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서칭, 인터뷰 과정에 저지르는 실수들
대개의 사람들은 이직이 흔하지 않고, 서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지 못하게 실수를 해서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자신의 커리어에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미리 알아두고 실수하지 않게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 마음이 떠난 회사를 상대로 해서는 안될 실수들이 있고, 새로 옮길 회사를 상대로 해서는 안될 실수들이 있다. 앞의 글에 이어서 새로 옮길 회사를 상대로 저지르기 쉬운 실수들을 살펴본다.
연관성 없는 직무로의 이동
월급을 더 준다거나, 가까운 지인이 강하게 요청을 하거나, 집이 가깝거나 등의 이유로 현재 직무와 관련성이 없는 직장으로 이직을 하면 절대 안 된다. 직무 간 연관성이 없으면 관련 없는 직무 중 하나는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커리어 관리에 개념이 없는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사람의 꼬리표를 달게 된다. 지금 직무 경험은 없었던 셈 치고 신입으로 새로 시작하겠다고 생각한다면 무방하다.
더 작은 회사 더 낮은 연봉으로의 이직
비슷한 경력과 스펙을 가졌음에도 연봉이 두 배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한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는 두 사람 중 더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이 더 적은 연봉을 받는 경우도 많다. 시장 수급상황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고, 한 번 결정된 연봉은 이후 계속해서 베이스라인으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소속 회사의 규모나 네임밸류도 이와 비슷하게 베이스라인처럼 작동된다. 회사의 네임벨류나 연봉이 한 번 꺾이면 계속 꺾인 채로 가게 된다. 자신의 커리어를 비약적으로 강화시킬 특별한 목적이 있거나, 경제 수명을 연장시킬 목적 등이 아니라면, 더 작은 회사, 더 낮은 연봉으로의 이직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즐겁게 일할 수만 있다면 작은 회사에서 낮은 연봉이어도 상관없어 라고 생각한다면, 평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지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해야 한다.
불명확한 이직 사유
인터뷰 과정 통틀어 가장 신중하게 답변해야 할 질문은 ‘이직 사유’에 대한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후보자의 기대 사항을 전달하기 위한 과정이지만, 실상은 후보자가 옮길 회사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파악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직 사유를 적어 보고, 채용담당자 입장에서 읽어 보자. 구성원들 간의 불화나 과도한 업무, 만족스럽지 않은 급여, 해외여행, 부모님 병간호 등 딱히 공감이 가지 않는 이유를 댄다면 또다시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옮길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거짓말이 아닌 선에서 업무에 대한 열정과 비전, 성장 욕구가 담긴 이직 사유를 생각해 보자. 부정적인 이유라고 해도 임금 체불, Sexual Harassment, 전문성 없는 잡무의 중복 등 인터뷰어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직 사유라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런 스토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내가 왜 이직을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 보자. 필요하다면 이직 활동을 멈추고 이직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충원 사유에 대한 이해 부족
이직 사유에 대한 질문을 통해 회사가 나를 파악하 듯, 나도 회사의 중요한 히스토리를 파악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왜 그 자리에 사람이 필요한 지에 대한 질문이다.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는 부서라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답변이면 최상이다. 대표이사가 새로 밀기 시작하는 신사업 부서다라는 말까지 붙으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런데 결원이 생겨서 다시 뽑는다면 공백이 생긴 이유를 알아봐야 한다. 담당자가 승진을 해서 다른 부서로 갔거나, 더 좋은 회사로 이직했다면 괜찮다. 최근 1년 세 명이 들어왔다가 세 명 다 떠나간 자리이면 떠나간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이런 질문을 던져서 당돌하다고 보지 않을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당연히 내가 알아야 할 정보이다. 정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면 오히려 사려 깊은 사람으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인사팀의 답변이 납득이 되지 않으면 가용한 인맥을 동원해 다른 루트로라도 파악해보도록 하자.
찔러보기 지원
아니면 말고 식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있긴 하다. 해당 회사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을 때, 시장 조사 차원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해 볼 수 있다. 회사도 나를 모르고 나도 회사를 모르니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이런 접근은 나를 포함해 여러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고 결과적으로 Reputation risk로 돌아올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하자. 직급이 높은 경우에 더더욱 그렇다. 시장이 매우 좁기 때문이다. 한 다리 건너면 모두가 다 얽혀 있다.
입사 과정에 필요한 심리적, 물질적 비용은 회사나 개인 양측 다 만만치 않다. 그래서 다른 회사를 염두에 두고 보험 차원에서 입사 프로세스를 최종까지 진행시켰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괘씸죄가 적용이 되면 악의적인 소문을 돌리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현재 회사에까지 알려 내가 못 먹을 떡 남도 못 먹게 만들기도 한다. 철저히 비밀로 하자. 원샷 원킬로 힘을 실어 노력하되, 아니다 싶으면 상대방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깔끔히 정리해 주자. 어쩔 수 없는 양다리의 경우 적절한 순간에 솔직히 상대방에게 알리자. 이 경우 대부분 상대방이 이해를 해준다.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약점이 노출된 협상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소상히 알수록 협상력은 높아진다. 특히 상대방의 취약점을 알게 되면 더욱더 유리한 입지에 설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유리한 고지에 서서 협상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안 옮겨도 그만인 경우이다. 원하는 조건을 제안하고 굳이 그 조건이 아니면 옮기지 않아도 될 때 가장 강력한 협상력이 발휘된다.
반대의 논리로, 내게 긴박한 이유가 있어서 옮겨야만 한다면, 협상 대상자가 그 사실을 모르게 해야 한다. 해고 통보를 이미 받았거나, 조직 내 입지가 안 좋을 때 등이 예이다. 입사 이후에 그 사실을 왜 알리지 않았냐고 문제제기당할 일 절대 없다. 뭐라 그럴 사람도 없다. 뭐라 그러는 사람이 있으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내가 바보냐? 그걸 왜 말해.’라고.
선심성 공약에 흔들리기
떠날 직장에서는 문제점만 보이고, 옮길 직장에서는 장점만 보인다. 협상 과정에 회사는 하늘의 별도 따다 줄 듯하다. 그러나 확정되지 않는 선심성 공약과 문건화 된 입사 조건은 구분해서 판단하여야 한다. 1년만 있으면 진급을 시켜 주겠다, 연말 상여금 지급 때 부족한 급여를 보정해 주겠다, 유학을 보내주겠다 등의, 계약서에 표기되지 않는 선심성 공약은 덕담 정도로 받아들여야 하다. 해당 조직의 역학 관계를 고려하고 긍정적인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 나쁘다는 예기는 아니다. 보스가 될 분의 선의를 의심하자고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선심성 공약으로 본질을 보는 눈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불확실한 이야기들은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성문화가 가능한 계약 조건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3년 후 천만 원짜리 금송아지를 받을 가능성을 따라가는 것 보다 지금 식대 수당 100만 원을 보장받는 것이 결과적으로 훨씬 더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