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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생활 - 엄마는 작가야?

꾸준히 쓰는 것만으로 '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

by 연두씨앗 김세정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책가방을 내려놓으면 내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작가야?"

"갑자기 그건 왜?"

"아니, 학교에서 좋아하는 책 발표하는 게 있었는데 내가 엄마 책 소개했거든. 그리고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 엄마가 썼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나한테 너네 엄마 작가냐고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는데?"

"음.... 사실 잘 모르겠어서...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책은 쓸 수 있는 거라고 대답했어."

"응, 잘했어. 작가가 아니더라도 책은 쓸 수 있고, 책을 쓰면 작가가 될 수도 있지. 엄마도 옛날엔 진짜 작가였어. 방송작가로도 일했었고, 어린이책도 3권이나 썼잖아. 그땐 작가라고 할 수 있었지."

"그럼, 지금은?"

아이가 나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음... 지금은 어쩌려나? 지금은 안 쓰고 있으니, 작가라고 말하기 좀 그렇지 않을까? 그래도 글을 꾸준히 쓰고 있으니 작가라고 할 수 있으려나? 잘 모르겠네."

"엄마, 그래도 선생님이 '어머니가 작가시니?'라고 물어봐서 '네'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어. 나 잘했지?"

"응, 잘했네."


이미 10년 전에 절판된 책이지만, 엄마 이름이 있다는 이유로 아이들은 그 책을 애지중지 여긴다.

"엄마, 새 책 써라. 내가 아이디어 줄게."

아이는 새 책을 써서 다시 작가가 되라고 조른다.

"엄마도 책도 내고 싶고, 작가도 하고 싶지. 그런데 그게 그렇게 또 쉽지만은 않아. 그래도 꾸준히 쓸 거니까 언젠가 책도 내고 작가도 될 수 있을 거야."


다시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은 이유가 나를 위한 선택도 있지만, 아이들을 위한 이유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빨리 쓰려고 하면 글이 한없이 가벼워지고, 깊이 쓰려고 하면 글이 너무 무거워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적당한 무게를 찾지 못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던 해, 첫 책이 나왔다. 하지만 아이의 육아를 위해 다른 책 쓰기를 포기하고 '엄마'가 되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다시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런데 다시 쓰려니 쉽지 않았다. 그때 처음 만난 게 '브런치'였다. 아이만 키우며 작아졌던 자존감이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그리 멋진 글이 아니라도, 그리 깊은 글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응원을 받으며 열심히 썼던 것 같다. 많은 이웃들도 생겼고, 하나 둘 책을 출판하고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조금 우울해졌었다.

다들 저렇게 빨리 나아가는데 나만 제자리인 거 같아서 속상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도 구독자수가 넘쳤고, 글을 읽는지 안 읽는지 모르는 낯선 하트 숫자만 올라갔다.

여전히 별볼 일없는 브런치지만 나는 이곳이 좋다. 하나하나 허투루 쓰지 않았다. 그래서 좋다. 브런치 안에서는 내 글을 꾸준히 쓰는 온전한 '작가'가 된 것 같아서 마음이 편안하다.


언젠가 저 비행기처럼 날아오르는 날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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