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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듬 Dec 13. 2020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눈물이 마르는 시간, 이은정, 마음서재

'가난하고 자주 울지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


어떤 삶인가.

어떤 삶을 살고 있기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하는가.


모르는 이의 한 섞인 노래를 들으며 담벼락 아래 의자를 준비하고 싶다는 마음

가시는 길 어둡지 말라고 마당을 밝혀 놓는 마음

싱크대와 시멘트까지 전부 갉아버리는 정체 모를 동물을 위해 뒷마당에 음식을 놓아두는 마음


이런 마음을 지닌 사람이면 '가장 행복한 순간'을 살고 있는 것, 맞지.



'미간이 부푼 울읍한 상태였다'

'오늘 이 눈물이 찬란한 봄의 서막이라면 나는 기꺼이 울 뿐이다. 겨울의 등을 떠미는 봄의 목소리가 들린다'

'거실 창에는 바람이 하품을 해놓은 듯 희읍스름한 자국이 퍼져 있다'

'구거작소 하는 용녀, 용남인 것을'

'끈질긴 동장군의 새벽이 지나고 부절히 맞이한 겨울이었다'

'세상 모든 냄새를 경각간에 얼려버리고 오롯이 차가움만 남은 겨울 가운데 서서'

'어둠이 내렸다. 검은 능선이 하늘 가득 펼쳐지고, 날카로운 바람이 밤을 베며 산을 넘는다'

'각회진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까마귀 한 마리가 파드닥 하늘로 오른다'



쉽게 읽고 넘길 문장들이 아니다. 여러 번 소리 내어 다시 읽었다. 고심해서 고른 단어 하나하나가 만들어낸 아름다움과 은유 덕분에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했다. 마치 시어들을 모아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는 시를 사랑했었단다.


'시를 사랑해서 시어마다 가슴이 베였던 나는 결국 시가 아닌 수필의 진실함으로 우울증을 씻어낼 수 있었다'


'머리가 부서져도 좋을 것 같았던 눈물의 밤'을 오래 지내고 나서 작가는 '나에게 인정받으며' 나다운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작가의 삶을 따라가며 위로를 얻는다. 멸치똥을 따다가도 울컥하고 까닭 모르는 봇물 터진 눈물에 당황하지만 우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부지런히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나의 이 어두운 시간들도 언젠가 나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다.



작가의 삶도, 내 삶도, 어디선가 남모르게 헤매고 있는 이들의 삶도 응원한다.


'다시는 어디선가 나를 잃고 헤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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