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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le Sep 30. 2015

몽골, 하늘이 만나는 땅 8.

8월 9일. 헉소리 나는 허르헉

6nights/7 days trip by jeep/ by Khongor guest house

Day 1. Erdenedalai village

Day 2. Drive to Bayanzag-Flaming Cliffs.

Day 3. Khongor Sand Dune.

Day 4. Drive to Yol Valley

Day 5. Tsagaan suvarga (white stupa)

Day 6. Barbecue Party at Ger camp (Horqhog) 

Day 7. Baga Gazariin Chuluu –Rock Formations(바가 가즐링 촐루)



하루 종일 이동 중. 예정이었던 화석암 지대는 내일 방문하는 방향으로 일정 변경. 게르 캠프 외에 정해진 목적지 없이도, 푸르공 창밖의 장면은 모두 sight-seeing. 아름다운 하늘과 땅, 그리고 십분이 채 안될 때마다 찾아오는 지형의 변화. 이 모든 게 지루할 틈이 없다.


오랜만에 덤플링과 호쇼르가 아닌 점심식사. 다양한 음식을 시켜본다. 메뉴에 처음 등장한 수프도 함께. 몽골리안 누들은 아직도 그 뻑뻑한, 짭조름한 면이 입맛을 돋운다. 베지터블 수프도 고기를 넣어 만들었고, 그 대신에 고기가 많이 들어가진 않았다. 누들 수프보다는 덜 느끼하고 향이 덜하다. 양고기 덮밥은 상상 그대로이다. 예쁜 철판 위에 담아져 나온 모습에 쓸데없이 철판 구매욕심이 생긴다. 주부도 아니고 참.


바비큐를 해먹을 곳에 도착했다. 가장 아름다운 게르를 지니고,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지녀 인기가 제일 많은 캠프. 아니나 다를까 수천 마리의 양과 염소떼가 초원에 가득하다. 한때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떠오른다. 몽골에서 유학 온 학생이 허름한 집과 양, 염소 외에는 아무것도 없이 황량한 곳을 집이라며 보여줬다. 내 친구는 너무나도 가난해 보이는 집에 사는 그 유학생을 불쌍히 여겨, 알바를 뛰며 버는 금쪽같은 돈을 나눠 비싼 밥도 사주고, 매 끼니를 해결해 줬다. 그런데 그 학생이 몽골에 돌아가 찍은 사진에서는, 면세점에서 산 명품백과 선글라스 등으로 치장된 모습이었다고 한다. 허름하고 황량한 집이 아니라 수천 마리의 양과 염소떼, 그리고 끝없는 들판을 소유한 유목부잣집의 딸이었다는 풍문이다.


이야기를 떠올리다 보니 여기 있는 이 사람들, 우리보다 힘들게 살아 보여도 실제로는 부유할지 모른다! 사실 이 염소와 양, 땅을 값어치로 환산하지 않더라도, 내가 보기에는 더 많이 가졌고, 그 자체로 행복한 사람들이다.


허르헉이 익고 있다. 수레같이 생긴 곳에 양고기를 넣어 불을 지핀다. 불 때는 곳에는 염소똥 양똥과 함께 돌들이 가득하다. 어느 정도 불이 많이 붙으면, 똥과 함께 구워지고 있는 뜨거운 돌을 꺼내 툭툭 털어 고기 사이사이에 집어넣는다. 툭툭 털었으니 탄 똥도 조금은 들어갔겠지? 이렇게 너도나도 모르는 사이 '똥' 도 먹어보지 않은 것 리스트에서 지워워질 수 있다니! 행운인걸! 그 위에 야채를 한가득 올린다. 냄새가 좋다. 한참 익히는 동안 주방 초원에 쳐들어온 염소와 시간을 보낸다.


드디어 완성된 허르헉. 야채를 다른 냄비에 더니 모습을 드러낸 갈비 위주의 양고기. 냄새가 죽인다. 건배를 하고 하나 집어 먹는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헉소리나는 양고기. 여행 내내 양고기를 잘 먹지도 못하던 여자 일행도 벌써 발라낸 갈비뼈가 다섯 대 째다. 모든 음식을 맛있고 행복하게 먹긴 하지만, 정말 가끔,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슬퍼하는 경향이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행복 다음에 밀려오는 감정인 슬픔은, 이 맛있는 음식이 줄어들어 느끼는 슬픔이다. 이번엔,  정말 이렇게는 평생 다시 먹어보지 못할 것 같은 슬픔이었다.


마지막 날 밤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몽골 와인도 즐기고, 맥주도 마시고, 마이주(말의 젖 주)도 마셨다. 마이주, 다시는 마실 수 없을 맛이었지만 꽤나 즐기는 이가 많다. 일행 둘이 계속해서 들이키는데, 그 일행 둘은 다음날 화장실과 한층 더 친해졌다고 한다.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별, 졸음이 쏟아져 하나 둘 들어가도 마지막까지 사수한다. 의자에 몸을 뉘여 보느라 아파오는 목. 아픔도 채 잊겠다는 의지였다. 몽골 하늘의 아름다움은 딱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 어디서든 언제서든 우리는 구름이나 별을 볼 때 고개를 꺾어 하늘이라고 부르는 위를 쳐다보았다면, 몽골에서는 문을 열고 나와 고개를 들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구름이, 밤에는 별이 그냥 나의 눈 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 고개를 들면 그땐 정말 입이 벌어진다. 돌아와보니 6박 7일간 드넓은 대지가 주는 선물은, 하늘이었다.


몽골에서 자주 사마시는 소다수 슈웹스. 청량감이 딱이다.
고기도 가득, 야채도 가득한 베지터블 수프. 일반 수프는 야채가 거의 없다.
몽골리안 누들. 이번건 특히나 짰다.
몽골식 바베큐 허르헉을 요리하고 있는 깡통솥
허르헉의 메인, 양고기
허르헉에 들어가는 다양한 야채


바베큐를 즐기며 해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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