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아침
밀키트 부대찌개와 따뜻한 밥을 먹었습니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이제는 추석은 아무 날도 아닌 게 되었습니다.
두 분 다 크리스천이셨기에 차례 지낼 일도 없고 성묘도 연휴 전에 일찌감치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먹을 거 없으니 오지 말고 푹 쉬라고 했습니다.
아내에게 40년 가까이 전 부치고 음식장만 하느라 수고 많이 했으니 이제 그만큼 했으면 되었다고 아예 장도 보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망설였지만 둘이 먹자고 뭘 하느냐고 말렸습니다.
며칠 전 딸아이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해서 연휴 중에 편한 날 식당에서 만나 밥이나 한 끼 같이 먹을 예정입니다.
아래층, 위층에서 전 부치는 냄새가 들어옵니다.
주차장도 부모님을 뵈러 온 차들로 꽉 찼습니다.
온종일 영화도 보고, 책도 좀 읽다가 커피 마시고 과일 먹으며 아내와 도란도란 옛이야기도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녁 무렵에 아내가 꼰대짓 안 하고 배려해 줘서 고맙다고 합니다.
편안하게 늙어가자고 화답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