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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O김 Jan 30. 2018

우유니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우유니 사막. 요즘 티비에서 소재가 많이 되고 있어 더욱더 알려지고 있다. 최근 아버지도 우유니가 어딘지 나에게 물어보곤 한다. 해발 3600m의 도시 라파즈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걸려 우유니 공항에 도착한다. 비행기 너머로 보이는 하얀 사막들. 우유니에 온 것을 실감한다. 우유니 공항에서는 비행기에서 짐을 내려 직접 달구지에 싣고 끌어온다. 여행사에서 픽업 나온 버스를 타기 전 나는 말한다.

"이곳은 우유니라고 합니다."

지프차 지붕에 짐을 올리는 순간부터 우유니 투어가 시작된다. 1박 2일 투어, 2박 3일 투어, 선라이즈 투어, 선셋 투어 등 그 종류도 다양한 우유니 투어는 관광객들을 현혹한다. 주로 대부분 2박 3일 투어를 하며 다음 도시로 넘어가곤 한다. 2박 3일 투어를 하면 5500m까지 올라가므로 상당한 체력을 요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1박 2일 투어로 선셋 투어, 선라이즈 투어를 다 즐길 기회를 가졌다. 모래먼지 풀풀 풍기는 지프차는 우리를 기차 무덤으로 데려다준다.


구름이 다했다.

한 때 광물자원을 옮기던 기차들은 현재 그럴싸한 사진 포인트로 남아있다. 물론 날씨가 좋지 않으면 굉장히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람들은 우유니에 있다는 그 황홀함에 고철더미에서 올라타고 점프를 하며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쁜 숨을 몰아쉰다. 이곳은 해발 3300m다. 모래를 풀풀 풍기며 가다 보면 주변이 점점 하얗게 변한다. 티비에서 인터넷에서 봐오던 하얀 소금사막이 펼쳐진다. 볼리비아 사람들이 1000년 동안 먹어도 다 못 먹을 양이 매장되어 있는 소금사막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지프차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달려 고독을 선사한다. 하지만 서로 설정샷 찍기에 여념이 없다.

모델은 제가 아닙니다.

육각형의 모양으로 갈라진 헥사고날 지역에서 어디에선가 본 적 있는 사진을 따라 한다. 손바닥에도 올라가고 프링글스 통에서 나오고 공룡과 싸우기도 한다. 흰 바닥과 파란 하늘은 고산병 따위를 잊게 한다. 그래도 숨은 여전히 차오른다. 소금 호텔로 가서 점심을 먹고 둘러본 뒤 저녁쯔음 물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우리나라 겨울 시즌에 이곳은 우기라 소금사막에는 물이 차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고 불리는 우유니 사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상하 반전으로 만든 사진.

알록달록한 포장마차 의자에 앉아 여러 가지 자세를 취해본다. 사진기를 든 사람의 눈에는 두 명씩 보인다. 이렇게도 선명한 반영을 본 적이 없어 찍은 사진을 보고 다들 감탄을 금치 못한다. 지프차 운전사들은 사진을 찍어주며 계속 '솜브라'라 외친다. 그림자란 뜻을 가진 '솜브라'는 그들이 완벽한 사진 선물을 위해서 목이 빠져라 외쳐야 한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에 다들 정신 차리지 못해 다른 사람 사진에 자기들의 완벽한 솜브라가 들어가 있는 줄도 모른다. 해가 넘어가자 또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각양각색의 포즈를 취하라고 했으나..

찍고 나서 개인적으로 참 좋아했던 사진이다. 뭔가 개성이 묻어나느것도 같고 표정들을 숨길 수 있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이 사진이 맘에 들어 계속 들여다본 사진이다. 이 날 밤 '후아리'라고 불리는 볼리비아 맥주에 취해 한국에서 들고 온 소주에 취해 숙소 근처에 나갔다가 쏟아지는 별들에 더 취했다. 사진은 찍지 못하고 눈 속에 머릿속에 한가득 담고 왔다. 선라이즈 투어를 위해 새벽 세시에 나왔으나 밤새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 때문에 별은커녕 비만 실컷 구경했다. 그 와중에 혼자 비를 맞으며 우유니 사막의 물 위를 걸었다.


여행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머리 위에 떨어지는 비의 느낌과 장화 위를 타고 흐르는 비의 느낌. 아무도 없는 검은 하늘은 번개가 칠 때마다 하얀 소금 사막을 다시 보여줬다. 정말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절로 숙연해지고 나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그리고 멀리서 번개가 아닌 차량 헤드라이트가 깜빡인다. 날씨가 좋지 않아 일찍 다시 숙소로 복귀하기로 하였다. 선라이즈의 백미인 별을 보지 못하고 일출을 즐기지 못해 다들 속상한 모양이다.


"그래, 그래도 우유니이니까요."

다들 깊은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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