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조금 늦게 나가서 한국의 여름을 오랜만에 느꼈다. 혹시 나가 역시 나인 이 나라의 여름.
무더위와 찝찝함과 모기와의 사투를 벌이다 떠났다.
처음 도착한 런던은 꽤 쌀쌀했고 외투가 없으면 몸을 웅크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내가 있는 내내 런던은 파란 하늘을 보여줬다. 기적 같은 일. 고맙고 또 고마운런던.
그렇게 여행은 시작되었다.
여행 중 오랜만에 쉬는 시간을 가져 몇 분과 같이 그리니치 공원을 찾았다. 런던답지 않은 날씨였기에 런던 같지 않았다. 잔디에 누워있던 시간이 생각나는데 얼마 전 축구경기의 잔디가 생각난다.
그래도 가는 여행지중 덥기로는 1,2위를 다투는 바르셀로나지만 해 질 녘 바다와 낮에는 적당한 구름이 해를 가려주었다. 바다에 앉아서 2만 원짜리 데낄라를 벌컥벌컥 마시며 바르셀로나에 취해갔다.
이번에 두 번이나 찾은 스위스 융프라우. 두 번다 날씨가 좋아서 정상을 볼 수 있었다. 흔히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고 하는데 덕이 많은 분들과 함께했기 때문일까. 융프라우에서 가장 좋다는 트래킹 코스를 걸어내려 왔다. 30분 정도의 코스에 역에 다다를 때쯤 인공호수에서는 맛있는 물이 솟구쳐 나온다.
호수는 하늘을 품고 하늘은 호수를 품었다.
야간열차를 타고 가는데 열차가 고장 나 한 번에 갈 것을 3번이나 갈아타서 가야 했다. 게다가 에어컨마저 고장.. 힘든 몸을 이끌고 누웠더니 힘든 몸 보다 힘든 맘이 더 힘들다. 선물 받은 참소주와 3000원짜리 깻잎으로 마음을 추스른다.
모두들 떠나고 잠시 프랑크푸르트에 머물렀다. 호텔에만 있기에는 아쉬워 근처 한식당을 찾았다. 식당에는 나 혼자. 짬뽕 한 그릇, 공깃밥 하나 소주 하나를 시켰다.
짬뽕도 한 그릇, 공깃밥도 한 공기, 소주도 하나, 그리고 나도 혼자였다.
혼자인 것들끼리 모여 우리를 만들었던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