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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노미노 Jun 01. 2018

리버풀은 왜 살라의 공백을 메우지 못 했을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레알 마드리드 vs 리버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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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의 가장 큰 포인트는 '레알 마드리드가 리버풀의 강한 전방압박을 벗어날 수 있느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는 ‘이스코’를 선발기용하는 방법으로 리버풀의 전방압박에 대응했습니다.


이스코를 선발로 내세울 때 레알 마드리드가 가지는 장단점은 명확합니다. 이스코를 프리롤로 기용하는 4312형태의 포메이션은 좌우 측면에 공간이 생긴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스코가 경기장 전체를 돌아다니며 패스의 연결고리가 되어주기 때문에 '볼점유''탈압박'에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스코의 기용은 측면 수비에 문제가 있지만, 볼점유와 탈압박에 큰 장점을 가집니다)



따라서 지단 감독은 '이스코의 탈압박 능력'을 활용해서 리버풀의 전방압박을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이 장면에서도 이스코의 움직임을 보면, 이스코가 경기장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볼을 순환시켜주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자유롭게 움직이며 볼 전개에 도움을 주는 이스코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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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단의 의도와는 다르게, 경기초반 레알 마드리드는 리버풀의 압박을 벗어나지 못 했습니다. 리버풀이 강력한 전방압박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압도하는 모습이 계속해서 나왔는데요.


 

- 레알 마드리드에게 강력한 전방압박을 펼친 리버풀




리버풀의 전방압박이 이처럼 강력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는 경기장 어디서나 선수들의 간격이 ‘좁게’ 유지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리고 ‘전방압박’에 있어서 선수 간격이 ‘좁다’는 것은 두 가지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버풀 전방압박의 핵심은 간격이 '좁다'는 것입니다)



첫째, ‘선수숫자’가 많다는 것입니다. 선수들이 전방에서 좁은 간격을 유지한다면, 전방에 많은 선수숫자를 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방에 선수숫자가 많다면 그만큼 강력한 전방압박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좁은 간격의 첫 번째 이점. 전방에 선수숫자를 많이 둘 수 있다) 



 

둘째, 좁은 간격은 ‘세컨볼’ 경합 상황에서 큰 강점을 가집니다. 볼이 경기장에 떨어졌을 때, 선수들의 ‘간격’이 좁다면 볼 주변의 선수숫자를 상대팀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배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좁은 간격의 두 번째 이점. 세컨볼 상황에서 유리하다)




따라서 리버풀은 강력한 '전방압박'을 바탕으로 ‘세컨볼’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을 가지고 볼을 전개합니다. 먼저 전방으로 볼을 길게 보내 공격수가 상대 수비수와 경합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세컨볼이 떨어질 때 후방에 있던 선수들이 빠르게 전방으로 올라가 간격을 좁히고,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세컨볼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리버풀은 전방으로 볼을 보내고, 떨어지는 세컨볼을 차지하는 전략으로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리버풀의 공격장면을 보면 이런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 세컨볼을 노리는 리버풀의 공격패턴


상황1


이 장면을 보면 리버풀은 전방으로 볼을 길게 보내고, 세컨볼이 떨어질 때 선수들이 볼을 향해 달려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상황2


이 상황 또한 세컨볼이 떨어질 때, 리버풀의 미드필더들이 재빠르게 올라와 볼을 가져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상황3



다소 세밀함은 떨어질 수 있지만, 리버풀의 좁은 '간격조절'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기동력'이 만들어내는 경기운영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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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리버풀은 살라가 부상으로 교체아웃되면서 경기 주도권을 급격하게 레알 마드리드에게 넘겨주게 됩니다. 살라의 부재로 생기는 리버풀의 가장 큰 문제는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빠르게 뛰어들어가는 선수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서 보면,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살라가 없기 때문에 편하게 수비라인을 올려서 리버풀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살라의 교체아웃 이후 레알 마드리드는 리버풀을 전방에서 압박하기 시작했는데요.



- 리버풀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하는 레알 마드리드




이 시점부터 경기의 양상이 180도 변했습니다. 리버풀은 레알 마드리드의 압박에 막혀 볼을 전진시키지 못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했던 건, 볼을 전방으로 보낼 수 없게되자 '전방압박을 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리버풀은 경기초반 세컨볼을 얻기 위해 전방으로 계획적인 볼처리를 했던 것과 달리, 레알 마드리드의 압박을 벗어나지 못 하자 무의미하게 볼을 걷어내는 수준으로 볼을 방출했습니다.



- 레알 마드리드 압박에 막혀 볼을 전개하지 못 하는 리버풀


(리버풀은 레알 마드리드의 압박을 벗어나지 못 하고 무의미하게 볼을 걷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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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이 레알 마드리드의 압박을 벗어나지 못 한 건 살라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결과였습니다. 이 문제는 리버풀의 공격진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관련이 있는데요. 리버풀의 공격진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은 살라, 피르미누, 마네로 이어지는 공격진이 '명확한 역할분담'을 하면서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살라마네는 양 측면에 위치하면서 수비를 분산시키고, 피르미누가 두 공격수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리버풀 공격진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집니다.



(리버풀 공격진의 공격분담)



특히 살라마네는 서로 반대편 측면에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입니다. 두 선수가 좌우 측면에 퍼져있기 때문에 상대 수비의 압박이 분산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살라와 마네에게 드리블할 공간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리버풀의 공격장면을 보면 이러한 특징이 아주 잘 나타납니다. 



- 리버풀 공격진의 움직임


상황1


이 상황을 보면, 피르미누가 볼을 잡자마자 마네와 살라가 수비 뒷공간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두 선수가 양 측면에서 뛰어 들어가기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 수비는 어느 한 쪽을 선택하지 못 하고, 수비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인데요.



상황2



이 상황에서도 피르미누가 볼을 잡고, 앞 선에 위치한 살라에게 볼을 넘겨줍니다. 그리고 이 때,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자 살라는 마네에게 패스를 보내주는데요. 살라에게 많은 수비수들이 붙어있었기 때문에, 마네는 쉽게 볼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공격진에서 한 선수만 빠져도, 리버풀의 공격 밸런스가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번 경기에서도 살라가 빠지면서 리버풀의 공격전개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 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살라가 빠지면서 생겼던 리버풀 공격의 문제는 수비를 분산시키는 살라마네'측면 플레이'가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살라가 교체된 후 마네가 살라의 자리로 가고, 랄라나가 마네가 있던 왼쪽 측면으로 투입되었는데요. 랄라나는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를 분산시킬수 있을 만큼 위협적인 드리블이나 침투능력을 보여주지 못 했습니다. 따라서 레알 마드리드는 살라가 나간 이후 더 이상 좌우 측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마네에게 압박이 집중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살라대신 투입된 랄라나)



- 살라, 마네의 측면 플레이가 무너진 리버풀


상황1



이 상황은 마네가 홀로 드리블하는 장면인데요. 이 때 반대편의 랄라나의 움직임이 굉장히 정적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랄라나의 움직임이 정적인 것의 문제는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지 못 한다는 것입니다. 레알 마드리드 수비가 분산되지 못 하자 마네가 고립되고 마는 모습입니다.



상황2



이 상황에서도 랄라나가 반대편 측면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 하자, 반대편으로 패스가 전개되지 못 하고 마네에게 무리한 패스가 연결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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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리버풀이 후방에서 볼을 전진시키지 못 하자 레알 마드리드는 계속해서 공격권을 가지고 경기를 풀어나갔습니다. 더군다나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점점 떨어지면서' 리버풀의 전방압박도 약해졌고, 레알 마드리드는 다소 수월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압박이 헐거워진 리버풀)



이처럼 레알 마드리드가 경기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카리우스의 실책까지 나오면서 경기는 완전히 레알 마드리드에게 넘어갔습니다. 마네가 곧바로 동점골을 터뜨렸지만, 베일의 환상적인 득점과 카리우스의 연이은 실책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다소 손쉽게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거머쥐었는데요.


(카리우스의 실책까지 더해져 손쉽게 승리한 레알 마드리드)



정리하면 리버풀은 경기초반 자신들의 강력한 전방압박을 살려 경기를 주도했지만, 살라의 부상이후 그 공백을 메우지 못 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여기에 카리우스의 실책까지 더해지면서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레알 마드리드는 경기의 주도권을 잡은 채 실수없이 승리로 연결시켰고, 리버풀 입장에서는 풍부하지 못 한 스쿼드가 발목을 잡은 경기가 아니었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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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분석

https://goo.gl/a4Su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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