋으로 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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