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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에서 시리즈 A 스타트업 대표가 되기까지

케어닥 대표, 제이(Jay)의 이야기

Interviewer & Editor: 이한빛 
- 채용 플랫폼에서 일하며 초기 스타트업부터 IT 대기업까지, 200개 이상 기업의 채용을 돕고 있습니다.
머신러닝, 인공지능 등 화려한 아이템이 가득한 스타트업 사이에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돌봄 시장'에 뛰어든 케어닥을 탐구하는 중입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반갑습니다. 검증된 노인 요양시설과 돌보미를 중개하는 플랫폼 '케어닥'의 박재병입니다. 


Q. 지금은 시리즈 A 단계 스타트업의 대표지만, 창업하기 전에 방황의 시간이 있었다면서요?

A. 창업하기 전에, '왜 살아야 하는지?' 고민을 계속했어요.

왜 사는지 고민을 하다 보니, 더 나아가서는 '죽어도 되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런데 그냥 죽기에는 부모님, 친구들, 주변 사람들한테 미안했어요. 어차피 죽을 마음까지 먹었는데, 그럴 바엔 그냥 아무렇게나 살아보자!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 결심했죠. 그래서 만 2년 반, 햇수로 3년 동안 세계 여행을 했어요. 

('시골 백수'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했던 여행자 제이가 궁금하다면?


첫 1년 간은 즐겼고, 나머지 1년 반은 왜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답을 찾아다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태어났지? 왜 살고 있지?'에 집중하면 제가 바꿀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님 밑에 태어난 박재병이라는 저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럼 내가 정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건 뭘까 생각해봤죠. 


'내가 어떻게 죽을지'는 오로지 나한테 달렸더라고요. 이왕 선택할 수 있는 거면, '잘 죽어보자'란 결론을 내렸죠. 


Q. '잘 죽자'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왜 창업을 하게 된 건가요?

A. 어떤 걸 해야지 죽는 날에 '의미 있었다'라고 느낄지를 찾고 싶었어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봉사활동 다니면서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판자촌에서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이 분들을 도우면 내가 죽을 때도 기쁠 수 있겠다 싶겠어요. 

그런데 제가 그 결심을 하고, 1년 동안 노인들을 도우면서 깨달았는데요. 제가 한 달에 백만 원 넘게 써도, 도울 수 있는 분들이 20명이 안 되고, 노인들의 삶이 변하지 않더라고요. '20명의 삶도 못 바꾸고 죽으면, 내가 잘 죽는 건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더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일을 하자. 개인이 단기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회에 더 큰 임팩트를 끼칠 수 있고, 항구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보자. 

그 외에 개인적인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고요. 주변에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고, 흙수저도 탈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최종적으론 노인들을 도울 수 있고,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판단을 하고 아이템 없이 창업부터 하게 됐어요.


Q. 말만 들어도 창업 초기의 난관이 예상되는데요. 

A. 네, 노인 대상 IT 헬스케어를 하겠다는 방향만 가지고 있었던 거니까요. 회사명도 지었어요. '원스텝 모어'라고, ‘세상을 향한 한 발짝 더’라는 의미예요. 지금 함께하고 있는 공동창업자들도 그때 만나서 힘든 시기를 함께 버텼어요. 셋이서 지인 오피스텔 방 한 칸 빌려서 시작했거든요. 처음 만들었던 서비스는 저희 앱을 다운로드하고, 달리기 하면 포인트를 적립해서 노인을 돕는 거였어요. 수익모델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죠. 


그때 케어닥을 믿고 투자해주셨던 초기 투자자분이 두 가지 질문을 던지셨어요. 

첫 번째는 '이 서비스가 지금처럼 월급 안 받아가며, 보증금 빼서 써가면서 평생 운영할 수 있는 건가요?'

두 번째로는 ‘그럼 박재병 대표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건 뭔가요? 죽어도 꼭 하고 싶은 게 뭐예요?’라고 물어보셨어요. 그때 제가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자'란 목표는 절대 포기하기 싫다는 생각을 했는데, 봉사활동 다니면서 어르신들께 자주 들었던 ‘요양원 가기 싫다.', ‘자식이 날 버린 것 같다.'란 말들이 떠오르더라고요. 


Q. 드디어 본격적인 '케어닥'의 시작이네요.

A.  네, 어르신들 말씀에서 착안해서 피봇(Pivot)하게 됐죠. 

대부분의 노인들이 요양시설에 가기 싫어하고, 요양시설에 부모님을 보내는 자식이나 주변인들도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잖아요. 맞벌이도 많아지고, 부모님을 모시고 살기 쉽지 않은 사회 구조 상 필수 불가결한 선택인데도요. 그래서 케어닥은 전국의 모든 요양시설의 정보와 실제 사용해본 분들의 후기를 무료로 공개하기 시작했어요. 조금이라도 이 시장이 투명해지길 바랐거든요. 그렇게 1년 정도 운영을 하면서, 여전히 수익 모델은 못 찾은 상태였지만 케어닥 서비스를 사용하는 분들이 늘면서 시드 투자를 받을 수 있었어요. 


케어닥의 비전


Q. '어르신 돌보미 (간병인)' 찾기 서비스로 확장한 계기도 궁금해요. 

A. 요양시설 정보 공개를 통해서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했다고 생각했는데, 더한 난관이 있더라고요.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실제로 만나기 전까지는, 어떤 분이 간병인으로 오는지 알 수가 없어요. 어떤 경력이신지, 간병인에 적합한 분이신지 검증 시스템이 전혀 없었어요. 간병인에 대한 정보 없이, 요양 시설 정보 제공만으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Q. 간병인 문제,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A. 단순하게 프로필만을 제공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보호자 입장에서는 간병인이 '누군지'보다도, '잘 돌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업계 최초로 간병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육장도 따로 운영하는 중이에요. 이 과정을 거쳐서 케어닥에 개인정보를 등록하고, 간병인 교육을 받은 분들만 보호자분들께 연결시켜 드리고 있어요. 


Q. 비용이 들지 않나요? 남들이 안 하는데 케어닥은 하면 손해 아닌가요?

A. 당연히 비용 관점에선 손해예요. 간병인 교육을 위한 장소 마련하고, 교육 담당자 분도 채용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자체적으로 개발했거든요. 만들어놨는데 교육 안 받으시면 안 되니까 홍보도 따로 하고...(웃음) 그렇지만 이걸 해야만 케어 퀄리티도 올라가고 케어닥을 믿고 쓰는 차별 포인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케어닥 구성원, 투자자분들이 당장의 이익을 떠나서 투자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것에 공감을 해주셔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케어닥 간병인 교육 현장 


Q.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할 계획이신가요. 

A. 우선은 간병인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해요. 현재는 서울, 수도권까지만 커버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좋은 간병인 분들도 더 많이 영입할 예정이에요. 현재는 보호자분들이 요청하시면 간병인을 연결해드리는 모델로만 운영하고 있는데, 간병인 인프라가 부족한 요양병원이나 토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연계해서 검증된 간병인을 연결해드릴 준비도 하고 있고요. 


장기적으로는 요양시설 운영에 필요한 솔루션들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해요. 지금도 케어닥 간병인 분들은 저희 앱에 매일 간병 일지를 기록하고, 보호자분들이 바로 확인하고 계세요. IT, 테크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헬스케어 관련 데이터들이 오프라인에만 남는 게 아니라, 저희 서비스 안에 계속 쌓이고 있어요. 


Q. 얘기를 듣다 보니, 인재를 더 채용해야 하는 시점 같은데요. 

A. 맞아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려면, 오프라인에 있는 간병인 업체들을 만나 케어닥 플랫폼 안으로 들어오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하거든요. 

사업개발을 도와주실 분들, 서비스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해 줄 테크팀, 오퍼레이팅팀이 필요해요. 

특히 저희 서비스의 특성상 오퍼레이팅팀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영입하고 있어요. 

테크팀 안에서도 디자인, 서비스 기획자분들을 더 뽑고 있고요. 


Q. 어떤 분들이 케어닥에 잘 맞을까요?

A. 어차피 케어닥이 하고 있는 시니어 헬스케어 분야는 초기 단계여서 전문가가 따로 없어요. 그래서 채용을 할 때 업계 경험보다는 이 산업을 바라보는 마인드 셋을 보는 것 같아요. 이 산업의 문제점에 대해서 자세히는 몰라도, '나한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다' 정도까지는 공감대가 형성된 분이요. 케어닥 서비스의 성격 상, 어르신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할 일들이 많거든요. 이 문제를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입사 후 빠르게 성장하시더라고요. 

케어닥 사무실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A. 저희 서비스가 금융이나 소비재 쪽처럼, 선망의 대상인 산업군은 아니잖아요. 사실, 시니어 헬스케어 비즈니스 규모는 다른 어떤 산업에 비해 절대 규모가 작지 않고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한국에 만 7세 이상 아이 숫자가 400만 명인데, 노인 숫자는 1000만 명이예요. 국내에서만 20조에 달하는 시장 규모로 추정되고요. 이미 일본,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시니어 헬스케어를 하나의 비즈니스 도메인으로 보고 있어요. 불과 몇 년 전, '배달 앱', '호텔 예약 앱' 등이 등장했을 때 생소했지만 현재는 일상이 된 것처럼, 시니어 헬스케어도 곧 그런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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