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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하다 Dec 08. 2020

마케터에게 SQL을 권한다는 것

SQL이 그렇게 좋다던데, 마케터에게도 그렇게 좋다던데

언제부턴가 많이 들려오기 시작한 퍼포먼스 마케팅, 그로스 해킹과 같은 작업을 잘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데이터라는 십중팔구는 데이터라는 답이 돌아온다. 데이터가 없으면 퍼포먼스 마케팅이고 그로스 해킹이고 허공에 삽질이 되기 딱 좋다.


그래서 데이터가 중요하다 중요하다 중요하다 100번씩 말하는 데, 그 데이터가 있어도 잘 다루지 못하면 또다시 허공에 삽질이다. 잘 다루기 위해선 여러 가지 능력이 필요하지만 그중에 하나는 SQL이다.


그런데 마케터에게도 SQL이 필요한 기술일까? 

마케터에게는 알면 좋은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마케팅을 하나는 사람에게 특히나 SQL이 필요한 기술일까? 


일단 나에게 "마케터에게 SQL이 필요한가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마케터가 SQL을 할 줄 알면 좋지요."정도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인생에 100%는 없으니까. 무조건 좋다고 하기는 어렵다. 누가 와서 이거 100% 좋다고 하면 의심부터 하고 봐야 하는 데 혹해서 정말 100% 좋다고 믿고 싶은 게 인생이다. 그래서 마케터에게 SQL은 무조건 배워야 하는 도구이고, 100% 좋은 도구이고,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다만 마케터가 SQL을 할 줄 안다면 좋을 만한 이유 정도는 몇 가지 말해볼 수 있다. 


SQL을 권하는 충분한 이유 1. 업무의 속도

SQL을 알면 업무의 속도가 빨라진다. 물론 SQL이 모든 업무의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요술방망이는 아니지만 몇 가지 경우에는 매우 확실하게 업무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업무의 속도가 빨라지는 이유는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덤으로 아쉬운 소리도 조금 덜하고 살 수 있다.


남들이 개발팀이나 데이터팀에 가서 물어보고 답변 기다리는 동안에 간단한 데이터는 SQL을 직접 써서 뽑을 수 있게 된다. 혹여나 결과 데이터가 뭔가 부족해서 약간의 수정이 필요할 때도 쿼리만 받아서 이해하고, 스스로 수정을 할 수 있다면 업무의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렇지 않아도 항상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 많이 할 수밖에 없는 마케터에게 하나라도 아쉬운 소리 할 상황이 줄어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SQL 잘하면 업무의 속도가 빨라지긴 하는데, 그렇다고 플래시 같은 속도로 일할 수는 있다는 건 아니다.


SQL을 권하는 충분한 이유 2. 정확한 질문을 하는 능력

SQL을 다루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확하게 물어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데이터팀 혹은 데이터를 관리하는 개발자에게 가서 "내부 DB에 기록된 지난달 매출을 뽑아주세요."라는 요청을 했다고 하자. 그러면 “대체 무슨 매출을 뽑아달라는 거냐?”는 질문이 돌아올 확률이 높다.


만약 회사가 크고, 이미 체계가 갖추어져 있어서 내부 DB에서 뽑는 매출이란 이렇게 뽑는다는 합의가 존재한다면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퉁명스러운 질문이 되돌아오는 건 그나마 양반이다. 뽑아주는 사람이 제멋대로 기준을 정해서 뽑아버리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나는 당연히 환불 금액을 제외한 매출을 생각해서 그것을 뽑기를 원했는데, 뽑아주는 사람은 환불금액을 포함해 매출을 뽑아줄 수도 있다. 이때 내가 원했던 것이 환불금액을 제외한 매출이라면 한 번 더 왔다 갔다 해야 하고, 그 사이에 시간은 흘러간다. 더 최악은? 기준이 뭐가 어떻게 되어있는 줄도 모르고 쓰는 것이다.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확하게 질문을 해야 한다. SQL 지식이 있다면 스스로도 좀 더 정확한 질문을 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상대방이 이거 뽑으려면 쿼리를 날려야 할 텐데, 그때 이런이런 조건을 걸어야 하니까 좀 더 오가는 횟수를 줄이는 게 가능하다. 질문을 정확하게 한다면 자연스럽게 업무의 속도도 빨라지고, 서로 같은 일 여러 번 하는 번거로움도 없어진다. 이런 걸 두고 win-win이라 하는 것이다. 


SQL을 권하는 충분한 이유 3.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

지금의 세계는 많은 것이 디지털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 원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디지털 환경,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세계에 익숙해져야 한다.


지금의 컴퓨터는 아직 사람처럼 직관에 의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나중의 컴퓨터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일상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대부분 그렇지 않다. 지금의 컴퓨터는 대부분 누군가 만들어놓은 알고리즘에 의해, 논리적인 구조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정보를 저장하는 비용이 점점 저렴해지고, 상상도 못 할 만큼 수많은 정보가 여기저기 쌓이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세계에서 그 정보를 다루는 언어는 SQL이다. SQL을 잘 다룬다는 것은 논리적이고 구조화된 사고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디지털 환경은 누군가 만들어놓은 알고리즘에 의해, 논리 구조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원하는 정보를 조합하고 찾기 위해서는 논리적이고 구조화된 사고를 할 줄 알아야 유리하다. 더불어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일상의 업무에서도 논리적이고 구조화된 사고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SQL을 통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그런데 말입니다... 

스프레드시트는 잘 쓰시나요? 엑셀은 잘 쓰시나요?

호미로도 막을 수 있는 걸 가래까지 쓸 필요는 없는 법이다. SQL을 쓸 줄 아는 것도 좋지만 그전에 데이터 자체를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SQL 이전에 구글 스프레드시트, 마이크로소프트 엑셀부터 잘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문제는 SQL까지 가지 않고 해결이 가능할 수도 있다. 엑셀을 통해서 데이터를 다루고 다루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것들을 SQL로 해결하는 게 마케터에게는 더 올바른 접근 방식이다. 


좋은 도구를 잘 다룰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도구에만 집착하면 그런 사람을 장비병 환자라고 부른다. 


그래서 SQL 잘 쓰는 마케터를 잘 쓰려면? 

그럼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도저히 SQL이니 뭐니 잘 모르겠으니까 우리 팀에 SQL 잘 쓸 줄 알고, 엑셀도 시급으로 잘 쓰는 마케터가 붙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만사가 형통하게 될까? 


예상했던 것처럼 답은 No!


마케터가 SQL을 잘 쓰기 위해서는, 혹은 SQL을 잘 쓰는 마케터를 잘 쓰려면 그만큼 데이터를 잘 다룰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데이터가 가공하기 쉽게 적재되어 있어야 하고, 마케터가 그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환경은 하나도 갖춰놓지 않고, SQL 잘하는 마케터를 데려다 앉혀놔 봐야 무소용이다.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리소스가 소모된다. 


좋은 음식의 기본은 좋은 식자재인 것처럼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좋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좋은 데이터가 무엇인지는 지금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고, 이야기를 해봐야 헛소리만 늘어날 것이니 마케터에게 SQL을 권하는 이유는 이 정도로 마무리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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