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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Jul 15. 2023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비가 많이 와서 사나흘째 집에 콕 박혀 있습니다.

답답합니다.


사실 퇴직 후에 나름대로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지키며 잘 지냈습니다.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가끔씩 모임에도 나가며 38년 동안 몸에 배어있던 직장생활의 틀을 잘 털어내고 비교적 잘 적응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밀려오는 무료함과 답답함은 자꾸만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아내가 곁에 있어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커피나 간식을 챙겨주어서 무료함을 많이 메꾸어 주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2 년 반을 홀로 계시다가 아버지 곁으로 가셨습니다.

어머니의 2년 6개월을 생각해 봅니다.

예전에 GOD가 부른 “우리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노래가 있었지요.

사실 내 어머니는 그런 어머니가 아니셨습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시고 본인을 먼저 챙기시는 분이었습니다.

뭐가 먹고 싶다고 당당히 요구하시고 컨디션이 안 좋으면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전화를 하시던 그런 분이셨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짜장면을 드시고 밥을 비벼 드셨어”라고 가사를 바꿔도 이상하지 않은 어머니였지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따금씩 어머니를 뵈러 가면 참 씩씩하고 뭐를 해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복지관에 가셔서 하모니카와 캘리그래피를 배우시고 집에서도 서예를 하고 책도 참 많이 읽으셨습니다.

그래서

안심을 했습니다. 어머니를 뵙고 나면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안심이 아니고 내가 방심을 했다는 것을…

내가 본 어머니의 모습은 씩씩함이 아닌 외로움과의 치열한 싸움이었습니다.

안 그런 척하셨던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싸하게 아파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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