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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Dec 07. 2018

조금 기웃거려도 괜찮잖아요?


  어느덧 대학 입시제도에서 조금은 멀어진 대학교 4학년이지만 그때 당시 입시제도를 보며 했던 생각과 지금 하는 생각은 크게 달라진 바 없다.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생활 기록부’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지만 그 양은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3~4장에서 많게는 20장이 넘는 생활기록부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그 안에는 학생에 대한 많은 데이터들이 담겨있다. 그를 통해 이 학생이 어떻게 학교생활을 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이어지는 글은 대학교를 갓 입학했던 스무 살의 내가 생활기록부에 대해 쓴 글이다. 


생활’기록’부가 아닌 생활’꾸밈’부

  ‘정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요즘 입시 제도의 현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정시가 점점 수시에게 밀리고 있다. 수시를 통해 선발하는 인원이 정시를 통해 선발하는 인원보다 약 3배 가까이 많다. 수시 전형 내에서 존재하던 수능의 중요성도 현저히 줄었다. H대학교는 작년부터 논술에서 수능 최저 등급을 없앴다. 뿐만 아니라 S대학교는 내년부터 정시를 아예 폐지한다. 이처럼 정시의 비중이 현저히 줄고 수시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일까?

  수시는 정시에 비해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살릴 수 있다는 뚜렷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이 본질을 잃지 않고 실현되고 있는지는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생활기록부가 그 단적인 예이다. 면접을 보는 수시 전형의 경우 생활기록부의 근거해서 질문을 한다. 이때, 중점을 두고 보는 것 중 하나가 꿈을 적는 란이다. 보통 이 꿈은 고등생활 3년 내내 일치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꿈을 향해 일관성 있게 노력했음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는 바람직한 평가의 잣대가 아니다.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체험해 보아야 하는 것이 학창 시절이다. 성인이 된 다음에도 진로를 못 정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하물며 학생들의 경우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많은 꿈을 꾸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물론 한 가지의 꿈을 확실히 정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좋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꿈을 한 가지로 국한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적기 위한 꿈에 불과한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입시 제도에서 수시의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학생들이 공부가 아닌 스펙 쌓기에 치중하기도 한다. 진심으로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와 관련된 활동을 하기보다는 입시에 유리하게 작용할 만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더 심하게는 학교 측에서 활동하지 않은 동아리를 명목상 이름만 그럴싸하게 붙여서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꾸며진 생활 기록부를 통해서는 학생을 똑바로 평가할 수 없다.

  각 학생들의 특징을 살리고자 하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그 진정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제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입시를 통해 보다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학생들에게도 부담을 덜어주고 진심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노력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기까지가 대학 입시를 막 끝마친 새내기의 내가 쓴 글이다. 여기서 지적했던 문제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학은 학생들에게 일관된 꿈을 강요하며 그 꿈에 맞게 일관된 행적을 보여주는 학생을 높이 평가하지만 정작 그 시기에 확정적인 꿈을 가지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스펙 쌓기에 치중하여 유명무실한 대회 참가와 상장들로 가득한 생활기록부가 가지는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큰 변화가 없다. 논술이 폐지되는 학교가 많아지고 정시의 문은 점점 좁아지며 수시에서 학생부 전형은 점점 확장되고 있다. 내신의 중요성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특정 전형에서는 생활 기록부가 가지는 힘이 상당히 크다. 생활기록부의 허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은 많다. 그러나 나는 대학 입시를 위해 학생들이 하나의 꿈을 정하고 그에 맞춰 생활기록부를 꾸며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이 많다. 초, 중, 고등학교를 거쳐 이제 진짜로 자신의 삶을 펼쳐나갈 때가 되었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이다. 그들도 모두 생활기록부에 적어낸 꿈이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목표에 맞춰 차곡차곡 쌓인 생활기록부를 통해 대학의 관문을 통과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은 대학을 위해 끼워 맞춰진 꿈이었을 뿐 진짜 꿈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의 진짜 꿈은 무엇일까? 청소년기 학교를 다니는 그 숱한 시간 동안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었을까?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 일은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들이 꿈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의 원인을 무조건 외부에서만 찾는 것 역시 무책임한 태도 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당장 눈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 ‘대학 입시’를 생각하고 거기에 자신의 학생 생활을 끼워 맞추느라 진짜 꿈을 위한 다양한 경험들을 놓쳤을 것이다.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여기저기 조금씩 기웃거린 학창 시절의 경험은 단순히 왜 줏대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가? 이때야말로 조금씩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자신의 앞 날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우리는 그들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시간을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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