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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Jan 17. 2020

빚낼 수 없는 게 가장 비싼 것이다

첫 외국 여행


늘 그랬다. 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던. 착해서 나빴던 그런 게으름뱅이. 그래도 배운 것은 있었다. 지나가 버린 일은 되돌아오지 않으며, 어쩌면 현재가 우리의 가장 젊고 아름다운 날이라는 것을. 남겨진 3명의 게으름뱅이 중에서 늘 그랬듯 가장 부지런한 이가 여행을 가보자고 제시했다.


어차피 인생은 사건의 연속이며, 랜덤박스에서 어떤 짝퉁이 나올지는 모르며, 상자 안 고양이의 생사는 모르는 것이다. 지나간 후에 또 후회하는 미련한 짓은 하기 싫었다. 있을 때 잘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사실 있을 때라는 말도 뭔가 불경하게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다. 시간을 빚내는 재주는 없었음에도.


사실 모든 것이 어색했다. 그만큼 교류가 적은 구성원 간의 상황이 다소간 마음이 아프기도 하였고, 그 이유가 된 구성원들 간의 자잘한 상처와 그에 관한 작은 고집이 마찬가지로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남에게는 그렇게 변죽 좋게 잘도 행동하면서 왜 가족에게는 그러지 못하는 것인지.. 여행을 준비하다가도 맥이 빠지는 상황이 절로 상상되어 스스로 힘이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정작 여행을 좋아할 만한 이가 없는 상황에서 여행을 준비하는 터라 준비한 건 없었지만 준비하는 내내 작게나마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름의 추억 아닌 추억을 획득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서로 살가운 사이는 아니어도, 적은 아니니까. 어쩌면 너무도 어렵고 큰 싸움을 겪은 전우와도 같아서 살가울 수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두 안다, 또 전투가 벌어지면 두말 않고 서로를 엄호할 것을.


이 여행에 많은 의미는 없다. 단지 앞으로 있을 여행을 준비하는. 그런 여행이었다고 생각해도 충분하다. 쉽지 않았던 일들, 결정, 소모가 각자에게서 얼마나 어렵게 나온 것인지를 인지하기에. 그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았다 말할 수 있는 여행이 되었다.




남들 하는 대로 해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들 어떻게 사는 건지 싶다가도 다들 이렇게도 사는구나 배우기도 했다. 쉬운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또 대단한 것은 아닌 그런 궤적. 앞으로도 그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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