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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나이 오십에 청소 노동자> 중년의 불안을 쓸고 닦는 법

by 쏭마담




지난 5월. 어느 눈밝은(^^) 출판사 대표님께서 병원 청소 알바하며 브런치에 올린 몇 꼭지의 글을 보시고 제게 출간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9월까지 그동안 썼던 글과 새로 쓴 몇꼭지를 모아 원고를 완성했고, 12월 15일 출간을 목표로 부지런히 작업중입니다.


제안 주셨을 때만 해도, '청소'를 매개로 한 첫 인트로만 빼곤 어떤 글이 나올지 저 자신도 알 수 없었어요. 늘 그렇듯 첫 몇 꼭지를 쓰고 나서는 다시 몸을 둥글게 말고 조금 누워 있었거든요. 그런 제게 37편의 글을 묶어 한권의 책이 되게 해주신 게 시프(SEEP) 출판사 김진규 대표님이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글을 보내고도 제게 온 이 행운을 믿을 수 없어 계속 반문했습니다. 왜 나같은 사람에게, 이런 제안을? 옛 남친 중에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돈을 엄청 번 친구 하나가 어느 날 우연히 브런치에서 제 글을 발견하고는 청소 노동자가 된 내가 너무 딱해 출판사를 통으로 사들여 내 책을 내달라고 했나? 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도 하면서요. ㅎㅎ


1차 원고를 검토하신 편집자님께서 제게 이렇게 이메일을 주시기 전까지는 딱 그렇게 반신반의 했습니다.


원고 너무 재미있어서 즐겁게 작업하고 있어요!
시의성 있는 주제에, 유머러스하고 솔직한 문체도 아주 멋있습니다.
사적이고 개별적인 경험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하는 과정도 깊이가 느껴집니다.
원고 맡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전문가에게 듣는 이 진심어린 평가에 그만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답니다. 그동안 제 글에 댓글 달아주시던 독자님들의 마음도 이런 마음이셨겠거니... ㅠㅠ 그래서 처음엔 정말 혼자 조용히 내고 제 개인의 영광으로만 간직하려고 했는데요. 이렇게 브런치에도 소소하게나마 출간 소식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너무 열심히 도와주셔서 출간 전 알라딘에 북펀딩을 하게 되었습니다. 헤더처럼 그렇게 거창한 내용은 아니고요. 책 제목처럼 청소 노동자에 그렇게 큰 방점이 찍혀 있지도 않습니다. 편집자님께서 뽑아주신 부제가 정말 딱 제 글을 잘 잡아주고 있는데요.


중년의 불안을 쓸고 닦는 법.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2659(알라딘 북펀딩 가기)


중년의 불안, 우울, 미성숙, 어른됨, 후반전, 독서가 주요 키워드입니다. 그 사이를 여성, 결혼, 양육, 경력단절, 갱년기, 사춘기, 사교육, 자본주의, 후반전, 옆집남자 옆집여자, 행복과 불행 등에 관한 에피소드가 드나들고요. 지극히 개인적인 제 경험들이지만 나름 한 시대의 어떤 징후를 드러내는 내용이지 않을까, 하하(^^), 생각되는 글을 모았습니다. 아, 맞다! 감사하게도 이 무명의 작가 책에 추천평도 하나 달리게 되었는데요. <그럼에도 육아> 및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책을 내시고 SNS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정지우 작가님~ 어떻게 읽어주시고 평해주실지 너무 기대됩니다!


그래서 반신반의하던 마음을 조금씩 걷어내고, 지금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기쁨에 조금씩 젖어들고 있습니다. 한권의 책으로 엮기까지, 처음으로 긴 호흡으로 목차를 구성해보는 즐거움. 내 이름 석자가 표지에 똬악, 박힌 표지를 받아보던 생경함. 무엇보다 출간 소식을 알리자마자 기뻐해주시고 주변에서 보여주신 반응들. 며칠 전 독서모임 멤버 중 한분은 제 책을 시애틀 도서관에 등록해주시겠다고 하더라고요. 얼마전까지 시애틀 '벨뷰'라는 동네에 살다가 한국에 들어오신 분인데, 외국에는 한글책이 귀해서 기증본을 좋아한다시며 지인 인편에 제 책을 사 보내겠다고 하셨습니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어느 외국 도서관에 제 책이 꽂히게 되다니! 이런 뜻밖의 반응과 변화가 너무 감사하면서 재밌더라고요.


과분한 지지를 받고 나니 다시 조바심이 올라와 어제는 6주 만에 큰 맘 먹고 출판사에 넘긴 원고를 열어 보았습니다. (그동안은 무서워서 다시 볼 엄두가 안났거든요 ㅎㅎ) 집앞 무인카페에 앉아 읽어나가는데, 뒤늦게 찾아온 안도감과 함께... 생각보다 잘 썼더라고요. 아, 그래서 혼자 또 펑펑 울고. ㅋㅋ


나이 오십에 제 이름의 책을 한권 갖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 글 읽어주시고 격려해주신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 ㅠㅠ





인트로_어느날 홀연히,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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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 청소한다고 누가 돈을 주나?

- 강남 사모님이 호텔 룸메이드가 되다

2. 나이 오십에 청소노동자

- 어느 날 홀연히, 꿀알바

3. 사물이 내게 건네는 평온

- 오래전 잊었던 유용함에 대한 감각

4. 파이가 작으면 파이를 늘리면 되지!

- 돈 될 만한 것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거미줄처럼

5. 나는 청소를 좋아하지 않는다

- 중년엔 그동안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볼 것

6. 결혼의 뒷꽁무니

- 오롯이 나에게만 속한 시간과 일과 물건

- 빔 벤더스, 영화 <퍼펙트 데이즈>


신데렐라의 새어머니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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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한 달에 100만 원

- 너는 언제 한번 노동을 팔아본 적이 있던가

8. 시어머니는 왜 밀키트를 만들지 않으셨을까

- 시집 잘 못 간 여자들이 나가 돈벌던 시절

9. 친정어머니는 왜 텃밭에 올인하셨을까

- 노년의 기이한 열정과 낮은 자기 확신

10. 등뼈의 램프

- 상상력을 자극할 어떤 것이 빠진 식탁

-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11. 신데렐라의 새어머니는 누구인가

- 누가 나를 부엌에 묶어두고 재투성이 옷을 입혔나

- 리베카 솔닛, <해방자 신데렐라>

12. 물고기의 이름은...

- 상실, 집착, 무한한 힘에 대한 환상

-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잃어버린 물고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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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경단녀 재취업 잔혹사

- 그곳에 여자들이 있었다, 집안에 들어앉았다 나온 여자들이

- 리네 마르살,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14. 끝없이 경주하는 토끼 세 마리

- 사교육 카르텔 신화의 빛과 그림자

15. 자긴 맨날 돈 안되는 것만 하고 살더라

- 이토록 무용하고 써먹을 데 없는 책읽기

- 고병권, <고병권 선생님의 철학 이야기>

16. 울지 않을 땐 책을 읽는다

- 그렇게 쓴 글 대부분이 출간되지 않더라도

-크리스티앙 보뱅, <작은 파티 드레스>

17. 집? 집은 쉬는 곳이지

- 결혼의 빛이 꺼져갈 때 우리는

- 융, ‘아니마와 아니무스’

18. 유전자의 농간, 우상의 시간

- 나는 수유와 배설이 한몸에 기능하는 생존기계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우울과 미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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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녀는 불행했어 그래서 사악해졌지

- 삼키거나 휘두르거나 ; 자식 잡아먹는 모성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20. 시어머니 괴담의 재생산

- 그건 도리가 아니라 갑질의 대물림이에요

21. 우울도 자란다

- 미성숙이 자라 우울이 될 때

22. 심연을 너무 오래 들여다 보면

- 불안과 우울의 대환장 파티

- 앤드류 솔로몬, <한낮의 우울>

23. 자기혐오는 얼마나 압도적인지

- 지구 종말을 기다리는 마음

- 존 클리볼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24. 가짜 뉴스, 불행의 유통

- 실패한 자의 체념어린 충고를 조심할 것


그렇게 쉽게 어른이 될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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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주식, 이게 뭐라고

- 나도 너처럼 좋은 부모 노릇 하고 싶어서

26. 자본이 자본을 낳을 거라는

- 다 너를 위해서라는 거짓말

27. 그렇게 쉽게 부모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 아버지와 똑같은 어른이 되었다

- 고레에다 히로카츠,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28. 얼마면 만족할 거 같아?

- 노동소득과 자본소득, 그리고 조부모라는 계급

29. 옆집 남자, 옆집 여자

- 왜 우리는 같은 욕망으로 들끓을까

- 르네 지라르, ‘모방 욕망과 희생양’

30. 아담과 하와의 첫 번째 죄

하마르티아, 어긋나는 화살


혼돈도 삶의 일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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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미성숙은 어떻게 자라 악이 되는가

- 무사유, 악마에서 영혼을 판 사람

- 양귀자, <모순>

32. 죽은 여자들의 목소리

- 난 알아요, 믿을 필요가 없어요!

- 장덕환, <C.G.융과 기독교>

33. 아들이 나와 닮아서

- 너의 불안을 아들에게 전가하지 말찌어다

- 구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34. 엄마, 알바만 하고 살아도 괜찮을 거 같아요

- 아들이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을 때

35. 그릿, 장밋빛 자기 기만

- 혼돈도 삶의 일부라는 정확한 자기 인식

36. 어느 날, 뜻밖의 균열

– 가정주부 말고 나를 설명할 다른 이름이 갖고 싶었다

- 수잔 비에르, 영화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


에필로그

_이름이란 얼마나 좋은 위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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