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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약사 Mar 24. 2021

당신은 약사님에게 상담받으셨나요?

김서방의 푸줏간 이야기 다들 들어 보셨지요? 푸줏간을 방문한 두 명의 양반이 있었는데 한 명은 '백정 놈아 고기 한 근 다오'라고 이야기했지만 다른 양반은 '김서방 고기한근 주게'라고 주문을 했더니 뒤에 양반에게 더 큰 고기를 주었다는 이야기지요.


이처럼 우리는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 하나로 상대의 기분을 좋게도 나쁘게도 만들 수 있는데요. 이때 필요한 것이 상대가 불쾌하지 않게 배려하는 마음이 묻어나는 일종의 완곡어법입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호칭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지요.


저는 약국에서 약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호칭들을 들어보았는데요. 오늘은 이러한 호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아저씨


경험적으로 주로 손자 손녀 돌봐주시는 할머님 할아버님 중에 아저씨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주로 아이가 약국에서 장난을 심하게 치거나 약국의 물품을 건드리고 할 때


"ㅇㅇ야 그러면 아저씨가 이노~옴 한다!"


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지요. 이럴 때 마음속으로는


"이 노~옴. 얌전히 의자에 앉아있어!"


생각하기도 하지만


"왜 우리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


되려 이런 반응으로 돌아올 것 같아서 멋쩍게 웃어넘기곤 합니다. 예전 원빈이 영화 '아저씨'를 찍었을 때는 아저씨가 칭찬이었던 적도 있었죠. 하지만 그것도 이제 먼 옛날의 일이기 때문에, 약국에서 아저씨 소리를 들으면 썩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삼촌


주로 젊은 어머니들이 아이에게 계산하는 법을 가르치고 할 때


"ㅇㅇ야 비타민 먹고 싶으면 삼촌한테 갖다 드려야지? 삐- 해야 먹을 수 있는 거 알지?"


결혼하기 전에는 이 삼촌 소리도 듣기 좋지 않았었지만, 요새는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삼촌은 계속 듣다 보면 정감이 가기도 하네요.


"삼촌이 삐- 해줄게요 비타민 올리세요"




사장님


주로 4~50대 남성분들께서 부르시는 호칭입니다. 이런 분들은 대체로 덩치도 좋으시고 목소리도 크신 분이 많지요.


"사장님. 요 며칠 너무 피곤한데 피로회복제 조~은걸로 하나 줘 보 쏘"


사장님 소리는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습니다. 그분들에게 그 표현은 상대방을 상당히 존중해 주는 표현인걸 알기 때문이지요.



약사님 혹은 약사 선생님


사실 약사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약사님'인 것 같습니다. (약사 선생님은 조금 부담스러운 감이 있지요.)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의사, 약사의 '사'자는 스승 사(師)를 씁니다. 선생님이라는 뜻이 그냥 들어가 있지요. 하지만 약사는 일반적으로 약사 선생님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어감이 이상하기도 하고요. 반면에 의사는 의사 선생님이 더 입에 착 붙지 않나요? 반대로 의사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잘 없고요. 의사는 존경의 의미를 더 담아서 의사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종의 문화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저는 약사 선생님이라고 하시는 분들은 조금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냥 약사님이라고 불러주시는 게 제일 좋은 것 같고요. 약사님이라고 불러주시는 분들은 보통 나이를 떠나서 상대방을 배려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많습니다. 약사님이라고 불러주시면 간단하게 해 드릴 설명도 조금 더 자세히 해드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번외 주인님


드물지만 주인님이라고 부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뭐 약국 주인이니 주인님도 맞긴 하는데 어감이 좀 이상하죠? 보통 급하게 약국을 오셔서 정신없는 상태에서


"주인님 감기약 좀 주세요."


하시는 경우를 종종 보았던 것 같습니다. 뭔가 빨리 드려야 할거 같은 분들이 많습니다.




호칭은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필요한 작지만 큰 배려입니다. 저는 약국을 하고 나서는 택시를 탈 때도 아저씨라고 부르지 못하겠더라고요. '기사님 ~~ 까지 부탁드립니다.', 식당을 가서도 '사장님 ~~ 주문 부탁드려요'라고 말씀드리는 게 되더라고요.


당신은 오늘 약국을 이용하실 때 약사님에게 상담을 받으셨나요? 아니면 아저씨에게 약을 구매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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