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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푸레 Jul 28. 2021

삼척 나릿골

해파랑길 32코스

새벽 비가 내린 맹방해변은 해무가 밀려와 덮였다. 만개를 앞둔 삼월의 벚꽃은 밤새 공급받은 습기를 머금어 터지기 직전이다. 일행들이 잠든 이른 아침. 방풍림을 경계로 끝없이 이어진 벚꽃길을 오롯이 홀로 차지한 채 천천히 걷는다. 산책 후 채비를 해서 본격적인 트레킹에 나선다. 덕산부터 맹방과 상맹방을 지나 한재밑까지 거의 하나처럼 이어진 해변은 영덕의 고래불이나 포항의 영일대에 비견할 만큼 장쾌하다.


해파랑길 32코스를 남에서 출발해 북으로 기나긴 해변을 지나면 삼척의 오십천을 만난다. 태백에서 시작하여 삼척의 바다와 만나는 오십천변에는 맹방보다 굵게 자란 벚나무들이 나란히 도열했다. 정오의 햇살에 노출된 나무들은 견디지 못한 채 일제히 최대치로 꽃잎을 펼쳤다. 왕벚나무 꽃그늘 아래 황홀에 겨운 인파로 분주하다. 바람에 날리는 벚꽃잎 사이를 걷다가 거기 앉아 밥을 먹고 차를 마신다. 나릿골에 다다른 건 화려한 꽃길을 지나 복잡한 시내를 관통했을 때였다.


여느 지방에나 있는 낮은 집들로 빼곡한 달동네의 형태지만 이곳은 무언가 달랐다. 하얗게 벽을 세워 그 위로 단정한 지붕을 얹은 집들이 조화롭고 치밀하게 배치됐다. 집과 집 사이로 크고 작은 나무들이 빼곡하게 또는 헐겁게 자랐다. 그 모든 풍경을 완성하는 건 아래로부터 흐르는 흰 담이다. 집과 나무 사이를 유연하게 스치며 끊어질 듯 이어져 완만한 산등성이로 향한다. 그리스 산토리니 마을이 인위적인 아름다움이라면 삼척 나릿골의 풍경은 자연에 더 가깝고 푸근하다.


부산에서 양양까지 500Km에 걸친 마을 중 단연 기억에 남는 마을 삼척 나릿골. 다녀와서 몇 달을 미루다 이제 글과 사진 그리고 그림으로 여기에 아주 일부를 남긴다.


사진과 동영상 : 여행의명수  https://www.instagram.com/myoung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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