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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르미 Sep 14. 2021

<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의 35주년 기념 소설










추리소설을

잘 못 본다.




그래서 서점에 갈 때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마음의 짐을 느꼈다. 그럴만한 게, 이 히가시노 게이고란 일본의 추리소설 대가는 책을 너무 많이 쓴다! 그래서 서점에 가면 꼭 있을뿐더러 국내에 매니아층도 탄탄해서 그의 책을 꼭꼭 챙겨 보는 사람도 많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추리소설이 아닌 순한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말고는 읽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책은 더더욱 부담감과 함께 호기심이 생기곤 했다. 어떤 추리소설을 쓰길래 이렇게 재밌다는 걸까?




그러던 중 이 책 <백조와 박쥐>를 발견하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 35주년 기념판이기도 하고, 줄거리를 보니 많이 무섭지는 않을 것 같아 한 번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줄거리




어느 날 갑자기 도쿄에서 양심적인 변호사가 살해당한다. 형사들은 변호사의 행적을 조사하다 그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한 노인을 찾아낸다.



노인은 의외로 고분고분 자신이 변호사를 죽였다며 죄를 고백한다. 그러면서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과거 한 살인의 진범 또한 자신이라고 밝히게 된다.



한편 이 과거의 살인은 노인이 자주 갔던 음식점의 주인 모녀와 관계가 있었다. 주인 모녀의 남편이자 아빠는 과거 그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유치장에서 심문당하다 자살했던 것. 그러니까 이 노인은 그 살인사건의 진범이 자신이라고 뒤늦게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두 살인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진실과 거짓.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심리. 사실 살인 사건의 진실보다는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책으로 전개가 탄탄해서 읽다 보면 빠져드는 책이다.








#살인자의아들




<백조와 박쥐> 속에서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래도 주인공이라면 살인자의 아들과 피해자의 딸 아닐까 싶다.



살인자의 아들, 그는 자수성가한 타입이다. 시골에서 자랐지만 공부를 잘해서 도쿄의 커다란 광고 회사에 취직한 엘리트 젊은이인 것. 하지만 그는 어느 날 형사로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살인죄를 저질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는 깜짝 놀란다.

무엇보다 자기가 생각하는 아버지는

살인을 저지를만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버지가 할 만한 행동이 아니었다.
..뭔가 이상하다. 아버지는 지금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특히나 살인자인 아버지는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 너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으니 부자의 연까지 끊자고까지 말한다. 그러면서도 아들의 진실 추궁엔 그저 자신이 저질렀단 말뿐이다. 그래서 아들은 이 두 살인 사건의 진실을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 아들은 형사와 기자를 만나게 되고, 또 현대사회답게 sns에서  자신의 신상이 까발려져 2차 피해를 당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피해자의딸




살인자의 아들이 만난 건 피해자의 딸이었다. 피해자 모녀는 아버지의 죽음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평상시 남들에게 원한을 살만한 사람이 전혀 아니었던 것. 그래서 피해자의 딸은 일본의 참여 재판 제도를 이용한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피해자 유족도 재판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렇게 피해자 딸은 아버지 살인사건의 진실을 쫓다가 가해자 아들을 우연히 만난다.그리고 위치가 전혀 다른 이 두 사람은 서로의 목적이 같다는 걸 알게 된다.




범인이 자백을 했고 이제 사건의 진상은 다 밝혀졌다고 모두들 말한다. 그리고 그 진상을 바탕으로 재판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진상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어머니와 자신뿐이라고 그녀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또 있었다. 가해자의 가족도 역시 이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둘은 각자 자신의 아버지

행적을 쫓아가면서

계속해서 살인의 동기와

진실을 추적해나간다.








사실 추리소설의 묘미는

범인이 누구인가?

하며 나의 추리가 맞는지

예측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의 범인과 살해 동기를 찾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다. 추리소설 초보인 나도 중간부터는  누가 이 두 살인 사건의 범인이고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으므로 아마 추리소설 매니아들이라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백조와 박쥐>는 이렇게 범인을 찾아 헤매는 매력보다는, 오히려 범인 주변인의 심리묘사탁월한 책이다. 이 소설은 두 가지 살인이 등장하며 이 두 살인의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그 가족들이 얽혀있다. 이들 각자의 입장과 함께 작가는 사회적인 쟁점들을 제시하는데




공소시효가 만료라는 건
타당한가?



언론의 무자비한 취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논의들을 부담스럽지 않게 집어넣는다. 특히 어떤 관점이 옳다고 작가가 전면에서 주장하진 않고 현실을 그냥 무심하듯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왜 책의 제목은 <백조와 박쥐>일까? 그 이유는 책의 중후반에  형사들의 대화에서 드러난다. 바로 가해자의 아들과 피해자의 딸에 대한 은유인 것.





"경찰은 이미 수사는 끝났다는 식이고 검찰이나 변호인은 오로지 재판 준비에만 골몰했지. 가해자 측과 피해자 측으로 서로 적의 입장이지만 오히려 그 둘 목적은 같았던 거야."
"..빛과 그림자, 낮과 밤, 마치 백조와 박쥐가 함께 하늘을 나는 듯한 얘기네요."




낮과 밤이 공존하는 것 같은

백조와 박쥐의 비행.

세상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묘한 일.

하지만 그런 기묘함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필력 앞에서는

전혀 기묘하지도 이상하지도 않다.





올가을 한 번 읽어볼 만한

일본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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