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루앙남타, 시골마을에서의 홈스테이(2)
라오스 북부의 루앙남타, 소박한 마을을 둘러본다. 널찍한 마당에서는 할머니들이 볍씨인지 다른 곡식인지를 가득 널어놓고 새를 쫓으며 미동도 않고 그 앞을 지키신다. 아기오리들이 그 뒤를 뒤뚱거리며 몰려다니는 일월의 한낮 마당 풍경은 음소거된 다큐멘터리 같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옷장수의 좌판이 펼쳐진다. 어제까지 우리가 머물던 남타(Namta) 시내에는 장이 서고 옷가게가 있었지만 마을에는 이렇게 보따리 장사가 찾아오는 모양이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구경이 한창이다. 흥정을 하는 뒤편에 세워진 오토바이 사이를 아기오리들이 뒤뚱거리며 걸어 다닌다. 재미있는 풍경이다. 가이드북을 장식하는 멋진 남하 보호구 트레킹보다 이런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과 조우하는 것이 나는 더 흥미롭다. 우리와 비슷한 담백한 얼굴들에 서린 미소가 참 좋다.
마을 뒤편으로 돌아 나오니 건기임에도 제법 수량이 풍부한 강이 흐르고 있다. 수도시설이 없어서 물을 길어다 쓰고 목욕도 하는 등 다용도로 사용된다. 우기에는 물이 많이 불어날 것이다. 강가의 비탈진 언덕에는 대나무 울타리를 친 작은 텃밭들이 있다. 대나무 울타리는 빨래 건조대도 되고 동물들이 밭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방패막이도 된다. 까만 돼지 몇 마리가 왔다가 돌아간다.
수심이 깊은 곳은 나무로 만든 다리를 건넌 아이들은 강가로 내려간다. 그릇을 가져온 아이는 설거지를 시작하고 다른 아이는 입고 있던 전통치마를 이용해 옷을 벗고 몸을 씻는다. 여자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라오스 전통치마를 입는데 이 치마가 참 편리하다. 허리에 두 번 감길 정도의 큰 통으로 이루어진 치마를 돌려서 핀으로 고정해서 입었다가 이렇게 목욕을 하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 펴서 몸을 가리는 용도로 쓰기도 한다. 다른 아이들도 하나둘 강가에 나와 몸을 씻기 시작한다.
강을 건너가니 산에 가까운 여기도 집과 건물이 있다. 비록 대나무 울타리지만 깃발이 휘날리는 곳이 보인다. 어쩐지 공공건물일 것 같아 들어가 보니 아니 다를까 이곳은 학교다. 한국기업 부영이 지었다는 글귀가 너무나 반갑다. 더운 나라답게 창문이랄 것도 없는 교실엔 작은 칠판, 나무 책상 몇 개, 그리고 의자가 놓여 있다. 금을 긋고 낙서가 되어 있는 책상과 등받이 없는 긴 의자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야말로 꼭 필요한 것만 있는 간소한 교실이다. 이곳에서 눈을 반짝이며 공부할 아이들이 자연스레 떠올려진다.
다리를 건너 우리 집으로 돌아온다. 산 그림자가 마당에 드리우는 저녁 무렵의 아이들은 손수 깎은 팽이를 돌리기도 하고, 마당에 금을 그어 놓고 돌멩이로 사방치기 비슷한 놀이도 하면서 재미나게 놀고 있다.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오후 풍경이다. 빨래를 널어놓은 마당에는 작은 테이블과 낮은 의자 사이를 닭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개와 닭은 기본이고, 염소, 오리, 병아리, 까만 돼지, 소까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동물들을 온종일 만났다. 무슨 야생 버리이어티 쇼도 아니고, 이런 풍경을 본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
낯선 이의 등장에 서먹해하던 홈스테이의 두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친구들을 데려와 외국인 손님이 있는 것을 자랑한다. 어디서 배운 건지 카메라를 들이대면 손가락을 어설픈 브이(V) 자로 만들며 포즈를 잡는다. 디지털카메라의 액정 속에 담긴 모습을 보며 까르르 웃어대는 천진함에, 이방인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진다. 라오스 북부의 어디쯤, 일월의 소소한 오후가 지나간다. 누군가의 노랫말처럼 사람이, 아이들이 꽃보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