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밖은 위험하니까 울타리로 그곳과 나머지 공간을 분리해 두었어. 충분히 넓은 공간이 너의 놀이터가 되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다인이는 그 넓은 공간 가운데서 꼭 부엌과 가까운 벽에 붙어 통곡을 하는지. 널 놀이터에 두고 밖에 나와서 이삿짐을 싸거나 원고를 작성하려는 엄마의 계획은 너의 울음에 언제나처럼 물거품이 되어버렸어. 하루 이틀이 아니니 그리 새롭지 않아 뉘에 뉘에 알겠습니다 하는 표정으로 울타리를 타 넘고 너의 놀이터로 들어가 토템처럼 자리를 지키고 앉았지. 혼자 놀면서 꼭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착형성이 잘 된 반증이니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놀이터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아. 휴대전화기를 들여다보려면 엄마가 뭘 보고 있는지 득달같이 달려와 화면을 들여다보려는 통에 제대로 읽기가 쉽지 않아. 소리가 나는 영상은 더더욱. 그러다 보면 멍하니 너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길어져. 그래서 너의 변화에 대해 엄마가 잘 알 수 있는 거겠지.
많은 장난감들 가운데 오늘 너의 간택을 받은 녀석은 투명한 플라스틱 공이었어. 브라이트스타트에서 나온 놀잇감인데 4개월부터 가지고 놀 수 있다던가? 다섯 가지의 공은 각각의 특색이 있어서 흔들면 소리가 나거나 울퉁불퉁하거나 한 개성 있는 모양을 하고 있어서 갖고 놀기에 참 좋아. 언제나처럼 공을 굴리며 놀다 쥐고 빨다 하더니 한 손으로 공을 쥐고 번쩍 치켜들었어. 앙증맞은 짧은 손가락으로 공을 움켜쥐고 나머지 몸으로 너의 체중을 엎드려 지탱한 채 한 손을 번쩍 들다니. 처음 보는 포즈에 엄마는 또다시 호들갑 모드에 돌입했어. 아빠한테 우리 애는 천재인가보다는 헛소리까지 지껄이고 말았지. 아빠는 그저 웃을 뿐이었어.
다인이는 공을 쥘 때 손가락 세 개를 사용해. 엄지와 검지, 중지로 공을 쥐고 손목을 살짝 돌리며 공을 들어 올려. 다섯 손가락을 다 쓰는 게 공을 쥐기에 더 편하지 않을까 싶은데 꼭 그렇게 들어 올리더라. 그러고 보니 야구선수가 공을 던질 때 손가락 세 개로 쥐던가? 만일 그러하다면 어쩌면 이건 천부적인 재능인 걸까? 이런 소리를 하면 아빠가 또 웃겠지?... 그래도 어쩌겠어. 너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두 다 신기하단 말이야. 신기하고 신비로워서 너무 좋은걸 어떡해.
오죽 좋으면 밥 먹는데 옆에서 똥을 싸도 괜찮겠니. 아빠랑 엄마랑 밥 먹는데 옆에서 익숙한 꼼꼼한 냄새가 나서 보니 한바탕 하셨더라고. 화장실로 데려가 씻기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벗긴 기저귀를 치우며 아빠가 그랬어. 오늘은 변 색이 괜찮네 하고. 며칠 녹변을 싸서 걱정을 조금 했거든. 양도 어제는 선나꼽쟁이만큼 쌌는데 오늘은 양이 늘어서 그 걱정도 덜었어. 다른 아기의 것이었다면 조금은 거부감이 있었을 텐데 엄마 아빠 딸의 생리현상이라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더라. 이것도 사랑인가? 사랑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