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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Dec 26. 2023

[책] 책방에 있다 보니 쓰고 싶은 말이 많아집니다

창원 민들레책밭 주인장 '육현희' 지음

크리스마스에 받은 '따끈한 선물'이 도착했다.

요즘은 그림 그리느라 책은 도통 보질 못했다.

크리스마스 오후, 잔잔한 조명 아래에서 읽은 책방지기의 소소한 이야기보따리 같은 책

<책방에 있다 보니 쓰고 싶은 말이 많아집니다>였다.


책 제목 : 책방에 있다 보니 쓰고 싶은 말이 많아집니다.

책 저자 : 육현희 지음

출판사 : 담당글방

 <책방에 있다 보니 쓰고 싶은 말이 많아집니다>  육현희 지음
신데렐라 망고의 비밀?!

첫 시작은 책이 좋아 사서를 준비하다가 덜컥 책방지기가 된 저자의 책방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가보지 않은 낯선 곳의 5평짜리 작은 책방. 가보지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어떤 곳인지 상상하게 되는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 주인과 살짝 눈 맞춤을 하고, 책방을 돌아본다. 눈에 꽂히는 책 한 권을 들어 책 구경을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책 한 권을 집어 열심히 보고 있으면, 곁에 다가와 책에 대해 어떤 이야기든 나눠줄 것 같은 따뜻한 책방.


책방을 만들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주인장의 삶의 단 편, 책방 주인장의 애정이 담겨 선택된 하나하나의 도서들은 잔잔하고도 평화로운 느낌을 주었다.

나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안에 또 다른 책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재미있는 그림책도 선뜻 집기 어려운 책도 주인장의 소개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재미있게 본 책의 일부는 신데렐라 망고의 비밀이었다. 

누구에게나 하나씩 감추고 싶은 비밀은 있다. 망고의 비밀은 짙은 화장 속에 숨은 어둡고 칙칙한 색깔의 울퉁불퉁한 피부였다. 망고 피부가 왜 울퉁불퉁하냐고? 망고가 아니라 아! 보! 카! 도!? 였기 때문이라고... 

너무 귀여운 망고의 화장술에 보며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귀여운 망고 녀석, 화장술이 대단한데?'


있는 모습을 그대로 사랑해 주라는 메시지가 닮긴 이 책에 나는 '귀여운 아보카도가 망고화장을 했네~'라고 속삭이고 싶었다.



우리는 미래가 궁금하다!

-내가 서 있는 곳을 알 수 없다 하여도

도서명 : 마음편지 중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궁금하던 저자의 그 시절은 나와도 닮아있었다. 그렇다. 타로카드, 사주카페... 문이 닳도록 다녔던 것 같다. 

타로카드가 주는 3개월 후에는... 6개월 후에는 좋아진다는 말이 듣고 싶어서 힘들게 번 돈을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건네며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똑같은 사주팔자를 가지고 매년 사주를 보면 조금씩 달라졌다. 나는 똑같은데, 사주가 달라진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나는 어떤 직업을 갖게 될 것이고, 누구와 결혼할지가 궁금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리던 '결혼'을 하게 됨과 동시에 사주상담을 끊었던 것 같다. 물론 결혼과 동시에 끊은 것은 사주상담만은 아니었다. 열심히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일하던 '일자리'도 끊었다.

 당분간은 나의 일은 아이를 키우는 육아였고, 같이 살아갈 동반자도 정해졌으니 미래는 궁금하지 않았다. 나는 꿈이 있고, 그 꿈은 급하지 않고, 죽기 전까지 차근차근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로와 미궁의 차이?!


책에서 감명 깊게 읽었던 부분 중 하나는 '미궁'과 '미로'의 차이였다.

둘 다 알 수 없이 모호한 길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전적으로 찾아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단다.

 입구와 출구가 다른 '미로'와 입구와 출구가 같아서 하나의 문으로 이어지는 '미궁'

 우리의 삶은 '미로'일까? '미궁'일까? 혼자 생각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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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미궁은 나선형의 구조로 하나의 중심을 품고 있으며, 우리가 어떤 집을 구경할 때 하나의 문으로 들어가고 나오듯이 미궁도 입구와 출구가 같습니다. 달리 말하면 미궁은 그 안의 모든 길이 중심으로 수렴했다가 돌아 나오도록 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미로는 중심이 없고 입구와 출구도 따로 있지요." - 마음 편지 중에서





 내 삶의 주인공이었던  누군가의 이야기

여운이 오래 남는 그림책, [자코미누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책을 통해 책을 소개받았다.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지만,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걸 사람들은 자주 잊어버리는 듯하다.

 나의 삶 또한 평범했지만, 나의 이야기에도 언제나 희로애락이 있었다. 삶이라는 드라마에서는 별 볼일 없는 사소한 일들도 나라는 '삶'에서 꽤 슬프고도 진지한 일들이었다. 

 마치 책방에서 혼자 책을 보고 있으면 책방지기가 나에게 '이 책 한 번 보실래요?'라고 툭 던진 책을 받아 들고 한숨에 다 읽어버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누구나 '들키고 싶지 않은'꼬리가 있다?!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꼬리가 있단다]


어느 날 갑자기 꼬리가 생긴 아이는 고민에 빠졌다. 이상하게 생긴 꼬리를 어떻게 가려야 할까? 친구들이 놀릴 걸 생각하니 학교를 가기 전부터 괴로워졌다. 

 간신히 마음을 졸이며 학교에 도착한 아이는 자신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 같은 반 짝꿍은 만난다.

 '내 꼬리', '내 수염'

 둘은 상대의 모습보다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생각한다. 

우스갯소리로 '남들은 너 신경 안 써.'라는 말이 있다. 살다 보면 정말 남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안 쓰는 사람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볼까? 늘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다. 

 제각각의 돼지코, 코끼리코, 양의 뿔 등을 가진 아이들이 교실에 모여있는 사상을 해본다. 그림책으로 보면 어떤 느낌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누구에게나 '들키고 싶지 않은' 꼬리가 있다. 

행복한 일터라고 놀이터는 아니랍니다





자신의 꿈을 찾고 이룬 책방지기의 삶이 문득 부러워졌다. 그러나 누군가는 '성공한 덕후' 취급하며 그녀의 삶을 가볍게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두 '책방주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들 공감할 것이다.

 그들이 꿈꾸는 안온한 삶이 그것이고, 그 삶을 살고 있다고 해서 그녀의 삶이 쉽고 행복하기만 할까?

 누구나 꿈을 위해 희생하는 것들이 있다. 다만 그 꿈이 행복하기에 그 정도의 '희생'이나 '투자'는 스스로 감당하는 것일 뿐...

 

 생각은 자유지만, 가끔은 혼자만 생각하지 굳이 좋지도 않은 생각을 굳이 공유하는 사람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저런 생각은 그냥 혼자 하면 안 되나?'

 '남의 삶은 다 쉬워 보이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모두가 내 마음 같을 순 없지만 그런 일이 살다 보면 종종, 혹은 자주 생긴다는 것은 좀 씁쓸한 일인 거 같다.


책방지기로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저자의 삶

누군가의 마음에 '위로와 따뜻함이 스민 문장'을 선물하고 싶은 그 마음이 참 예쁘다.


창원에 가면 한 번 들려보고 싶은 '민들레책밭'이 문득 궁금해진다.


책방에 있으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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