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이동 비하인드

왜 기록으로 남기느냐

by 윤담

나는 회사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는 꽤 많이 먹었다.

결혼도 했고 애기도 낳았다.

그리고 애기들이 컸을 무렵에 운좋게 회사같은 곳에 취직하게 되었다.


그렇게 약 2년 정도 일을 했을 무렵에는 회사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직업훈련을 거쳐 연계된 다른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수습기간에서는 떨어질 뻔 하였으나, 같이 일하던 상사 덕분에 붙었다.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 회사에서 재직한지는 2년이 채 안 되었는데, 특징이 있다면 인사이동이 잦았다.

인사이동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임원진 마음이기도 하고(이게 가장 큼), 팀원들간의 불화, 역량 부족 등 공식적으로 한번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추측컨대 항상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이번 인사이동도 나에게는 다섯번째인가 여섯번째쯤 되는 이동이었다.


그 몇차례 되는 인사이동도 모두 수동적인 부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의 한 번은 팀장님에 대한 불만족으로 내가 인사이동을 신청한 것도 있었다.

그 A팀장님은 나를 취직시켜 주고, 많은 칭찬을 해주었지만

상대방을 직접적으로 무시하는 말을 많이 하고, 화를 많이 내셨다.

같이 종일 일을 하다보면 매일매일이 너무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어느날은 어떤 이유도 없이 아침에 몸이 안 움직이는 등 몸살이 나서 회사에 가지도 못했다.

어쨌든 나로서도 나를 보호하기 위해 그런 이유로 인사이동을 신청했다.


팀이 변경되고 한동안은 편했지만 그 A팀장님을 볼때마다 미안한 마음 때문에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최대한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새로 만난 B팀장님과도 친하게 지내려 노력했다. 그런데 뭣때문인지 친하게 지내다가도 B팀장님 역시 한번씩 돌변하기도 했다. 팀장은 원래 다 그런가, 내가 이상한건가 생각해보길 수차례. B팀장님은 나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일에 너무 관여하지 않게 선을 그었다. 주도적으로 일하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제한적인 팀 시스템이 힘들었고, 팀장과도 점점 멀어졌다. B팀장님의 스타일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서도, B팀장님은 뭔가 자기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에 대해 자기 방식대로 생각해서 일을 처리하고 공유하지 않았다. 일단 받아들이기로는 했지만 불편하기 짝이 없는 시간들이 흘러갔다.


그리고 이번 인사이동이 있었다. 나만 다른 팀으로 이동되었다.


모든게 다 이상했다. 일단 B팀장님과 떨어진게 좋았지만은 B팀장님이 나를 보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마음이 편한듯 불편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났다. 지금도 오랜만에 나를 보는 팀장들과 임원진들은 어떻게 이 팀으로 왔냐고 한다. 나도 모른다. 그날 그렇게 결정이 났다. 나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데 임원진들은 자꾸 B팀장 얘기를 했다.


한 4년 전 코로나가 너무 유행이어서 마스크를 안 쓴 얼굴을 이제는 볼 수 있을까 걱정하던 때. 둘째가 어린이집에 들어가서, 어린이집 동기 엄마들과 친해졌다. 마스크 쓴 얼굴로만 보다가 처음으로 밥을 먹는 자리가 있었다. 마스크를 너무 쓰고 있어서, 마스크 안 쓴 모습을 보여주는게 왜 그리 부끄러웠던지. 사람들이 마스크 벗기를 주저주저하고 있는데 용감한 몇몇이 벗더니 안 벗은 사람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더라. 밥이 나와서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벗으니 갑자기 이야기 주제가 '마기꾼'으로 흘러갔다.

*마기꾼: 마스크를 썼을 때와 벗었을 때 인상이 매우 다른 경우를 뜻하는 말로, 마스크와 사기꾼을 합친 말

그러다보니 늦게 마스크를 벗은 나는 뭔가 내가 마기꾼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내가 마기꾼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최근 회사에 앉아서 오랜만에 만난 누군가들을 대응하면서 꼭 그 마기꾼이 된 기분이 든다. 아직도 동기들도 물어보고, 어느날은 꼭 모두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그 사이에서 나는 아는척을 해야할지 모르는척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회사에서 직원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구나. 점점 회사가 싫어지고 있다.

그런데. 또 이런 마음으로 회사를 그만두지는 않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싫은데, 갈데도 당장 없긴 하지만.

뭔가 이런 지저분한 경험들이 나를 억지로 성장시킬 것 같기도 하다. 왜냐면 내가 요즘 그렇게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그런것 같기도.


어쨌든 요즘은 회사 다니기 불편하지는 않지만 싫고 곤욕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그렇지만 나에게 집중하면서 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견딜 수 없는 기분을 견디면서 열심히 회사를 다니는 나를 칭찬하면서. 더 좋은 회사에 갈 나를 만들면서. 더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노력하면서.


어쨌든 이번 부서이동은 그래도 회사 다니기 싫었는데 조금은 나아졌고, 여전히 회사 다니기 싫은 마음을 놓게 하지 않는 지저분한 기분을 느끼게도 하는 그런 경험이라고 꼭 기록해놓고 싶었다.


그리고 남은 올해는 시간이 너무 없고, 할것도 많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해서 지내자고 다짐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그걸로 목표한 바도 너무 많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 같다. 그 중 하나는 이렇게 내 기분을 살피고 기록하는 것도 있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조금씩 쓸모가 있어보이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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