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업에 종사하는 쌍둥이 형의 도움을 받아 우리 부부가 원하는 구조대로 도면을 다시 짜고, 어제 마지막 설계사 미팅을 했다.
이전 도면과 바뀐 것은 크게 아래 세 부분.
1. 주방과 거실의 위치 (서 → 동)
2. 방 개수(쓰리룸 → 투룸)
3. 복도 공간 개방
이전 구조가 '다소 골방형'이라는 이일훈 선생님의 코멘트가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트월로 활용하려는 복도 공간을 포기할 수 없겠다고 했지만, 도면을 볼 수록 "복도가 그냥 죽어버리는 공간이 될 수도 있겠다" "좁은 집이 더 좁아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그래서 주방과 거실을 동쪽으로 배치하고, 복도를 이와 연결되는 개방된 구조로 변경했다.
그러고 나니 방 3개의 위치가 또 애매해졌다. 우리는 제한적인 면적에서 일반적인 20평형대의 쓰리룸 구조를 고집하는 것이 맞나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우리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상 사실 가장 중요한 공간은 함께 밥을 먹고 노는 거실과 주방이다. 이곳을 최대한 확장하되, 방은 부부 침실(당분간 아이도 함께 자는), 아이 놀이방(추후 침실로 변경될) 2개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지막까지 고민은 우리 부부의 줄여도 줄지 않는 옷들의 수용 공간이었는데, 패밀리 침대 사이즈 때문에 옷장을 침실 안으로 넣으면 정말 좁아 터지는 상황. 침실을 넓히되 중간에 가벽을 세워 침대와 분리된 공간이지만 또 연결된 구조로 드레스룸을 확보하기로 했다. 길가라 소음 등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겠으나, 방의 면적을 최대한 키우기 위해선 일직선상의 한 벽면을 다 쓸 수 있는 서쪽으로 침실을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아 있고, 최근 개인적으로는 공동체 안의 배타성, 바깥의 편협한 시선, 그리고 나 개인의 냉소주의에 대해 생각하며 마음이 힘들기도 했으나 살 집을 그리면서 즐겁기도 했다.
지금은 하나만 생각하기로. 우리 가족이 매일 함께 살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