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ielle Sep 30. 2015

몽골, 하늘이 만나는 땅 5.

8월 6일. 보드카와 화장실만 있다면 온 밤을 지새울 수 있어

6nights/7 days trip by jeep/ by Khongor guest house

Day 1. Erdenedalai village

Day 2. Drive to Bayanzag-Flaming Cliffs.

Day 3. Khongor Sand Dune.

Day 4. Drive to Yol Valley (욜링암)

Day 5. Tsagaan suvarga (white stupa)

Day 6. Barbecue Party at Ger camp (Horqhog) 

Day 7. Baga Gazariin Chuluu –Rock Formations


장 필립이 탄 낙타가 연신 침을 뱉어대서 내  온몸이 낙타 침으로 뒤덮인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그리고 사람이 오를 수 없어 보이는 사막의 (언덕 아닌) 산을 죽도록, 30분 넘게 등반해 꼽디 꼬~운 모래 위에서 진짜 자유를 만끽한 경험도 함께. 모두 홍고르(우리 게하 이름과 같다) 샌드 듄에서. 산(사막을 산으로 부르겠다)에 올라갈 때는 정말 다음날 내 종아리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뒤를 돌아보면 굴러 떨어질 거야 하는 망상으로 가득했었다. 오금이 저리는 발을 내딛을 때 마다 허벅지는 터질 것 같았고, 숨이 벅차 올랐다. 맨발로 출발하길 잘했으면서도 그냥 포기하고 싶지만 이렇게 내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끈기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수없는 생각으로도 가득했다.


온 땀과 그  모래가 뒤덮팔다리를 정상에 올려 놓았던 순간, 엄청난 높이의 경치를  보기는커녕 얼른 기연오빠 옆에 가서 드리 누웠다. 하아. 그 상태로 기연오빠의 강제 기념샷을 몇 장 촬영한 후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모두의 입에서 나오는 하나의 탄성 "Wow." 올라온 산을 시작으로 엄청나게 고운 모래사막이 뒤에 펼쳐져 었다. 우리가 사막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한 지점은 초원과 같은 땅과 맞닿아 있는 지형이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풍경이 바뀌어도 된단 말이야 정말로? 그렇게 다른 일행도 기다리고 모두 함께 다른 외국인들이 다 귀가할 때까지 늦은 산(모래사막) 구경. 어둑어둑 해지고 정말 우리 밖에 남지 않자 하강.


다 고운 모래산이라 그 무시무시한 경사에서 그냥 달려도 넘어지지도, 굴러떨어지지도, 죽지도 않는다는 걸 알자마자 겁 없이 신나게 달렸다. 정말 신나게. 전속력을 내어 내려가도 70도  80도가량 돼 보이는 사막 경사는 고운 모래로 우리의 다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다 중간에 누웠다. 그냥 끝까지 다 내려가긴 싫어서 모래가 머리 한올 한올 사이에 들어와 두피에 앉는걸 알면서도 눕는다. 모래를 가르는 사막의 고요한 바람소리. 그 어떤 잡소리도 들리지 않고 모래 위를 스쳐지나가는  바람소리뿐이다. 단언하건대 유년기 시절 이후, 그러니까 기억이 존재하는  그때 이후부터는 이런 고요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아마?) 그렇게 모두는 정말 완벽하고도 완벽한 순간을 즐겼다.


어젯밤과 같은 황홀감에 젖기 위해 별빛 밤하늘을 보러 모인 일행들. 그들을 잠시 뒤로 하고 초원으로 나왔다. 눈 좋은 몽골인이 어디선가 훔쳐보고 있을 초원으로. 천 쪼가리 한 장에 의지해 샤워를 단행한다. 사막에서의 알몸 샤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 있는 듯한 바스락, 바람소리, 불안함. 숨 막히는 샤워 전이었다.


이곳 화장실은 앞문이 뚫려있다. 너도 나도 X싸러 가는 길이 즐겁다. 광활한 대지와 진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힘을 주는 경험. 백만 불을 줘도 찾기 힘든 최고의 화장실이다. 5성급 호텔이 따로 없다며. 이 푸세식 화장실은 죽을 때까지 기억날 듯하다.


별빛을 보며 보드카를 넘긴다. 징기스칸 보드카. 쓰다 쓰다 하며 줄곧 넘어간다. 프랑스어 부알락티(Voie lactée,은하수)를 맞게 발음하려고 끈임없이 반복하며, 별똥별을 찾는다. 이젠 떠있는 저것들이 별인지 하늘에 반사된 모래인지도 헷갈린다. 빈 공간이 없다. 또 신기루가 보이는  듯하다. 아주 긴 거리를 남기며 떨어진 별똥별에 탄성이 터진다.


저 멀리. 주황 빛이 비친다. 유심히 쳐다보는 데 뭔가 세모난 게 차 헤드라이터인지,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해인지. 일출이라고 놀리던 필립이 장난이라며 다시 말한다. "Moon." 문? 달? 귀를 의심한다. 처음이다. 지평선에서 주황 빛을 뿜어내며 어둠을 가르는 달이라니.. 땅에 걸려 있던 달, 아 몽골은 어찌 이리 좋은 것 투성일까.


낙타고기가 메인인 저녁식사. 양고기보다 냄새가 심하다.
사구 뒤로 펼쳐져 있는 끝없는 모래사막
핸드폰의 라이트 위에 얹어놓은 징기스칸 보드카
긴 노출로 찍어 떠오르는 모습이 찍힌 월출 장면. 달의 눈부신 밝기가 별을 가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몽골, 하늘이 만나는 땅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