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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Apr 12. 2023

췌장암 3기입니다...

췌장암 투병기 0

아침부터 비가 내리던 2023년 4월 5일.  참   식목일이었구나...!


진단을 받기 위해 서울대 병원으로 가던 택시 안. 

아침 출근길 교통혼잡으로 인해 1시간 거리가 2시간으로 늘어났다.


참고 있던 복통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마침 전날밤부터 간호사 말대로

금식을 하던터였다. 물 한모금, 진통제 한알의 도움이 없다보니 거의 쇼크직전

상태까지 버틴 것 같다. 참기 힘든 통증과 답답함에 유리창을 내려도 숨이

막혀 눈만 질끈 감고 이를 악물었다.  


앓는 모습은 어머니께는 보여드리고 싶지 않은 모양새였는데...  

찻길 한복판이어서 어찌할바를 모르는 택시 기사님과 어머니,

두 사람의 안타까운 음성이 아스라히 들렸다.


제정신을 못차리다 겨우 도착한 서울대 병원.

일산의 병원에서 찍어온 CT, MRI를 보던 담당 의사분 말씀.     


췌장암 3기입니다!

주변 신경, 혈관까지 침윤이 있으니 수술은 당장 어렵고 항암, 방사선등으로 

사이즈를 줄인 뒤 수술해 볼 수 있겠다는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이미 그동안의 몸의 통증이나, 검사에 따른 의무기록과 의사 소견등을 계속

봐왔던 상황에서, 충분히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조금 허무하고 화가 났던건, 아침에서 미칠듯한 통증을 참고 금식을 하고 왔음에도

당일에 할 수 있는 검사는 아무것도 없었고, 10여일 뒤의 조직검사 날만 잡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나름대로 소기의 목적 달성이라면, 의사분이 미루지않고 산정특례 대상으로

올려주셨다는 것이었다.  관련 질병으로 급여 대상이 되는 치료, 진단 비용의 경우는

대부분 의료보험 공단에서 지원을 해주고 환자는 5% 본인 부담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위안이 되는 건,  그동안 CT, MRI등의 검사를 하던 이전의 병원에서

받아왔던 마약성 진통제보다 더 쎈 즉효성 진통제가 추가된 점이다.

찾아보니 아편성 진통제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중등정도 이상의 진통에

듣는다던 마약성 진통제들이 효과가 미미했었다. 이미 상태가 좀 심각했었구나 싶다.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3기라는 말을 들려주니 다들 안타까워하고 걱정해주신다.

아내에게는 아직 말하지 못했다. 아마, 알려주면 기절할지도 모르겠다.

슬퍼하는 것을 넘어서서 절망하겠지. 염증이라고 알려주기로 했다. 

기러기 가족의 큰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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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경과.. 


12월 경. 복통 시작. 12월 말 위내시경에서 위염 조금 있음 발견.

1월 경. 등 통증 시작. 근육통으로 생각.

2월 경. 주변의 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약처방. 복통이 안잡힘. 등 통증 심화.

복부 초음파검사를 제안받았으나, 검사결과 이상없다는 말을 듣고 철썩같이 믿음.

하지만 이상하게도 평소 없던 당뇨진단을 함께 받음. (이 때, 더 의심하고 알아봤어야했다!)

3월 초. 잡히지않는 복부, 등 통증에 CT 제안받고 일산의 병원에 가서 CT촬영.

몸안에 들어간 조형제가 따뜻하게 느껴지고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3월 중순. 좋지않다는 말과 함께, 종양의심 소견 들음.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인지 불확실하다, 애매하다는 말로 위로.  마약성 진통제 받기 시작. 효과는 미미.

3월 하순. 췌장쪽 담담으로 옮겨져서 MRI 촬영. 촬영 전 이전의 CT 결과와 함께 의무기록을 따로

신청해서, 실제로 의사가 기록해놓은 소견을 읽어봄. ( 암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던, 의사분은 이미 기록상으로는 암이라고 거의 확정 직전이었음 )

이날이 내 나름대로 조용히, 하지만 무겁게 충격을 받던 날이었나보다.. 

MRI조형제도 상당히 따뜻하고 좋았다.  아, 내 몸이 추위를 느끼는 상태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3월 말. MRI 결과나오던 날. 어머니도 함께 갔다. 

췌장몸통 주변의 2.2CM덩어리가 주변 신경, 혈관을 침윤..CA19-9수치 206.

담당 의사분은 별 말 없이 큰 병원 가보시라면서

의뢰서를 써주었다. 축객령이었다. 여전히 확실하지않다는, 전형적이지않은 형태라는 

책임지지 않을 말과 함께, 확정은 내려주지않은 채, 큰 병원에서 진단확정과 치료를 계속해보라는

것으로 끝났다. 

4월 5일 서울대 병원. 췌장암3기로 진단. 산정특례 등록.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나오는,  췌장암 발견의 전형적인 형태를 따른 것 같다.


복통시작. 위염인줄 알고 동네 병원 처방 복약. 등통증 시작. 근육통으로 오해. 

진통제 안들음. 복부초음파 검사 결과 췌장 아니래서 안심. 진통제 안들음. 상황 악화.

CT 촬영, MRI 촬영 + 조직검사    암진단. 

췌장같은 경우는 증상이 나오고 진단나오면 거의 3,4기라고 하더니 그렇다. 정말.


그저, 진통제만 받았을 뿐,  시간만 허비했다는 생각에

어릴 때 막연히 생각했던 의사의 능력과 어른이 되고나서 정작 필요한 때 만나는 의사의 능력치에 대한 

현실이 너무 다르다는 점.   고마운 분들도 많지만, 내가 필요로 할 때는

생각보다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 지금  이렇게 오랜만에 새벽에 글을 쓸 수 있는 건 새로 받은 아편성 진통제 덕분이다. 

몇 시간이라도 잠을 편히 잤으면 하는 마음에 하루에 한번 먹을 수 있는 이 진통제를 아끼고 아끼다가

통증으로 도저히 잠들 수 없을 때만 쓰는데, 오늘은 어쩐지 잠으로 그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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