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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May 10. 2022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자기성찰

사진도 알맹이도 없는 감상문

마블 영화 특유의 도입부. 두근거리는 음악과 낯익어서 정겨운 히어로들이 언뜻언뜻 비치는 로고와 빨간 배경. 그 씬을 보자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짧지 않은 주기로 명절마다 접하는 가까운 삼촌이나 이모 고모 같은 그런 반가운 얼굴이지 않은가. 현실에 치여 사는 우리에게 요즘 그들은 어찌 사는지, 오늘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껀지 등등의 기대감은 기본. 이 기대감을 제법 충족시키는 실력은 때마다 그들의 부름에 우리가 응답하는 증거이며. 이젠 나이가 든 어른이지만 사소함에도 두근거리던 동심으로 돌아가는 핑거스냅이자 타임 스톤이다.  


물론 영화를 잘 이해하기 위해, 유료 플랫폼에서 드라마를 봐야 하는 상황은 매우 거부감이 든다.


훌륭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의 연기, 이전부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미술 효과, 마블 특유의 관객 배려 휴식점인 유머 코드가 잘 어울린 영화였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봤다. 특별히 결혼식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꾼 주인공. 신과 같은 마법을 지녔음에도 행복하지 못했다고 소리치는 다른 우주의 그. 이미 결혼한 크리스틴에겐 할 수 없기에, 다른 우주의 크리스틴에게 비로소 사랑한다 말할 수 있던. 그 주인공이 좀 딱했다.


우주와 우주의 연결은 사람 간의 사랑과 닮았다. 자기만의 질서와 기준을 가진 존재가 서로 만나는 것이니 말이다. 많은 것을 안다고 자부하는 주인공은 우주와 우주를 연결하는 접점에 이르고서야 자신에 대해 깨닫게 된다. 세상을 구했지만 행복하지 못했고, 가슴에 가장 무겁게 남은 기억은 크리스틴이라는 것을. 다른 우주의 본인은 크리스틴과 잘 이어졌는지 궁금하기도, 궁금증을 해소해볼까 고민한 것 모두 본인이었다. 그 접점에서 타락하거나, 죽은, 혹은 악한 본인을 목도하고 나서야 그는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완다 역시. 그 접점에서 자신에 대해 깨닫는다. 주인공과 아주 비슷한 대상과 과정을 거쳐서 말이다.


난 특별히 주인공의 시계에 과몰입했다. 주인공은 명품시계를 보관하는 서랍이 있을 정도로 부유했으나, 특별히 여기는 시계는 따로 있었다. 바로 크리스틴이 준 선물. 주인공의 자동차 사고 당시에도 착용했고, 거의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 역시 크리스틴의 선물이었다. 강도를 만나서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으며, 유리가 크게 파손되었음에도 잘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다른 우주의 주인공 역시 그 시계를 아주 잘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 시계가 주인공 우주의 접점이라고 생각한다. 유리를 새로 함으로 그 시계를 더 잘 볼 수 있게 되는데, 이는 크리스틴에 대한 본인의 마음 혹은 본인을 맑게 잘 볼 수 있게 된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맑은 시계를 착용하지 않음으로 연결된 시계의 양끝이자 접점은 비로소 분리된다. 아직 마음 깊은 곳에서 크리스틴을 놓아주지 못하는 '박사' 스트레인저, 우주의 평화를 위한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저 이 둘을 연결하는 접점이 떨어지고 나서야. 닥터 스트레인저에게 새로운 눈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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