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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혁 Jun 27. 2017

자장면은 되고 잠봉은 왜 안되나?

한 미국 이민자의 편린 시리즈 84

2011년 국립국어원은 1986년 외래어 표기법을 만들면서 그간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던 ‘짜장면’(기존 표준어 ‘자장면’)을 공식 표준어로 인정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25년 만에 짜장면이 돌아왔다고 속이 다 시원하다며 경축포를 힘껏 터트렸다. 


짜장면은 원래 중국 산둥山東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던 밀가루장을 볶아 국수 위에 얹어 비벼 먹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몰려든 중국 출신 부두 노동자들은 값싸고 만들기 쉬운 짜장면을 즐겼고, 여기에 우리의 토속 입맛이 가미되며 짜장면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쫄깃한 면발에 초콜릿색 짜장을 넉넉하게 붓고, 정갈하게 썬 오이채와 파르스름한 완두콩 몇 알, 삶은 달걀 반쪽을 살포시 얹어주는  한국적 짜장면은 그렇게 탄생했다.

많은 사람들은 ㅉ의 된소리를 표준말로 쓰기에는 무리 있다며 된소리 자제 권장 정신에 입각하여 짜장면 대신 자장면이 표준어로 되었다는 [속설]을 많이 믿는데, 사실 자장[중국 된장]이라는 발음이  짜장보다 중국음에 가깝다고 해서 국립 국어연구원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자장면이 되었다는 말이 더 신빙성이 있는 주장이다. 사실 자장면을 중국 원어로 원래 불에 튀길 작炸, 간장 장醬, 밀가루 면麵이 합쳐져 ‘작장면’炸醬麵이라고 쓰는데 작炸을 읽으면 혀를 입 안으로 말아 올리며 ‘짜’에 가까운 소리가 나오므로, ‘짜장면’이라는 표기나 발음이 중국인들에겐 모르겠지만 한국어를 모국어로 가진 한국인들 발음엔 짜장면이 더 자연스럽고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린 본질적 문제가 아닌 이상 짜장면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자 그럼 짜장면을 그렇다 치고... 

짬뽕은 왜 잠봉이 되지 못하는가? 

국립 국어연구원의 어설프기 짝이 없는 설명으로는 같은 중국음식이라도 자장면은 그 원어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직수입되어 중국어에 가깝게 발음해야 하고 짬뽕은 중국에서 직수입된 말이 아니라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외래어라 한국인들에게 편하게 발음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거 무슨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말인가?

짬뽕이 이야말로 일본어의 잔재이므로

자장면보다 잠봉을 더 확실하게 표준어로 정했어야 하지 않을까?

자장면이든 짜장면이든

짬뽕이든 잠봉이든

비록 내가 한국 헌법의 문외한이지만

모든 법은 먼저 그 나라의 국민들의 정서도 반영된 유동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그런 의미에서 투철한 항일정신으로 아래 부록 포스팅을 죄다 잠봉으로 표기하기로 결정해본다.



사족인데..


외래어를 한국식으로 표기하는데는 국립 국어 연구원의 표준어재정 정책에 따르는 것이 정식인데 미국 한인타운에서는 이상하게 미국인들의 발음을 한국어 외래어 표준말로 우기시는 분들이 많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은 얼바인이라고 하지 않고 어바인이라고 하고 세리토스시를 써리도스라고 한다. 내가 인생을 살아보니 자기 주장을 찬찬히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보다 막무가내로 우기시는 분들은 지구평화에 관련된 일이 아닌이상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부록:  


아래는 내 입맛에 맞는 LA 베스트 잠봉 집이다. 그런데 참고로 LA 한인타운의 잠봉들은 다들 맵지 않고 밍밍하다. 태평양 건너오시면서 갑자기 매운맛을 섭식하지 못하도록 입맛이 바뀌어서인지 미스터리다.  


 

홍콩반점


이 집 잠봉은 다른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쓴 고배를 마신 반면에 요즘 한인타운에 급부상한 집으로 잠봉 국물 맛이 묘한 중독성이 있다. 

양이 딱 일 인분으로 알맞은 탕수육 

매운 것을 싫어하시는 분들을 감안한 듯 보기보단 맵지 않은 잠봉 국물 





신흥루 

LA 한인타운 버몬트에서 오랫동안 잠봉을 제공하신 이 집의 잠봉은 한국에서 파는 잠봉처럼 뭔가 국물을 오래전에 만들어 둔 듯 약간 국물이 눅눅하나 LA 한인들과 오랫동안 같이 동거 동락해온 조강지처 같은 잠봉이다. 

잠봉의 사이드킥 군만두.

군만두를 영어로 한국에서는 서비스라고 부른다는데..ㅋㅋ 농담이다. 





진흥각 

진흥각 잠봉은 해장국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국물이 시원하다. 




뽕의 나라

이 뽕의 나라의 잠봉의 전복 잠봉은 내용물이 정말 가공할만하다. 



위의 집은 안타깝게 2016년도 문을 닫았는데..


대신 최근 LA 타운의 시티센터 푸드코트에 문을 연 천하 짬뽕을 이 리스트에 추가시킨다.


천하 짬뽕 





 

사실 조미료가 적절히 가미된 잠봉이나 자장면은 집에서 해 먹기엔 굉장히 어려운 메뉴이다. 

혹 잠봉이 LA 에 오셔서 생각나신다면 

위의 리스트를 강추드린다…^^  

그런데 미국 음식이 느끼해서 한국의 얼큰한 짬뽕이 생각나시면 매운맛은 포기하셔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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