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9-2021.03.18, 내 삶의 변곡점
6개월 동안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격렬하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저 자연이 주는 위로, 존재가 주는 위로에 오롯이 나를 맡기고
찬찬히 나를 톺아보며 내 안에 있는 무수한 생각들과 마주했다.
평생 '불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불안을 달고 살던 내게
'나'로 살지 못한 무수한 시간들 때문에 끊임없이 자책하던 내게
멈춰도 괜찮아
같지 않아도 괜찮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고 말을 건넸고,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렀다.
이제 다시 에어팟이 없으면 잠시도 버티기 힘든 도시로 돌아왔다.
지난 8년 동안 무슨 일을 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이제 다시 24인치 모니터 두 개를 앞에 두고 개조식 문장을 구상하고 논리적인 문서를 만들어야 하는 도시로 돌아왔다.
그래도,
오름의 부드러움
구름의 자유로움
성산일출봉의 단단함
숲길의 싱그러움을 내 안에 가득 담고 돌아왔으니 괜찮다.
미친 듯이 질주하던 것을 멈추고 커브를 틀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니 이제는,
삶의 변곡점을 즐길 준비가 되었다.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힘에 부치지만 이제는,
내가 나를 믿기 시작했으니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