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불을 지피는 사람은?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일입니다.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적인 기침이 잘 낫지 않는다는 분이 약국으로 오셨습니다.
"기침이 너무 심해요. 가래가 끼는 건 아닌데 뭔가 간질간질하면서 기침을 하게 되네요."
"저런, 많이 불편하셨겠네요. 이비인후과에는 가 보셨나요?"
"네 약도 꾸준히 먹었는데 차도가 잘 없네요."
드시고 계신 약을 보았더니, 역류성 식도염에 드시는 위산분비 억제제와, 위장운동 조절제였습니다.
'목이 간질간질하고 기침을 계속한다, 목에 무언가 걸린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가래는 없다.'라는 증상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증상은 보통 하루 이틀만 나타나지 않고 꾸준히 반복되는 경향이 있지요. 보통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시면 의사 선생님께서 목 상태를 체크하십니다. 그리고 하부식도 쪽의 염증을 확인하시게 되면 역류성 식도염을 진단되면, '위산분비 억제제'를 처방하게 됩니다.
'아니 기침을 하는데 왜 위장약을 처방 내지요?'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구조상 식도와 위도가 붙어있기 때문에 식도에 생긴 염증이 기도부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병리학적으로는 꽤 명쾌한 해답이고, 실제 꾸준히 복용하시면 완치될 확률도 높습니다.
하지만 개중에는 이렇게 효과가 없다는 분들이 나오게 되는데요. 왜 그럴까요? 그것은 바로 염증반응이 잘 조절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불규칙적인 생활습관, 나쁜 식습관 등을 가지게 되면 우리 몸에는 염증반응이라는 불이 지펴집니다. 적당한 염증은 자연스럽게 조절이 되지만, 이게 만성이 되어버리면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병원을 방문하시면 염증을 줄이는 소염제 계통의 약을 처방받으시게 되죠.
소염제는 불을 직접 끄는 소방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소방관이 열심히 불을 끄려고 해도 뒤에서 기름을 붓고 있으면 염증은 가라앉지 않겠죠? 뒤에서 붓는 기름이 바로 잘못된 식습관, 불규칙적인 생활습관, 스트레스와 같은 것들입니다. 즉 기본적으로 불을 지피는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아무리 소염제를 먹어도 효과를 빠르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하 후박탕이라는 약이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약이고요. '~탕'으로 되어있지만 일반의약품으로는 과립제로 주로 생산이 됩니다. 이 반하 후박탕은 매핵기에 자주 사용되는 처방인데요. 매핵기란 '목에 매실 씨앗이 걸린 거 같은 느낌', 즉 '식도, 기도 이물감'에 주로 사용하는 처방이죠. 안에 들어가는 약들의 구성을 살펴보면 세포 재생을 촉진시키고, 점막의 재생을 도와주는 성분들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이 약은 목의 염증을 줄여주는 처방입니다. 만성적으로 기침을 하시기 때문에 회복되기 까진 시간이 조금 필요할 수 있고요. 무엇보다 식습관, 생활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절대로 완치가 되지는 않습니다. 반드시 교정해 주셔야 해요."
다행히 이 분의 경우는 일주일 정도 드시고 호전되셨고, 현재도 꾸준히 복용하며 관리하고 계십니다.
약국을 하다 보면 잘못된 식습관, 생활습관으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내 몸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참 많지요.
만성적인 염증으로 힘드신가요? 그러시면 혹시 내가 내 몸의 염증을 계속 만드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에서 도움을 드리는 약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