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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마담 Feb 12. 2024

남자는 생식, 여자는 생존?

알파 메일에 대한 오해 몇 가지



'무리 중 가장 뛰어난 우두머리 수컷 하나가 모든 암컷을 차지한다.'


진화와 동물행동학 이론 중 알파 메일에 관해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다. 20세기 초부터 동물행동학에 관한 연구가 쌓이면서 동물 세계에서 흔히 발견되는 수컷 대 암컷 구도를 인간 사회에 적용하는 재미있는 이론들이 많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이 이론은 수컷이 여러명의 암컷을 합법적으로(?) 거느릴 수 있다는 남자들의 하렘 로망을 부추기며 제일 자주 회자되곤 했다.


웃긴 건 이 이론을 처음 듣는 남자들의 반응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알파 메일 한 마리가 모든 암컷을 차지한다는 거지? 그럼 일부일처제가 아니라는 거네? 와우~ "

신기하게도 모든 남자 자기 자신을 알파 메일이라고 생각하지, 알파 메일에게 밀려 평생 한 마리의 암컷과도 교미하지 못하는 나머지 루저 메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마치 부부 모임에 가면 늘 남편들은 전교에서 놀았다고 하는데, 아내들은 자기가 제일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남자들은 손쉽게 승자 편에, 여자는 패자 편에 자신을 위치시킨다.


20년 동안 각양각색의 부부들을 만나봤는데 대체로 비슷하다. 남편들은 어찌나 예전부터 공부도 잘하고 효심도 깊은지 시어머니의 자랑이 아니었던 남자가 없다. 하지만 여자들은 분명 객관적으로 남편보다 훨씬 뛰어난 외모와 직업을 가졌는데도 어쩐 지 자신의 성취에 대해 조금 의심하는 것 같았다. 남자들의 성공은 능력의 결과인데, 여자들의 성공은 운이 좋았다는 식으로. 남편들이 변변찮은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중에서도 여자의 서사는 낮은 자존감과 이러저러한 실패담 위주로 펼쳐진다.


상상해 보자. '무리 중 가장 뛰어난 우두머리 암컷이 모든 수컷을 차지한다.' 만약 동물의 세계가 이렇게 알파 메일이 아닌 알파 피메일의 법칙으로 돌아간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면? 아마도 우리 여자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게 분명하다.


아, 나는 그럼 평생 짝짓기 한번 해보지 못하고 죽는 거야?


진화와 성선택에 관한 이론 중에 또 하나 우리가 착각하는 것은 이런 거다. 동물세계에서는 대개 수컷이 암컷보다 화려하다. 수컷은 더 많은 암컷의 눈에 들기 위해 천적에게 더 많이 노출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몸집을 부풀려 화려한 구애를 한다. 때론 다른 수컷과 싸움을 벌이기도 하면서. 하지만 다른 수컷을 물리쳤다고 해서 이긴 수컷이 암컷을 모두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싸움과 상관없이 어떤 수컷과 교미할지는 암컷이 결정한다.


마찬가지로 수컷이 암컷의 선택을 받는 이유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암컷 또한 자기를 사랑해  수컷을 고르는 것이 아니다. 진화적으로 암컷은 자신이 낳을 자식을 가장 잘 키워줄 수컷을 고른다. 내 자식 잘 먹이고 남부럽지 않게 입히고 교육시킬 수 있는 능력 있어 보이는 수컷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남편으로서 알맞은 수컷을 고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끌려서 사랑에 빠지고 결과적으로 아기를 낳는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그 모든 것이 우리의 유전자를 후대에 계속 물려주기 위한 유전자들의 농락이라는 것. (남자와 잔 여자)


말은 맞는 말인 게, 자식이 생기면 그때부터 남편들은 찬밥 신세가 되고, 여자들은 어딘지 남편을 닮은 듯 다른 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작은 인간들과 곧바로 사랑에 빠진다. 죽음보다 강하다는 모성 본능에 사로잡혀 평생을 눈먼 그로기 짝사랑 상태가 된다. 그 사랑은 얼마나 격렬하게 우릴 사로잡는지, 죽을 때까지 자식과 얽히고설켜 잘못된 애착이 애증이 될 때까지 어떤 경우 계속된다. 거칠게 말하면, '남성의 삶의 목적은 생식에 가깝고, 여성은 생존에 가깝다'. 더 많은 스트레스와 욕망이 시작되는 출처를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젊은 남성들이 선호하는 한 유튜브 콘텐츠에서 들은 알파 메일론의 허와 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현대 사회는 점점 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해지고 결혼 제도의 구속성이 약해지면서 연쇄적인 일부다처제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만약 이런 알파 메일 하나가 여러 여자를 독식하는 하렘식 구조가 만연하게 된다면 절대다수의 남자들은 비자발적 환관으로 전락하게 되면서 이 또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일부 여성의 경우 가난한 남성의 정실보다 상류층 남성의 후처가 되길 원하게 되고, 생식에 실패한 남자들, 즉 배우자로 인해 진정되지 못한 남자들의 공격성과 무기력은 폭력과 중독을 부추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어쩌면 '일부일처제는 상류층 알파수컷들이 하류층 남성에게 제공하는 복지'일 수도 있다!


세다. 우리 땐 감히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거침없는 표현이다. 우리 젊었을 때는 짚신도 짝이 있다, 제눈의 안경... 이런 식의 구도에 길들여 있었다. 사춘기 때는 말도 안 되는 천상의 미모와 재력을 겸비한  주인공들의 세계를 붕붕 날아다니더라도 현실 연애 몇 번이면 점점 서로의 눈높이를 낮췄다. 상대방에 대한 기준뿐 아니라 나 자신의 대한 평가도 냉정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서로 비슷비슷한 남녀가 짝을 맞춰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비슷한 아파트에서 삶이란 걸 영위해 가고 있었다. 몇몇 특별한 신데렐라 급 전개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 여자들은 흙수저의 정실보다 금수저의 후처가 되는 것을 원할 거라니.


정말 요즘 여자들이 그렇게 생각할까? 확신할 수가 없는 게, 한때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한 가정의 남편이 경제적으로만 무너지지 않는다면 이혼 등으로 크게 파탄날 일은 많지 않더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서로 성격상의 결함도, 비상식적인 시부모님도 다 커버할 수 있는 만능해결사가 아닌가. 10억을 준다면 감옥에도 들어가겠다고 말하는 아이들이다. 돈이 너무 많은 것의 기준이 되어 버렸다. 일단 후처는 너무 올드하니, 돌싱으로 바꿔서 생각해 본다면...  딸은 잘 모르겠지만, 만약 내 아들이라면? 돌싱과 결혼하겠다고 한다 해도 나는 크게 개의치 않을 것 같다.


결혼을 하기만 해도 고마울 일인데. 알파 피메일이라면, 그 여자가 자기 집까지 가지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럼 더더욱 반대할 이유가 있을까. 와... 그러고 보니 이 정도면 요즘 여자들의 생각도 셀 거 같다. 적어도 제도와 이목에 신경 쓰진 않을 테니. 정말. 세상이 천지개벽하는 중인 것 같다!   



참고 및 인용 : [유튜브] 진짜 개쩌는 팟캐스트 #20  다니엘 편. (유튜브 읽어주는 남자)

https://youtu.be/z0jFJ7rbv50?si=ZYGCafcJuBV6bUY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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