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인터넷
캠프 윌슨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해병대 훈련장에 나는 민간인 신분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롤 플레이어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해병대 합동전투훈련장이 있는 트웬티 나인 팜스(29 Palms)는 쟈슈아 트리 국립공원 근처에 있었다. 그 훈련장은 해병대 중에서도 최대기지에 속한다. 파병을 위한 사격, 포병 그리고 탱크 훈련과 현지 적응을 위한 훈련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공군의 비행훈련장으로 사용하던 장소가 해병대 훈련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던 것은 1952년 때부터라고 한다. 미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되자 훈련장이 더 필요했기에 1953년에 해병대 훈련 센터로 재 지정되었다.
척박한 땅, 뜨거운 태양, 시도 때도 없이 돌풍이 불어대는 황량한 사막에서 해병대들은 탱크를 몰며 실전을 쌓았고 공군 최대 전략수송기인 C-5 갤럭시가 착륙을 하면서 연합 훈련하는데 더할 나위없는 기지로 인정받게 되었다.
새벽 5시 경에 부대정문에 도착하자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소지품과 몸수색이 이루어졌다. 새벽이라서 그런 가 유난히 바람이 차갑고 세찼다. 핸드폰은 물론이고 가방 안에는 도시락 이외에는 소지할 수가 없다. 훈련된 셰퍼드가 땅바닥에 즐비하게 놓인 가방사이를 모두 훑고 지나가야 검색이 끝난다.
검색이 끝난 후 다시 차에 올랐다. 정문에서 훈련장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비포장도로가 시작되자 자동차의 흔들림이 온몸에 느껴졌다. 잠이 덜 깬 나는 요란한 차의 움직임에도 눈을 감고 있었다. 40분 정도 흘렀을까 드디어 세트장에 도착했다.
중동지역처럼 보여 지는 간이건물이 세워진 장소는 동네 하나 정도의 큰 규모였다. 위치추적기가 배급되고 정해주는 장소로 일행은 흩어졌다. 무게가 제법 느껴지는 위치탐색기를 몸에 두르고 내가 도착한 장소는 병원건물이란다. 그곳에서 나는 의사가 되었다가 다음 날에는 부상당한 환자 역할을 하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피난민도 되기도 했다. 사람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해서 세트장 주변을 걷는 일도 수시로 해야 했다.
새벽이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침태양이 오르는가 싶었는데 사막은 이내 뜨거워졌다. 탈수되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셔댔다. 모래땅을 밟는 건 평지를 걷는 것보다 몇 배의 힘이 들었다. 날이 더워지자 몸에 두른 탐색기가 점점 무거워졌다. 완전군장을 하고 훈련을 하는 군인들의 고달픔이 느껴졌다.
해병대와 해군이 실시하던 Mojave Viper 프로그램은 아프가니스탄처럼 산악지역이나 모래폭풍이 불어대는 이라크 파병을 위한 모의훈련작전이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군인들이 존경을 받는 건 훈련으로만 끝나는 훈련이 아니라 실제로 전선으로 투입되기 때문 아닐까.
4일간의 롤 플레이어 역할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으나 18살 정도로 보이는 앳된 한 해병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