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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푸레 Jun 06. 2021

해파랑길을 다시 걷다

해파랑길 36 37코스

이번 길은 산을 향해 뻗은 오르막으로 시작한다. 산길을 오르고 올라 숨이 가빠질 무렵 아득한 수평선이 숲을 향해 넘칠 듯 펼쳐진다. 누군가 일부러 설계해 놓기라도 한 듯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걷는 내내 반복된다. 방울처럼 하얗게 매달린 때죽나무 꽃향기를 맡으며 길을 지났다 싶으면 어느새 짙은 솔향이 숲에 그득하다. 울쑥불쑥 솟은 바위에 올라 오월의 바람을 한껏 들이켜 가슴을 부풀린다. 산정에 너르게 깔린 데크에 등허리를 펴고 누워 해풍에 흐르는 구름을 본다. 땀에 젖은 얼굴에 후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산과 바다를 따라 걷는 길 위에서 나는 자유롭다. 작은 해변에 몸을 누일 자리를 마련하고 함께 걷는 길동무들과 먹고 마시고 떠들다 잠이 든다. 파도소리 빗소리 옆 텐트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자다 깨어 아침을 맞는다. 오늘따라 유난히 맑은 하늘의 여명 너머로 선명한 해가 뜬다. 오늘 다시 현재를 만끽하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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