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슈퍼위크가 시작됐다는 뉴스가 많습니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카카오뱅크가 7월말 청약을 했고,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개발사 크래프톤도 8월초 청약을 받습니다. 바이오헬스 기업인 HK이노엔도 7월말 일반 청약을 받았고, 롯데그룹의 롯데렌탈도 8월 중순 일반 청약을 시작합니다. HK이노엔은 숙취해소음료 '컨디션'을 만드는 곳이죠. 애주가라면 이 회사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공모주 슈퍼위크로 주식시장은 들썩들썩한데, 나랑은 무슨 상관이야 하는 마음으로 있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당장 주식 투자할 여윳돈이나 큰돈도 없는데, 남의 세상 일이야 하는 마음으로 이런 뉴스를 애써 외면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공모주 투자는 큰돈이 없어도 할 수 있고, 큰돈이 없으면 그래서 더 해야 하는 투자입니다. 재테크의 신으로 불리는 회사 선배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돈 없으면 집에가서 부침개나 부쳐먹는 게 아니라, 공모주 투자를 해라. 몇십만원만 있으면 소고기 사먹을 돈은 번다
IPO는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주식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니 당연히 투자자를 공개모집합니다. 이걸 공모라고 합니다. 보통 기업 총 발행 주식의 20% 정도를 일반 투자자에 배정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일반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신규 사업에 쓸 돈을 마련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량 기업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죠. 공모가는 보통 기업의 평가가치보다 낮게 책정됩니다. 공모가를 결정할 때 할인율이 적용되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공모주에 투자하면 웬만해서는 평가가치보다 싸게 주식을 살 수 있습니다. 돈 없어도 공모주에 투자하면 소고기는 사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여기서 나옵니다.
저는 이번 카카오뱅크 일반 청약에서 4주를 받았습니다. 50주를 신청했는데 이래저래 배정이 되다보니 4주를 받는데 그쳤습니다. 카카오뱅크 공모가는 3만9000원이었습니다. 50주를 신청했으니 195만원인 셈입니다. 그런데 청약금은 50%만 내면 됩니다. 제가 실제로 증권사에 낸 청약은 97만5000원인 셈이죠. 실제로 배정된 건 4주밖에 안 되니 46주에 대한 청약금은 며칠 뒤에 바로 환불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4주는 얼마나 오를까요. 아무리 공모주라도 주가의 향방은 예측불가입니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카카오뱅크는 상장 초반에 오를 거라고 많이들 예상합니다. 공모가가 3만9000원인 카카오뱅크는 최대 7만8000원의 시초가로 거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면 주가는 10만1000원까지 오르게 되죠. 이론적으로는 제가 가진 4주로 첫날에만 24만8000원을 벌 수 있단 얘기가 됩니다. 정육식당을 가면 소고기라도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돈이죠.
물론 이렇게까지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카카오뱅크 장외 주가가 10만원 정도였으니 상장 첫날 3만9000원의 두배에서만 거래를 마쳐도 십수만원은 벌 수 있는 셈입니다. 주식투자를 할 만한 큰 돈이 없다고 해도 공모주 투자를 외면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청약금을 넣을 몇십만 원만 있어도 공모주는 우리에게 소고기를 약속합니다.
몇 가지 조건은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처럼 오를 거라는 확신을 가진 종목을 골라야 합니다. 공모주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말씀드린 것 같아서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삼성증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7월 20일 기준으로 올해 상장한 공모주 53개 중 58%인 31개가 시초가 대비 주가가 낮다고 합니다. 17%(9개)는 아예 공모가 보다도 주가가 낮다고 하니 어떤 주식이 오를지 잘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청약경쟁률이 낮은 증권사를 고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경쟁률이 낮아야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소고기가 목적이라면 웬만해서는 상장 첫날 매도해서 이익을 실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본금이 적다면 균등 배정을 하는 공모주를 위주로 노리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8월 6일에 카카오뱅크 주가가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저의 그날 저녁 메뉴는 소고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