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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희 Feb 17. 2022

마음 세탁소가 있다면

O SOUND LAB_Playlist

일주일은 느린데 하루는 빨라. 하루는 느린데 일주일은 빨라. 그땐 몰랐지. 두 말은 결국 똑같다는 것을. 시간관념마저 희미해진 지친 직장인이 할 말 없어 얼버무리듯 내뱉는 습관성 문장 중 하나라는 사실을. 매일 지겹도록 달리고 있는 것 같은데 나아지는 것은 없다. 무엇이 나아질지도 모른 채 달리는 것에 매달리다간 아무것도 되지 못할까 봐 잠이 확 달아날 정도로 두려워지곤 한다. 


푹푹 젖어 무거워진 이불솜 같은 마음을 두르고 아침 알람을 끈다. 어릴 적 꿈꾸던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위로하기엔 이미 나이가 꽤나 차 버렸다. 이대로 가다간 내가 별로라 여기던 어른이 될 것인데, 아냐 어쩌면 이미 나는 별로인 채로 남은 생을 버텨야 하는 건 아닐까. 두근거리는 불안함은 고개를 저어 털어버린다. 서둘러 퇴근을 해야 하니까. 왜냐하면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하니까. 


묵은 때가 가득 낀 마음은 쉽게 어그러지고 뒤로 물러나도록 만든다. 그래서 조금 더 시니컬해지고, 그보다 훨씬 더 게을러진다. 충혈된 눈을 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미운 누군가를 속으로 욕하다 거울을 보고 조금 놀란 당신. 


이제야 마음 세탁소에 가야 할 날이 훨씬 지났음을 깨닫는다. 너무 오래 못 왔다. 지친 마음을 벗어 내고 깨끗이 씻어 말려야 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여기선 마음을 억지로 욱여넣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멈추자 불안도 멈추게 된다. 


그렇게 잠시라도 멈추고 나서야 다시 제 시간을 걷게 된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딱 맞는 시계를 갖게 된다. 





*앞으로 유튜브 채널 O SOUND LAB 에서 상황과 감정에 어울리는 노래들을 선곡해 드리려 합니다. 브런치에는 해당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하는 짧은 글을 함께 공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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