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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O김 Dec 13. 2017

남미는 따뜻하다.

에피소드 2 (소금사막, 푼타아레나스)

소금사막을 가는 날이다. 대부분 야간 버스를 타고 가는데 비행기를 타고 갔다. 비행기 밖으로 광활한 하얀 사막이 펼쳐져있다. 공항에 도착하자 직원들이 가방을 수레에 싣고 온다. 사막의 공항과 짐을 나르는 직원들 덕에 나는 볼리비아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사에 가서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지프차에 나눠 타고 사막을 향했다.

대부분 남미 여행을 준비할 때 우유니 사막을 기대한다. 나 역시도 그랬지만 피곤과 고산에 지쳐 지프차에 몸을 싣고 있을 뿐이었다. 그보다 더 힘든 것은 화장실이 잘 없다는 것이었다. 화장실이 없다고만 생각하면 배가 슬슬 아픈 나에게는 정말 힘든 것이었다. 

"돈 데 에스따 바뇨?" 란 말을 보는 사람마다 잡고 물어봤다. 곧 나와~라는 그 말이 듣고 싶었던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달려 콘셉트 사진도 찍고 공룡과 싸우는 사진도 찍으니 숨이 가빠져온다.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곳이란 걸 다들 잊은 모양이다. 점프하고 구르다 보니 다들 점점 얼굴색이 달라진다. 한참을 달려 우리만 있는 사막 한가운데로 향했다.


하얀 소금사막과 파란 하늘, 그리고 몇 명의 사람이 참 잘 어울렸다. 우유니 사막부터 느낀 거지만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자연이라기보다는 잘 가꾸어진 테마파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져서 아무 생각 없이 땅만 보며 걷다 보니 한참을 멀리 왔다

사람의 손 때가 묻어있는 사막의 길. 인간이 없었다면 하얀 모습 그대로 일 텐데 자연을 구경하기 위해 온 나였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유니 투어에서 신기했던 건 아무 길도 없는데 기사들이 어떻게 저렇게 잘 가지? 하는 의문이었는데 그들이 만들고 또 물려준 길이 아닌 길이 존재하고 있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멀리 산 같은걸 기준으로 삼는다고 했다.


우유니 사막을 지나 해발 5000m까지 올라갔다가 국경을 통과하니 칠레 아타카마까지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1시간 가까운 내리막길은 정말 신기했다. 그리곤 귀가 아파왔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을 가기 위해서는 아타카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타고 푸에르토 나탈레스란 마을로 가야 했다. 아침부터 서둘러 아타카마에서 비행기를 타니 중간에서 경유를 한다. 사람들이 내리고 사람들이 타는 신기한 경험을 하는데 비행기가 출발을 안 한다. 비행기의 어떠한 문제 때문에 나탈레스로 가는 버스를 놓쳤다.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내리고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푼타 아레나스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푼타 아레나스는 펭귄 투어로도 유명하지만 한국인들에게는 박명수 라면집으로 더 유명하다. 마침 출출했던 차라 라면집을 찾아 나섰다. 문을 많이 닫아 아무나 쉽게 먹을 수 없는 곳이지만 난 운 좋게 먹을 수 있었다.


무단도용은 아닙니다..

티비속의 사장님은 친절하게 맞아주셨고 따뜻한 라면과 김밥을 내어주셨다. 연착 때문에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인지 내 표정을 보시고는 나갈 때 힘내라며 어깨를 두드려주셨는데 라면보다도 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홀로 바다로 나와 가만히 앉아있으니 집 생각이 간절했다. 라면과 김밥 때문이었을까 지구 반대편이면 우리 집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사장님의 격려 때문이었을까. 파도소리가 구슬프다. 가슴 한켠이 뜨거워진다.

남미는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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