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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듬 Aug 20. 2021

자동으로 기억하는 삶

내 꿈은 퇴사


대전에서 출퇴근할 때는

이번 신호 놓치면 남은 신호 줄줄이 걸릴게 뻔한 상황에서 머리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동으로 엑셀을 훅훅 밟을 때마다 이딴 거 기억하는 삶 그만하고 싶다, 고 생각 했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면서부터는

고터에서 사람들 우르르 타기 전 반대편 문 앞에 가 있어야 교대에서 수월하게 내릴 수 있는 것 따위 자동으로 기억하는 삶 그만하고 싶다, 고 생각 했다.



오늘 출근길. 분명 늘 가던 곳으로 나왔는데 지하철 출구 나서자마자 낯선 빌딩들이 보였다. 순간 내적 환호 대폭발. 회사 가는 길 따위 내 몸이 기억하지 못해!!! 야호!!!!!!


지난주에는 연구원에서 대전역 가려고 카택 호출했는데 실패하고는 터덜터덜 걸어 나와 버스+지하철 타고 가다가 갑자기 생각났다. 대전은 양반콜이지!!! 존재 자체를 까먹었어!!! 야호!!!!!!!!



지하철 열리는 문 방향, 계단과 가까운 칸 번호 같은 것 자동으로 기억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늘 생각했는데 진짜로 잊으니까 너무 좋다. 진짜로. 내가 지독한 방향치/길치에 기억력도 완전 나쁜 것은 중요치 않은 거다 지금(....).



적다 보니 나 회사 다니는 거 진심으로 싫어하네. 장소가 어디든 진짜 온 마음으로 싫어하네.

20대 때 회사 들어가기 싫어서 매일 아침 건물 주변을 좀비처럼 빙빙 돌던 때랑 달라진 게 없네.

10년 넘게 매일 좀비 생활이라니. 진짜 인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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