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오늘로써 입사한 지 1년이 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정장을 입고 화상면접을 위해 노트북 앞에 섰던 그 날이 생각난다.
불과 1년 전인데도 왜 이렇게 오래전 일처럼 느껴지는지, 마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것 마냥 추억에 잠긴다.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내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전혀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것이라 기대와 설렘이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서 힘들고 어려웠던 부분이 많았다.
입사한 지 일주일 만에 코로나가 터져 그로 인한 삶의 변화가 크기도 했지만
솔직히 취업이라는 관문이 내 삶에 주는 변화가 더 크게 느껴졌다.
하면 할수록 일은 더 어렵고 더 많아졌다.
예전보다 일 처리속도가 훨씬 빨라져서 적응을 하면 그만큼 남는 시간이 주어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건 그냥 기대일 뿐 그 남는 시간에 나는 또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누군가가 내게 업무를 지시하거나 원래 하던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의 이유로 혹은 또 다른 이유로 나는 또 다른 업무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일과 엮이면 모든 인간관계가 참 복잡하고 어렵다.
그동안 사람 관계에 있어서 크게 어려움 없이 자랐고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별다른 걱정이 없었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게 참 여러모로 복잡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항상 상대는 나랑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에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할 말은 해야 다른 사람이 나를 업신여기지 않는다는 것, 이 두 가지를 명심하게 되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우리 주변에는 꼰대도, 별의별 인간들도 아주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잘나서 이 회사에 있는 것도 그리고 못나서 있는 것도 아니다.
이건 정말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느낀 감정인데 사람은 저마다 다 본인의 자리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자리를 만드는 것은 본인의 가치관과 성향, 의지에 달렸으며
그것이 좋고 나쁘다는 것은 그 누구도 단정 지을 수 없다.
여기서 ‘자리’란 단순한 회사 내 직급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는지에 대한 ‘자리’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결론은 최대한으로 온 힘을 다해 내 쪼대로 살면 된다.
사회인이 된 1주년 기념으로 그동안 못했던 이런저런 말을 많이 했는데
내가 느낀 사회는 사실 생각보다 참 지저분하다.
더럽고 억울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내가 그 칼자루를 들어야 할 때도 있다.
무엇보다도 짜증 나고 불편한 순간들을 아무렇지 않은 척 참으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여기선 받아들여야만 한다. 사회는 그런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냉정하다.
아름답고 즐겁게만 느껴졌던 세상이 다르게 보여서 많이 혼란스러웠던 한 해였지만
그만큼 나는 훌쩍 성장했다. 내 스스로가 느껴질 정도로 아주 많이 성장했다.
드디어 이제 나도 조금은 현실을 볼 줄 알게 되었다.
음,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의문이 든다.
인도 HR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아래부터 위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수없이 만났다.
그들의 눈빛과 행동, 대화, 말투, 그리고 태도를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겪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의 변화 역시 아주 컸던 것 같다.
회사의 한 부서를 맡아 이끌어 나간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매 순간 느낀다.
인사, 총무, 그리고 안전까지.
완벽할 순 없지만 그 선에 가까이 가기 위해 오늘도 나는 내 자리를 지켰다.
나를 위해. 나 자신을 위하여.
올 해도 마찬가지, 나를 믿고 계속 나아갈 것이다.
계속해서 어떠한 삶이 찾아올지 궁금해하며
그 호기심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고 즐거워하며 잘 살아갈 것이다.
내년 이맘때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훌쩍 성장해 있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를 기쁘게 기념하고 싶다.
2021년 3월 14일.
HAPPY 1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