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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푸레 Jul 17. 2021

ITY 생지 출고 현장 일기

편직 공장의 하루

회사에서 환편기 관리와 편직을 책임지던 박 부장이 건강 문제로 퇴사했다. 그의 빈자리는 제품 출고 업무에서 가장 크게 느껴졌다. 연사 파트를 책임진 최 부장과 나머지 직원들이 출고 업무를 나누어야 했는데 자기 원래의 업무가 아니다 보니 모두들 힘든 작업인 출고를 꺼렸다. 며칠간은 별 말없이 일하던 최 부장부터 불만이 터져 나왔다. 회사에서 직원을 충원하거나 누구에게도 맡기기에도 애매한 일은 대표가 하는 수밖에 없다.


이틀간 출고해야 할 ITY 생지의 총중량은 45 톤이다. 생지 한 절의 평균 무게가 19.2Kg이므로 약 2,300 절의 생지를 운반해야 한다. 백패킹 시 박배낭의 무게를 20Kg 정도라고 했을 때 박배낭 2천300 개를 운반하는 셈이다. 제품 출고는 단순하면서 지루한 무게와의 싸움이다. 먼저 창고에 적재된 생지를 운반용 캐리어에 옮겨 싣는다. 캐리어 한 개에 1,000Kg, 그러니까 53 Roll의 생지가 적재된다. 다음은 20~25 개의 캐리어에 담긴 생지의 절당 중량을 하나하나 카운트해서 장부에 기록한다. 카운트가 끝나면 사무실로 돌아와 엑셀 시트에 중량을 기입하여 출고 송장을 작성한 후 프린터로 출력해서 거래처에 팩스로 전송하거나 PDF 파일로 보낸다.

이후 작업은 지게차로 1 톤 무게의 캐리어를 떠서 출고장으로 운반하는 일이다. 현장에는 원부자재와 완제품 등 적재물들이 빼곡히 쌓여있어서 긴장하고 집중해서 지게차를 운전해야 한다. 지게차 사고는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공장을 제집 삼아 지내는 길고양이 두 마리도 늘 신경이 쓰인다. 짐을 적재한 지게차는 시야 확보를 위해 후진으로만 이동해야 한다. 짧지 않은 거리를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집중해서 왕복하다 보면 어느새 몸은 땀에 젖는다. 뒤틀린 허리와 목이 뻐근하다. 출고장에서는 대형트럭에 지게차를 이용해서 캐리어를 올려 주면 생지를 다시 트럭으로 옮겨 차곡차곡 적재한다. 역시 2천300 개의 박배낭을 다시 한 번 옮기는 것과 같은 일이다.

출고가 완료된 후 빈 캐리어는 지게차를 이용해서 다시 현장으로 운반한다. 다음 작업과 출고 준비를 위해서다. 빈 캐리어가 덜컹거리는 소리는 공장 마당을 가로질러 담을 넘는다. 힘든 일이지만 출고가 없으면 가동도 없다. 소금기가 허옇게 말라붙은 티셔츠에서는 쉰내가 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격언을 되새기며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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