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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페이지 Jan 21. 2022

여행의 동기는 갑자기 부여된다

부여

여행을 떠나 도로명 주소를 들여다보면 지역의 색을 느낄 수 있다. 경주에서는 원효로, 화랑로, 태종로와 같은 신라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학교의 이름은 어떠한가. 월성초등학교, 화랑초등학교, 서라벌여중, 선덕여고. 더 말할 것도 없다. 전주여행에서도 만난 적이 있다.


전주는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본관이기도 하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걸려있는 경기전도 있고, 한옥마을도 그렇고 조선의 것이 짙은 도시이다. 그런데 전주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 도로명 주소 안내판에 '백제대로'라고 적혀있는걸 보니 순간 '어라?' 싶다가 이내 '아아...'하고 수긍했다. 경주 역시 조선이었지만 신라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전주도 조선이었고 백제였던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라도의 땅은 비옥하다. 나라의 대표적인 곡창지대가 자리잡고 있어 예로부터 곡물이 많이 나던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백제의 유물을 보면 풍요롭다. 화려하게 아름답고 섬세하다. 이들이 부여받은 GIFT는 삼국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디테일에 있어서 독보적인 것 같다 - 개인적인 견해이다. 백제를 건국할 때 온조왕이 땅을 잘 보았나보다. 부동산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다.


백제는 첫번째 도읍으로 삼은 하남 위례를 고구려의 침공에 내어주긴 했지만, 웅진백제의 시대를 버텨 사비로 천도하고 재도약을 꿈꿨다. 그리고 국호를 남부여라고 바꾸었다고 한다. 조선이 고조선의 이름을 잇기 이전, 남부여는 부여의 이름을 이었다. 그 이름은 사비 지역의 현재 행정구역명인 부여군의 머릿글자 두개인'부여'로 남았다.


부여에 남은 백제 유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백제로서 부여받은 시대는 저물었지만 찬란했던 역사의 흔적은 길이 남을 것이다. 이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은 지역으로 사람들을 불러오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가본 적이 없다, 부여는. 곧 여행을 떠나야겠다. 마중물을 맞는 것은 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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