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이라는 이름을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제나 금융 쪽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주식 투자를 하는 분이라면 이제는 고승범이라는 이름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주식, 그리고 주머니 속 돈이 이 사람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요동칠 수 있습니다.
청와대는 지난 5일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지명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곳입니다.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던 위원이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겁니다.
이런 말을 하면 금융위원장이 누구든 주식 투자랑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습니다.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금융위원장이 누구든 주식 투자와 별 상관이 없는 게 원래 맞는 일이긴 하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금융위원장이 아니라 고승범이라는 사람입니다. 금융위원장이 바뀐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승범이라는 사람이 금융위원장이 된 게 중요하다는 거죠.
고승범은 지난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6명의 금통위원 중 유일하게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낸 사람입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시중에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의견과 이미 시장에 너무 많은 돈이 풀려 있으니 이제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입니다. 이런 와중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던 사람을 금융정책 사령탑에 앉힌 겁니다. 정부 안팎에선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한국은행 일각의 주장을 청와대가 승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바꿔서 말하면 오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확 커졌다는 뜻이죠.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기준금리가 0.50%에서 8월에 0.75%로 오르고 10월에도 한 차례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고승범 위원이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건 이런 전망이 맞다는 걸 정부가 은근슬쩍 시장에 알려줬다는 겁니다.
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걸 '매파 성향'이라고 합니다. 반대는 '비둘기파 성향'이라고 하죠. 고승범 후보자가 대표적인 매파 성향이 된 데에는 개인적인 경험이 크다고 합니다. 2000년대 초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발급하다가 카드사의 부실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은 '카드 사태'를 수습한 실무자가 고승범 후보자였습니다. 당시 그는 금융감독위원회 비은행감독과장을 맡았죠. 2010년 '저축은행 사태' 때는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으로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거치면서 '매파 성향'이 된 거죠. 이런 인물이 금융위원장이 됐으니 기준금리 인상과 부채 감축으로 정부의 금융정책이 확실하게 움직일 건 분명해 보입니다.
금리가 오르는 건 기정사실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금리 움직임과는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기준금리야 말로 내 주머니 속 돈에 직결되는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8월 말에는 기준금리가 오를 겁니다. 투자할 주식 종목을 고른다면 기준금리가 오른다는 전제하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은행주나 보험주 같은 금융주는 보통 기준금리가 오르면 수익성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금리가 오를 땐 부동산이나 금, 원자재, 유가 같은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달러 투자를 추천하는 사람도 많죠.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도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달러를 추천하고 있더군요. 반대로 PER이 높은 종목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자산의 거품이 꺼지기 쉽습니다. PER이 높은 종목은 피하는 게 안전한 길이죠.
주식 투자를 한다고 주식 뉴스만 봐서는 안 됩니다. 정치나 경제 뉴스를 함께 보면서 더 큰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고승범 후보자 인사 뉴스를 놓쳤다면 기준금리라는 더 큰 변화도 함께 놓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