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재광 Sep 14. 2017

#9 금융권 종사자의 경제 수명

은행을 제외한 금융권은 빛 좋은 개살구

2017년 2월 15일자로 발표된 기사에 따르면 금융권 종사자 4명 중 1명이 억대연봉을, 65%가 5000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에서 볼 수 있듯, 금융권 종사자의 평균 급여는 동일 경력 연한의 타업종 종사자 대비 훨씬 높게 나타난다. 경험적으로 비금융권 대비 20% 정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평균 급여 수준은 전반적으로 높지만 직업 안정성은 평균에도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과 보험은 비교적 직업 안정성이 높다. 기타 비금융 업종 대비해서도 높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기타 금융권 업종 중 카드를 제외한 자산운용, 신탁, 증권, 선물, 캐피탈, 여신전문 회사 등은 경제 수명이 매우 짧기 때문에 이 분야 업종 종사자들은 매우 세심한 커리어 관리가 필요하다.


은행은 금융권 중에서도 직업 안정성이 가장 높은 업종이다. 평균 급여 수준이 높을 뿐만 아니라 직업 안정성도 높아서 최고의 직업군이라 할 수 있다. 은행 재직자 중에서도 미래의 꿈과 급여 수준 등을 이유로 이직을 고민 중인 사람들을 간혹 만날 수 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처럼 풍운의 부푼 꿈을 안고 먼 길을 떠날 사람이 아니면 그냥 꾹 눌러 앉아 있는 것이 최선의 커리어 관리 비책이라고 알려주곤 한다. 전문직 종사자들의 경제 수명 관련 환경은 점점 더 나빠진다고 앞서 글에서 예기했지만 은행업종의 경우 향후 5년간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없다. 은행의 직업 안정성이 높은 이유가있다. 노조 때문이다. 앞서 땀흘리고 피흘리며 싸운 선배들 덕분에 후배들이 덕을 보고 있다. 국가 경제 상황에 대한 상징성이 큰 업종이라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높고, 그러다 보니 정치권도 관심을 많이 가진다. 그래서 쉽게 구조조정을 못한다. 구조조정을 시도했다가 은행이 망가지는 수준의 쓰라린 경험들도 해본 터라 구조조정을 만만히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라면 매우 높은 수준의 ERP(Early Retirement Program) 패키지를 제공하곤 한다. 2015년 4대 은행 중 한 곳에서 정기 임원인사 발령이 났을 때 다섯 명 정도의 임원 승진자가 임원 승진을 거절한 바가 있었다. 연봉이나 명예를 포기하면서까지 평직원으로 남고자 한 것은 그만큼 직업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임원은 임시직원의 준말이다.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재계약이 안되면 그길로 집에 가야 한다. 


보험은 그 다음으로 직업 안정성이 높다. 은행에 비해 노조가 그다지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음에도 직업 안정성이 비교적 높은 이유는 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리스크 회피가 업의 본질인 관계로 조직이 급작스럽게 변화되는 걸 원치 않는 속성이 있다. 영업을 기반으로 하는 업종이라 사람에 대한 예우, 조직 사기를 우선시하는 문화를 기본으로 깔고 있다. 무엇보다 판매되는 상품의 속성이 조직 문화, 더 나아가 직업 안정성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0년간 유지되는 상품의 특성상 빠른 조직 변화를 달가워 하지 않는다. 20년 전에 팔았던 보험 상품의 히스토리를 아는 사람이 있어야 기업이 영속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믿음이 깔려있다. 그렇다고 구조조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회사라도 맘 편히 정년까지 갈 수 있는 회사는 없다. 어느 회사라도 상시 구조조정이 1~2년에 한번씩 돈다. 당사자가 아니면 알지 못할 뿐이다. 임원이 되지 않으면 52세에서 55세 전후를 해서 회사를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 은행보다 2~3년 정도 수명이 짧은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 보험, 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금융권 업종은 빛 좋은 개살구이다. 많이 주고 빨리 잘라내기 때문에 생애주기 전체의 누적수익 금액 관점에서 보면 매우 안 좋은 직종이다. 경기 변동이 심해, 활황 때는 카운트에서 전화만 받는 대졸 초임이 본사 임원만큼 성과급을 받는다. 그러다 3~4년 후에 돌아오는 불황 때는 회사를 나갈까 말까를 고민해야 하는, 극심한 경기 변화의 부침을 받는다. 5년에 한 번씩 오는 불황기가 되면 본사 근무자나 스탭 부서 종사자들은 영업 일선으로 이동 배치되고,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가 회사를 나가게 된다. 불황 때 직원 셋 중 하나는 자살하고, 하나는 짤리고, 나머지 하나는 살아 남아서 이후 돌아오는 경기 활황의 과실을 따먹게 된다는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돌아다닌다. 특히 기타 금융권들은 향후 급격한 산업 구조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통합법이 가동하게 되면 규모가 큰 회사들을 중심으로 합종 연횡이 일어나게 된다. 증권업계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넉넉히 잡아도 3분의 1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다 없어질 거라는 예기를 한다. M&A가 되는 거지 회사가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같은 기능을 하던 두 회사의 사람들이 한 회사에 몰려 있으면 정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 않을까? 경기 변동에 민감한 만큼, 스트레스가많은 업종, 그만큼 빨리 짤리는 업종, 대대적인 변화가 목전에 다가와 있는 업종, 이것이 은행, 보험, 카드를 제외한 기타 금융권들의 특징이라고 보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