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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르미 Sep 13. 2021

진짜 어른이 되는 농담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을 읽고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은

독특하게 진지한 책이다.




요즘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계속 아이로만 살아간다. 물론 아이라고 해서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아이라면 그 누가 반기지 않겠는가. 하지만 여기서 아이라는 것은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사람을 말한다. 성숙해지기 싫은 사람들, 책임 지거나 배려하기 싫은 사람들은 우리 곳곳에 널려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어른의 덕목을 이야기한다. 독일의 유서 깊은 가문에서  태어났다는 저자는,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기사도 이야기로 책의 서문을 연다. (아... 솔직히 당혹스러웠습니다. ㅎㅎ 기사도라뇨.. 너무 관심 없는 주제;;) 거기에 기독교적인 이야기를  같이 더하고 있어, 사실 초반엔 진입 장벽이 좀 있다.




하지만 그 서문을 읽고 나서 다음 페이지들을 펼치면, 글들이 좀 더 매끄럽게 읽히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된다. 사실 어른에게 필요한 것은 동양이든 서양이든 기사든 선비든 기독교이든 불교이든 비슷하기 때문이다.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은 이런 어른에게 필요한 삶의 덕목을 총 27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순서대로 읽기보다는 관심이 생기는 주제부터 슬슬 읽어나가기 좋은 책이며, 특히 서양철학과 기독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가 말하는 삶의 지혜에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럼 이 27가지 인생수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가지 덕목,

인내와 유머에 대해

조금 소개해보겠다.




저자 알렉산더 폰 쇤베르크






인내

육식동물의 무기는

송곳니가 아니라 참을성이다




인내는 정말 어른의 덕목이다.

아이들이 참을성이 없는 건 잘 알려져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뿐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잘 못 참는다. 우리는 늘 '당장' '지금' '바로' 모든 것이 해결되기를 원한다. 클릭 하나면 음식이 배달되고, 핸드폰을 통해 먼 거리에 있는 사람도 손쉽게 연락이 가능한 세상이기에, 몇 날 며칠, 혹은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인내라는 덕목은 너무나 힘들다.




인내는 용기의 신중한 자매와 같다
아리스토텔레스





인내한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용기다. 인내할 줄 아는 사람은 결국 행복해질 것이다. 인내한다는 것은 다음 순간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음을 깨닫고, 시간의 힘을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내심이 없는 사람들은 정말 불상하군.
상처라는 것은 조금씩
치유되기 마련 아닌가?
셰익스피어 <오셀로> 대사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은 우리에게 인내심을 기르는  좋은 연습 몇 가지를 소개한다. 운전 중 차가 막힐 때는 음악을 켜고 삶에서 덤으로 시간을 얻었다 생각하자.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핸드폰을 꺼내들지 말고 그 막간을 즐기자.



인내야말로 어른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덕목 아닐까 싶다.







유머

삶 앞에 겸손한 사람만이

웃을 줄 안다




나는 어른이든 아이든 유머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이까짓것, 다 한순간의 꿈이지' 하며 허허 웃어버리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은 유머란 지성의 표현이라 말한다. 무언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우리는 유머를 구사할 수 있다. 유머는 높은 수준의 깨달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창밖으로 푸른 하늘만 바라봐도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한다. 극히 일상적인 것에 경이로움을 발견하곤 했던 그는 모든 일상에 놀랐다. 아침에 해가 뜨고 지고,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는 평범한 일상조차 그에게는 놀라움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한편 유머는 불완전함, 나약함 같은 처지를 꿰뚫는 통찰이기도 하다. 세상만사가 모두 내 뜻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런 순간에 주저앉아 울기보다는 허허 웃으면서 자신의 처지를 유머로 승화시키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어른이다.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은 심지어 성경 구절에서도 유머를 발견한다. 이렇듯 모든 진지한 것들 속에서도 웃음의 기회란 있다. 그 웃음의 내공을 키우는 것. 부조리한 것과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웃어넘길 수 있는 연습을 하는 것.




이러한 유머는 삶의 강력한 치료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랑클은 자신의 생존 이유가 다른 수용자들과 때때로 서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유머는 너무 심각해지지 말라고,

힘 좀 빼고 웃어보라고

우리에게 말해주는

어른의 덕목이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느긋해 보이고, 갖은 고생도 가볍게 받아들이며 늘 유쾌함을 잃지 않고 재치 있는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사람. 거만하지 않으면서도 확고한 원칙을 갖고 말하는 사람.




물론 이 인생 수업을 읽는다 해서 저런 어른이 뚝딱 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어른의 덕목들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적어도 자기반성은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을

던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추수밭 출판사에서 협찬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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