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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로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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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lla Oct 02. 2015

엄마를 응원해줘!

25w4d  /  D-101


드디어 엄마가 너의 손싸개를 완성했단다!

솔직히 손 바느질은 영 취미가 없어서 였는지

남들이라면 몇 시간이면 충분한 걸 가지고 엄마는 2주나 걸려 완성했어.. -_-;;


엄마 손의 절반도 안 되는 작고 앙증맞은 천 조각 위에

핑크색 실로 작은 하트를 새기면서

이 작은 손싸개에 너의 보드랗고 자그마한 손이 들어가겠구나 생각하니,

새삼 기대되고 설레더라.


그렇게 작은 작성이 들어간 손싸개는

길어야 50일 정도 너의 손을 감싸게 된다더구나.

아쉬운 마음이 들어 너의 손에 작아질 때까지 씌워주겠다는 엄마의 다짐에

엄마 친구는 콧방귀를 끼며 말했어.

"로하의 뇌 발달을 위해선 손싸개 보단 손을 잘 놀려줘야 해!"라고 말이야.




널 만나기 전, 

엄마는 15년 정도 오랜 사회 생활을 했었어.

소위 '골드미스'라는 타이틀의 직업과 연봉에 미치는 워킹우먼은 아니었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은 누구 못지 않을 만큼 열심이었고

그러다 보니 '결혼'과 '아이'는 엄마랑은 먼 이야기라 여겨졌지.


엄마와는 반대로 한참 예쁘고 어린 나이에 일찍 결혼을 하고

너처럼 예쁜 아이  한둘쯤은 이미 키우고 있던 엄마의 어떤 친구들은 

엄마의 그런 사회 생활을 부러워하기도 했단다.

그저 각자의 길과 선택이 달랐을 뿐인데도 말이야.


마스카라로 속 눈썹을 한껏 추켜올리고 

10센티도 넘는 아찔한 핑크색 하이힐에 두 발을 올려 놓은 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신상 구두와 옷을 검색하던 엄마는 

세 달 후면 만나게 될 널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야,


머리는 늘 헝클어져 뒤로 질끈 묶어야 했고

밤새 우는 아이를 달래고 젖을 물리느라 하루 종일 초췌한 얼굴이었던

주변의 엄마들을 존경하게 됐어.


동시에 안쓰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나는 저런 모습으로 변하지 않겠다 다짐했던 엄마의 지난 생각들이

얼마나 경솔했는지... 한없이 부끄러운 마음이란다. 


그 고된 일상의 모습이 인내와 사랑이었음을..


아이쿠! 

지금 엄마의 오른쪽 배 위로 쭈욱- 하고 뻗은 너의 발길은 

겁먹은 엄마에게 보내는 응원인 거지?!! 


널 만날 날이 가까워지니 엄마가 겁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거든..

로하야, 엄마 응원해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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