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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rliver Dec 30. 2016

그들이 사는 세상

라오스 루앙남타, 시골마을에서의 홈스테이(1)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온데다가, 라오스에 대해 어렴풋한 정보도 별로 없다. 태국의 치앙마이(Chiang Mai)와 빠이(Pai)에서 쉬면서 가이드북과 인터넷에 의존해 계획을 짰다. 루앙남타(Luang Namta)로 온 이유는 이곳이 남하(Nam Ha)국립보호구역 트레킹의 시발점이라는 정보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글트레킹을 하면서 밤에는 소수민족 홈스테이를 하는 트레킹이다. 사실 동행과 나는 트레킹에는 별 관심이 없다. 둘 다 "홈스테이"라는 단어에만 눈이 번쩍 뜨인다. 여러모로 취향이 맞는 동행이 있어 여행길이 더욱 즐겁다.    

라오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Lao People’s Democratic Republic)이라는 공식명칭답게 라오스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주의, 즉 공산주의 국가다. 이런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 중국, 베트남, 라오스, 쿠바의 4개국이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보면 이 소박한 그림이 이 마을과 잘 어울릴 뿐이지만, 공공건물 앞의 사실적인 그림 표지판은 이곳이 공산국가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한산한 거리에는 트래블 에이전시들이 한 집 건너 한 집이다. 여행자들의 트레킹을 주선하는 작은 여행사들은 사람을 모으고 있다. 8명 정도가 정원이 되는 트래킹은 일정한 금액을 나누어 부담하는 시스템이라 사람이 많아질수록 개인이 지불할 경비가 줄어든다. 들어가서 상담을 해보니 트레킹의 종류는 다양한데 홈스테이만 하려면 그냥 마을을 찾아가라고 한다. 여행사로서는 커미션이 남지 않는 것 같다. 반 찰레운쑥(Ban Chaleunsouk : 찰레운쑥 마을)이라는 마을이름을 받아들고 여행사에서 나온다.

지나가는 썽태우를 불러 세워 여행사에서 적어준 마을 이름을 보여준다. 친절하게도 라오어로 적어줘서 말이 통하지 않는 운전기사가 읽을 수 있다. 손짓 발짓에 가격을 종이에 써가며 흥정하지만 비용을 너무들 많이 부르는 통에 몇 대를 그냥 보낸다. 난감해 하다가 근처 여행사의 영어 잘하는 직원이 끼어들어 간단하게 해결을 해준다.

삼십여 분을 달려 도착한 찰루엔쑥 마을은 아예 홈스테이 지정마을이다. 썽태우로 달려오는 동안에는 차도 몇 대 지나가지 않는 길을 달려오자니 내심 불안해지기도 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가게도 있는 길가의 마을이어서 안도가 된다. 홈스테이 비용은 마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일정 금액을 홈스테이하는 가정에 제공한다고 한다. 외국인의 하룻밤 홈스테이는 그들에겐 수입도 된다. 마을초입의 구멍가게에서 잠시 기다려 배정받은 집은 젊은 엄마 아빠와 아이 둘, 삼촌이 사는 가정이다. 

나무로 지어진 집은 더위와 홍수를 피할 수 있도록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어졌다. 아래층 한 쪽에는 부엌과 화장실이 있고 계단을 올라가야 방이 있는 구조다. 평범한 라오스 가정이라서 엄마도 아빠도 영어는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하지만 젊은 엄마는 환한 미소로 여행자를 맞이하고 아빠는 외국인 여자들이 어색한지 떨어져 앉아 웃으며 인사만 한다. 아이는 아빠 옆에 꼭 붙어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손님들을 쳐다보며 눈만 깜박거릴 뿐 아무리 오라고 손짓을 해도 꼼짝도 않는다.

신발은 계단아래에 벗어두고 실내로 올라온다. 벽이고 바닥이고 모든 것이 나무로 지어진 가옥이다. 옷과 이불을 쌓아두는 방 한 칸과 널찍한 마루가 전부다. 이음새가 매끄럽지 않은 널빤지 사이로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겨울이라 바닥에는 돗자리를 깔아 놓았다. 벽에 붙여진 브로마이드나 찢어진 종이를 빼면, 전자제품은 텔레비전과 스피커뿐이다.

 잠시 후 엄마는 주전자와 컵을 가지고 올라온다. 차라도 들어있나 싶었는데 따라주는 것은 맹물이다. 이런 집에서 무얼 기대한다는 게 우습긴 하다. 냉수 한 잔이라도 정성스레 따라주는 마음을 고맙게 받는다. 말이 한 마디도 통하지 않아서 서로 바라보고 웃기만 한다. 잠시 어색한 시간이 흐른다. 대부분의 홈스테이는 트레킹을 하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후 늦게 여행자들이 도착할 텐데, 트레킹을 하지 않은 우리는 이른 시각에 불쑥 들이닥쳤으니 주인 내외가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다.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이야기, 같은 시간속에서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과의 만남에 설렘이 앞선다. 그들이 사는 세상속으로 한걸음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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