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거리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이랬으면 좋겠어요"
로마에서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가던 길이었다. 듬성듬성 가로등 불 따라 아무 생각 없이 돌들 틈을 밟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문득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나라도 이랬으면 좋겠어요"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뒤를 돌아보니 20살 친구가 또랑또랑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떤 게 마음에 들어요?" 내 포괄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간결하고 명료했다. "지금 여기 이 느낌요."
멀리 보이는 호텔 네온사인 말고는 가로등 말고는 불빛 없이 달빛이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연신 한국에 돌아가기 싫다며 입을 삐죽거렸다.
고요한 이 모습. 꽤 큰 대로변임에도 불구하고 10시가 넘으니 가게들이 열었음에도 길은 달빛에 집중할 수 있었다. 참 그 길들이 좋았었다.
"한국은 참 신비로운 곳이야"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놀러 왔다. 꽤 친했던 친군데 아시아 여행을 할 때 꼭 한국에 들리리라 약속을 했었었다.
그때 부산에 남포동과 서면을 데리고 갔었다. 화려한 조명과 네온사인을 보며 연신 "어메이징'을 외쳤다. 그 친구는 체코 사람이었다. 그 술기운에 그 찬바람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연신 카메라를 들이댔다. 길거리의 전단지 호객에 흥분했고 화려한 불빛 아래 친구는 흥분했다. 그리곤 나에게 이야기한다. "다시 돌아가면 가게를 차릴 때 꼭 한국식 간판을 설치할 거야! " 그 조용한 나라, 게다가 그 친구가 사는 조용한 도시에 이런 간판 하나면 장사가 잘될 법 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말없고 조용한 체코 친구는 한국의 화려한 밤거리에 "어메이징"을 500번 외치고 술에 취해 잠들었다.
늘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은 사람의 기본적인 욕망인 것 같다.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조용하고 그윽한 골목은 우리에게 로망이었고 체코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간판은 내 친구에게 낭만이었다.
그때 그 20살 친구와 한국에서 만나서 술자리를 가졌다. 술기운이 살짝 올라 나에게 말했다.
"역시 한국이 최곤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