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푸레 Nov 23. 2021

가을안부

비가 내려 며칠 동안 씻지 않은 얼굴이 말끔해졌다

길게 자란 수염을 자르고 싶지만 조금 더 게을러져도 좋은 계절이다

하늘도 바람도 모두 투명해지는 시간

시작만 해놓고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덮어놓은

연애소설의 중간쯤이나 될까

지난여름의 화염을

조금만 더 그리워해도 좋은 계절이다, 라고 생각한다

후드득 떨어지는 것들에는 눈길을 주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몇 점 눈송이가 데리고 올 겨울을 떠올리며

첫눈 온다고 주고받을 안부를 미리 연습한다


미안하다 그대를 잊어서

미안하다 그대를 잊지 못해서


애써 밑줄을 긋지 않아도 평생 기억하는 문장이 있다


#가을안부 #이종형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이 불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