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덕 Aug 27. 2023

그냥 지나가다 들렸네..

지난주 비가 많이 내리던 날 친구가 전화를 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50년 지기입니다.

“너희 집 아파트 주차장이다. 얼른 내려와라”

-웬일이야?

“지나가다 들렸어. 낮술이나 한잔하자”

- 네가 왜 여길 지나가?

“잔소리 말고 내려와”


이렇게 해서 생각지도 않은 친구와 낮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인데 골프를 치러 갔다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중도 취소하고 차를 돌려 날 보러 왔다고 했습니다.

따끈하고 부드러운 육전을 시켜서 소맥을 말아먹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와서 따뜻한 전이 제격입니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고 갑니다. 참 편안하고 느긋한 술자리입니다.

막내딸 결혼시키고 나면 사업을 접고 쉬고 싶은데 이놈에 지지배가 시집갈 생각을 안 한다며 걱정을 합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 거래처 비위 맞추기고 치사하고 스트레스받는 것도 너무 싫다고 합니다.

친구는 내가 참 부럽다고 했고 나는 아직도 일을 하는 친구가 부럽습니다.

어느새 소주 한 병과 맥주두병을 비웠습니다.

소주 한 병 먹고 대리운전 부르기는 너무 아깝다며 “이제 배부르니 소맥은 그만하고 그냥 소주를 먹자”라고 하며 술판을 새로 시작했습니다.

새로 주문한 활전복 무침이 입맛을 돋웁니다.

얼굴이 불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술이 많이 약해졌군요.

술은 꾸준히 마셔야 주량이 유지된다고 회사 후배들에게 농담 삼아 얘기를 하곤 했는데 진짜 그런가 봅니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친구가 찾아오고 정담을 나누니 정말 즐겁기 그지없습니다.

헤어지는 길

이 녀석 심심할 때 먹으라며 차 트렁크에서 잘 익은 백도 한 상자를 건네줍니다.


세월이 까마득하게 지나도 중학교 때 매점에서 우동을 사주던 마음 씀씀이가 그대로입니다.

좀 시원해지면 라운딩이나 한번 하자는 애매한 약속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눈썰미로 찾아낸 식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