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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Oct 16. 2017

'보리'와 함께 하는 애견 동반여행

함께 걷고, 함께 보는 '제주도 한달 살이'

이야기 1 : 인연, 그리고 사랑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

제주도 보목포구에서 쇠소깍으로 가는 제주 올레길(6코스) 중간에 엉커물 쉼터가 있다. 한참 오르막길을 걸으며 힘들어 하는 여행자를 반갑게 맞는 곳이다. 나무 푯말에 새겨진 인연과 사랑의 정의가 눈에 띈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많은 스침이 있었던가.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많은 인연을 만들고, 헤어지며 살아간다. 인연(因緣)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로 정의된다. 

사람과의 관계만 인연이겠는가. 우리 삶에 강아지, 고양이 등 동물들과 얼마나 많은 스침이 있었을까. 모두 연이 닿았기 때문에 우리의 곁을 스쳐갔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함께 산다는 것은 그냥 스치는 것이 아니라 스며들어야 한다. 스며들기 위해서는 끌림이 있어야 한다. 아이 컨택(Eye Contact)을 했을 때 서로 끌려야 스며들 준비가 되는 것이다. 보리를 처음 만났을 때가 그렇다. 살면서 강아지를 키워야 한다는 계획이 전혀 없던 우리 가족에게 보리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시골에서 태어나 외양간 옆에서 자라던 보리를 만난 것은 인연이고, 서울로 2시간 넘게 차로 태워 데려온 것은 사랑의 시작이다.

보리와 제주도 한달 살이를 시작한 것은 생활인으로서 누구나 경험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소진하다’의 의미인 번 아웃(burn out) 증후군을 벗어나자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했다. 새로 채우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비워야 한다. 한달 정도로 다 버릴 수 있겠느냐마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했다. 어느덧 ‘사랑’으로 삶에 스며든 ‘보리’와 함께 제주도 자연을 걷고 함께 보면서 ‘새로움’을 채우기 위해 동행을 시작한다. 

제주도 보목포구에서 바라본 석양. 

강아지 동반이 가능한 제주도 서귀포의 꼬라지오 카페에서 비옷을 입은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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