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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Aug 11. 2021

2023년, 카카오가 네이버를 넘어섭니다

2017년 12월 카카오 송년회에 참석한 아이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카카오가 네이버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전자업계로 치면 네이버가 삼성, 카카오가 LG라는 식이었죠. 네이버의 빡센 업무 환경이 시스템의 삼성이라는 이미지와 잘 어울렸고, 반대로 자유로운 카카오의 기업 문화가 인화의 LG라는 이미지에 착붙이었습니다.


이제는 다릅니다. 누구도 카카오가 네이버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물론 여전히 덩치나 매출은 네이버가 조금 더 큽니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네이버가 73조151억원이고 카카오가 64조4467억원입니다.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네이버가 5조3042억원, 카카오가 4조1570억원입니다. 조금씩 네이버가 많죠. 하지만 덩치에서도 카카오가 네이버를 앞설 날이 멀지 않은 듯합니다.


증권사들이 내놓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실적 전망 자료를 보면 2023년이 기점이 될 것 같습니다. IBK투자증권이 8월 11일 내놓은 리포트를 보면 카카오의 2023년 예상 매출액은 9조4220억원입니다. 메리츠증권이 7월 23일에 내놓은 리포트는 네이버의 2023년 예상 매출액을 9조3894억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증권사도 다르고 리포트가 나온 날짜도 다르니 단순비교는 힘들 수 있지만, 2023년을 기점으로 카카오와 네이버의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카카오의 성장은 투자의 관점에서도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주식시장에 상장한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뱅크를 예로 들어보죠. 카카오뱅크는 공모가가 3만9000원이었는데 지금은 공모가의 두배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돼 있습니다. 시가총액은 36조원에 달합니다. 국내 1등 금융지주인 신한지주의 시가총액이 20조원 정도입니다. 금융대장주가 단숨에 바뀌었죠. 사실 카카오뱅크를 금융주로 본다면 지금의 주가는 말이 안 됩니다. 4대 금융지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4배 수준인데 카카오뱅크는 56배에 달하니 말도 안 되게 고평가돼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만합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 상장 전인 7월말 의사 출신 수퍼개미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했죠.


카카오뱅크의 작년 영업이익은 1200억원인데, 카카오뱅크보다 시총이 싼 하나금융지주는 작년에만 3조8000억원을 벌었다. 카카오뱅크는 다른 금융사들이 버는 것의 10분의 1도 벌지 못하는데... 지금 주가에는 미래 성장성이 과도하게 선반영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카카오뱅크 주식을 한 주도 살 의향이 없지만, 상장 후에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계속 지켜보겠다.


저는 이 의사 출신 수퍼개미의 말이 틀렸다고 봅니다. 이분은 카카오뱅크를 금융주로만 생각하고 있죠. 하지만 시장은 카카오뱅크를 금융주가 아닌 플랫폼으로 본 겁니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모든 서비스의 플랫폼화를 추진하는 카카오의 이상이 단지 '금융'에서 구현됐을 뿐인 거죠. 플랫폼 기업이라면 카카오뱅크의 PER이 56배라는 게 고평가라고 볼 수는 없어 보입니다.


카카오 자회사의 주식시장 상륙은 이제 막 시작입니다. 카카오페이가 9월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내년에는 상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웹툰 오픈 기념 이벤트를 하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주는 이벤트를 내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이 머지 않았다는 걸 인정한 셈이니까요. 카카오페이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시장은 단순한 결제기업, 엔터테인먼트업체로 보지 않을 겁니다. 카카오뱅크처럼 플랫폼기업으로 평가하겠죠. 투자의 관점에서 이 둘은 천지차이입니다.


사실 우리는 카카오가 만들어놓은 세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을 매일 같이 하고 카카오페이로 물건을 사고 카카오택시로 집에 가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노래를 흥얼거리죠. 아이유의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 역시 카카오의 계열사죠. (참고로 이담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62억원의 매출액을 냈더군요. 소속 아티스트가 아이유 한 명뿐이니 아이유 혼자서 162억원의 매출을 낸 셈입니다.)


카카오의 세계 속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카카오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게 많습니다. 카카오야말로 주식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인데도 말이죠. 카카오의 자회사 중 가장 기업가치가 큰 곳은 어디일까요. 카카오뱅크입니다. IBK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33조9220억원으로 매겼습니다. 다음은 카카오페이입니다. 기업가치만 9조3000억원이죠. 그뒤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6조9710억원), 카카오게임즈(6조2500억원), 픽코마(5조1390억원), 카카오모빌리티(5조1300억원), 뮤직부문(3조4360억원)이 이어집니다.


카카오는 자신들이 구축한 세계관을 통해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 유니버스가 앞으로 얼마나 커지고 방대해질지 예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분명한 건 우리가 카카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카카오에 대해 더 공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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