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카오뱅크만큼 핫한 주식도 없습니다.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주식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조정기를 거치는 와중에도 카카오뱅크는 상장 이후 2주 동안 꾸준한 상승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공모주 투자로 받은 4주를 상장 당일 팔아버린 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6만9000원에 팔았는데 벌써 9만1000원까지 올랐네요.
7월말에 쓴 글에서 저는 카카오뱅크를 '오를 거라는 확신을 가진 종목'으로 소개했습니다. 그런데도 상장 당일에 모두 팔았죠. 치고 빠지는 소액 공모주 투자의 원칙을 지킨 것이기도 하지만, 또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계속되고 있는 '고평가 논란' 때문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카카오뱅크가 상장 이후 이렇게 단기간에 10만원을 바라볼 정도가 되기는 쉽지 않다고 봤습니다. 3만9000원이라는 공모가야 훌쩍 뛰어넘는 수준에서 거래되겠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죠. 그리고 아마도 많은 사람이 저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카카오뱅크가 저력을 보여주는 와중에도 고평가 논란이 거듭되고 있으니까요.
카카오뱅크가 다른 종목들에 비해 얼마나 비싸다고 고평가 논란이 나오는 걸까요. 특정 기업의 주가가 적정한 지를 따질 때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지표는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s ratio)입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입니다. 1년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을 그 회사의 주식 수로 나누는 겁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J라는 회사가 1년 동안 5000만원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이 회사의 총 주식 수는 5만주라면 J는 1주당 1000원의 수익을 낸 셈이죠. 이 1000원이 주당순이익이 됩니다. J의 주가가 1만원이면 1만원을 1000원으로 나눈 10이 이 회사의 PER이 되는 거죠. 10배라고 부릅니다.
PER은 낮을수록 회사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봅니다. 반대로 높을수록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고요.
그럼 카카오뱅크의 현재 PER은 몇 배일까요. 놀랍게도 294.26배입니다.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주가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죠. 국내 최대 금융지주인 신한금융지주의 PER이 5.21배입니다. 국내 금융업종 평균 PER이 4.3배 정도입니다. 카카오뱅크가 다른 은행주에 비해 얼마나 주가가 높은지 알 수 있죠. 참고로 글로벌 은행인 씨티그룹 PER이 7.29배, 뱅크오브아메리카 PER이 13.51배입니다.
카카오뱅크를 은행주가 아닌 플랫폼주로 보기도 합니다. 저도 이런 의견에 동의하기도 했죠. 그런데 플랫폼주로 보더라도 294배의 PER은 무지막지한 수준입니다.
'팡(FAANG)'으로 불리는 미국의 대표적인 IT 기업들의 PER을 볼까요. 페이스북이 26.65배, 애플이 29.02배, 아마존이 55.77배, 넷플릭스가 56.7배, 구글(알파벳)이 27.54배입니다. 카카오뱅크의 모기업인 카카오도 PER이 134.2배입니다. PER만 놓고 보면 카카오뱅크가 카카오보다 두배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죠.
물론 PER이 만능은 아닙니다. PER이 제대로 된 지표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은 잊을만하면 나오기도 하고요. PER이 높고 낮고에 따라 주가가 결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투자를 결정할 때 참고할 만한 지표라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더욱이 은행업은 규제나 정부 정책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입니다. 카카오뱅크라고 해도 이 부분은 다를 게 없죠. 최근 정책의 변화는 카카오뱅크에 좋을 게 없는 흐름입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건 모두가 잘 아실 겁니다. 카카오뱅크의 높은 성장성은 가계 대출에서 나옵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 연초 대비 증가율은 13.8%로 은행권에서 단연 1등이었습니다. 4대 은행이 1~3% 수준으로 대출 증가율을 관리한 것과 비교되죠.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카카오뱅크가 가장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지금의 주가 수준을 유지하려면 보여줘야 할 것이 많습니다.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은 40조원을 넘어서 KB금융의 2배에 달하는데,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국민은행이 1조4282억원으로 카카오뱅크(1159억원)의 12배에 달합니다.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좋은 실적을 내려면 대출 증가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정부가 나서서 대출을 옥죄기 시작하면 이런 전략이 불가능해집니다. 카카오뱅크의 실적 상승세가 꺾일 수 있는 겁니다.
카카오뱅크의 장기적인 성장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주가가 더 오를지, 아니면 조정기를 거칠 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어 보입니다. 요즘 주식시장을 보고 있으면 한 걸음 물러서서 맘 편하게 있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자주 듭니다.